[인터뷰] 가치를 담은 자선자본, 터무늬있는집(임재만 출자자)

2020년 5월 터무늬있는집의 시민출자자가 되신 임재만 교수님은 2021년 8월 출자자분들에 보낸 추가출자 요청 문자를 보고 기쁜 마음으로 응해주신 모범출자자(^^) 가운데 한 분이십니다. 처음에는 낯선 이름을 보고 어떤 경로로 출자자가 되셨는지 궁금해 알아보았지만 특별한 인연은 없는 듯 보였습니다. 궁금함이 커져 인터넷 포털에 이름을 검색해보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부동산 금융 전문가셨습니다. 부동산 금융 전문가답게 터무늬있는집에 도움이 되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교수님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인터뷰 중간에 학교 건물 전체에 화재경보음이 울려 급하게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화재경보음만 아니었다면 좋은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학교에는 아무런 화재 사고도 없었습니다. ^^

 

인터뷰는 2022년 1월 7일 세종대학교의 교수님 연구실에서 진행했으며, 터무늬제작소의 김수동 소장님이 질문하고, 임재만 교수님이 답을 해주셨습니다.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윤아 팀장이 정리에 도움을 주었습니다.❞(글 _ 성승현)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세종대학교에서 부동산학을 가르치는 임재만 교수입니다. 부동산학과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부동산 투자’, ‘부동산 금융’과 같은 분야를 많이 떠올리고, 실제로 학생들도 이런 부분을 많이 요구합니다. 저도 사실 파이낸스를 전공했고요.

 

그런데, 세종대학교에는 부동산 관련 행정, 정책 관련해서 시장주의 관점보다는 ‘부동산 시장에는 정부가 많이 개입해야 하고, 특히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라는 관점을 가지고 연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과 함께하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부동산을 단순히 이윤 추구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으로 보고,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부동산 학문과 부동산 시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학생들하고 만나고 있습니다.

 

Q. 터무늬있는집에 출자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금융에 대한 제 평소 지론이고도 한데요. 금융의 전통적인 역할이 돈이 남는 주체와 돈이 필요한 주체 사이에서 중개해주는 거잖아요. 그래서 굳이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금융이 원래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금융이 자신들의 이윤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돈이 필요하지만, 신용이 나쁘거나 사회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한테는 돈을 빌려주지 않게 되었어요. 신용등급이 좋은 사람들에게는 저금리로,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한테는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있어요. 결국, 금융이 사회적이고 공익적인 본래의 목적은 거의 다 사라져버렸어요.

 

우리가 ‘금융화’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주택시장도 금융화가 많이 진행됐고, 또 가계와 국가 전체가 부채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죠. 금융자본의 힘이 너무 과도해진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했을 때 정책적으로 해야 할 문제도 있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대 자본에 의한 금융화에 저항하면서 극복하려고 하는 노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두 개가 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두 가지 측면을 다 얘기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사실 많지 않았어요.

 

사회복지 역사를 보면 자본주의가 가장 먼저 발전한 나라가 영국인데, 산업혁명 초기의 구빈법 논쟁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가난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계층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의 문제를 생각했을 때, ‘그냥 놔둬도 된다’라는 입장과 ‘사회가 공동체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라는 상반되는 입장이 존재합니다. 영국은 유혈혁명이 아닌 명예혁명을 해서 그런지 귀족들이 일종의 자선사업으로 빈민 문제에 대응해 온 게 컸습니다. 주택 분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고요. 반면에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는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 하려는 방식의 사회복지 체계를 구축해 왔고요.

 

우리나라는 사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 같아요. 최근 들어서 복지국가 형태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럼에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대항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기부 방식이 아닌 자선자본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책적 지원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형성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고요.

 

Q. 자선자본과 기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기부는 단순히 돈을 쓰는 거라고 한다면, 자선자본은 일종의 자산을 만들어가는 겁니다. 물론 기부도 필요합니다. 일종의 투자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터무늬있는집이 무이자에서 1%의 이자를 주는 것과 같이 말이죠.

 

기부가 필요한 사업도 분명히 있습니다. 당장 돈이 없는 분들에게 쌀을 사주는 게 필요하듯이 말이죠. 반면 주택의 경우 땅을 사서 집을 지어주면 집은 소비하고 없어지지만 땅은 없어지지 않으니까 자본으로 남게 되거든요. 이런 식으로 자본을 축적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선자본은 단순히 선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이윤 동기가 있어야 합니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주택과 같이 사회적경제 주체가 하는 일이 자선자본과 다르기는 하지만 순수하게 이윤만 추구하는 자본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자선자본과 비슷한 측면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부와 자선자본 모두 부족하기는 하지만 경제적 수준이 많이 올라간 만큼 앞으로는 돈을 써버리는 기부뿐만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자본, 다시 말해 자선자본을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가끔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이지만 내가 죽으면 다 써버리는 게 아니라 계속 남아서 누군가에게 지속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형태로 활용되면 좋겠다고요.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누군가 기부한 집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아니면 그 집 자체를 다른 공익적인 목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기부는 조금씩 하고 있는데, 가끔은 ‘이 돈을 기부하는 게 필요하기는 한데, 이렇게 쓰고 마는 것 말고 더 좋은 방법은 없겠냐는 생각을 가끔 해요. 그렇다고 제가 기부를 많이 하는 것은 아니고요. ^^

 

Q.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니까 청년문제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은데, 요즘 청년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양가감정이 있어요.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제 꼰대 기질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나 때는 안 그랬는데…‘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제가 아무리 개방적이려고 노력해도 제가 살아온 환경과 지금의 환경이 다른 게 너무 많죠.

 

크게 보면 저희 세대는 우리나라가 경제 개발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었던 시기, 그리고 세계 경제가 호황을 구가하던 시기에 성장할 수 있었고, 지금은 거기서 더 올라와 선진국 문턱에 있는 굉장히 운이 좋은 세대라고 볼 수 있어요. 개인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대부분 사회 전체의 노력과 운 때문에 기회가 매우 많았던 시대였거든요. 무엇을 하든 어지간하면 다 성공할 수 있었던 시대였는데, 마침 우리가 이제 막차 타고 떠나는 세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는 버스가 오지 않는 시대를 젊은 세대에게 남겨주고 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타고 있는 버스를 내가 여기서 내릴 테니 당신들이 대신 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떠난 버스를 원망할 게 아니라 새로운 버스가 오고 있다는 기대를 만들어 주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인데 그게 뭘까 생각을 하면 참 안타깝죠.

 

정책적인 문제도 있고, 한국 사회 전반의 방향에 대한 문제도 있고, 또 개인적으로 노력도 해야 한다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걸 조금 더 많이 나누는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인 것 같습니다.

 

Q. 세종대에도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이 많을 것 같은데, 이들의 주거현실은 어떤 편인가요?
저희 학교는 그래도 최근에 기숙사를 완공해서 수용 인원이 좀 늘었습니다. 오히려 코로나 상황이라 학생들이 학교를 아예 오지 않고 있어서 문제죠. 기숙사라는 게 규율이라는 걸 둘 수밖에 없다 보니 학생들이 3, 4학년쯤 되면 그게 싫어서 기숙사에 들어오지 않으려고 합니다.

 

최근에 학교 주변에 오피스텔이 많이 생겨서 주거환경은 그래도 좋아진 편이에요. 문제는 가격이 비싸다는 거고요. 학교 뒤쪽으로는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 많습니다. 환경은 안 좋지만, 가격이 싸고요. 학교 양쪽에 이렇게 걸쳐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조교로 일하는 친구한테 들었는데 월세가 30만 원 정도 하는데 난방도 제대로 안 되고, 온수도 잘 안 나오고, 고쳐달라고 하면 말로만 고쳐준다고 하는 임대인이 꽤 있는 것 같아요. 연세 많으신 분 가운데 특히 그런 거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주거환경이 천차만별인 것 같습니다.

 

Q. 청년들의 경우 임차인의 권리를 침해받기가 쉬운데, 학교에 주거상담소 같은 게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학교에 그런 이야기도 하고 그러는데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 학생생활상담소가 있거든요. 상담소에서는 성(性) 문제, 취업 문제 등 학내에서 이루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거의 다 다루는데, 학생들의 주거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제가 지난번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 한 후보에게 비슷한 제안을 했었습니다. 지자체와 공인중개사협회 등이 힘을 합쳐서 대학의 학생생활상담소에 주거 관련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요. 학생들이 임대차 계약서를 쓸 때 부모님이 와서 함께 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데, 계약서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어린 친구들이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계약서가 완전히 딴 나라 이야기 같이 느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주거환경은 차치하고서라도 임차인의 권리 관련해서 기본적인 교육과 상담은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미국 같은 경우는 일부 대학이 비슷한 걸 해요. 주변의 임대 사업자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중개 비슷한 역할도 하고요. 그런데 서울에 있는 학교들은 지방에서 오는 학생들한테 비싼 등록금은 잘 받으면서 이런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부동산과 금융 관련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어릴 때부터 돈 버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금융이든 부동산이든 소비자의 권리에 대한 교육을 시키는 게 먼저라고 봐요. 정부에서 청년들의 주거지원을 위한 제도도 많이 만들었는데 그걸 잘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학교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교육을 해주면 적어도 대학생이 되었을 때 이런 문제들을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Q. 주택정책을 연구하는 전문가로서 앞으로 청년 주거정책은 어떻게 가야 할까요?
미디어나 정치권에서 소비되고 있는 ‘청년’은 소위 말하는 ‘영끌족’인 것 같아요. 하고 싶고, 할 수 있어서 조금만 더 지원해 주길 바라는 청년들이요.

 

그래서 제가 청년 주거운동하는 분들한테 항상 ‘당신들이 생각하는 청년은 누구냐, 젊으면 다 청년이냐’라는 이야기를 해요. 사실 청년세대만 놓고 보면 양극화가 굉장히 심하거든요. 부모님께 증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부터 영끌하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 집을 살 생각은 꿈도 꿀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는 청년, 심지어는 고시원같이 아주 열악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는 청년 등 굉장히 다양해요. 운동의 대상이 누구냐? ‘청년’이라고 하는 그 말에 사실상 계급성이 매몰되는 것 같아요. 이것이 장기적으로 더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지금 정치권이나 미디어에서 소비하는 청년은 영끌족인 것 같아요. 물론 정부가 이런 계층의 사람들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정책에 우선순위를 고려했을 소득도 부족하지만, 소득의 상당 부분을 주거비로 지출해야 하는 계층이 우선적인 정책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청년 주거문제를 전·월세 대출로만 해결하는 경향이 있는데, 물론 중요한 지원 정책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돈을 빌리는순간 빚의 노예가 되는 겁니다. 특히, 전세 대출의 경우 보증금이 갭투기 자금이 되고, 이게 시세 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의 자금줄이 되는 거기 때문에 굉장히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가 그렇게 관행적으로 전세 시장을 키워왔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시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대출’의 방법이 아니라 ‘탈금융, 탈상품, 비시장’ 주택 모델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저는 공공이 집을 짓거나 택지를 조성해서 파는 방식만 공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또, 공공성이라는 LH 같은 공기업뿐만 아니라 그런 성격의 사업을 하면 그건 누가 하더라도 공공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거거든요. 주체가 누구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비영리 조직이든 사회적경제 주체든 또는 삼성이 하더라도 그것이 공공성을 담은 사업이라면 얼마든지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그걸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터무늬있는집의 경우 공공에서 직접 지원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사업을 하는 데 있어 법률이나 제도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면 그런 것들을 해결해 주는 것이 중요하겠죠. 우리 사회의 비영리와 사회적경제 영역이 커질 수 있도록 키워주지는 못하더라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영역들을 키워나가려고 할 때 그 걸림돌을 제거해 주거나, 나아가서는 더 클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Q. 청년 주거문제를 국가가 해결해야지 시민들이 푼돈 모아서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비판하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엇이든 국가에 책임을 다 지우는 거는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기는 하지만, 국가가 모든 걸 다 하라는 것은 시민 중심의 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사민을 너무 수동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시민의 자발적인 활동이 더 많아져야 공공이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때로는 공공을 유인하는 역할도 하게 되는 거거든요.

 

또, 국가가 다 할 수 있다는 말은 국가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완벽히 파악할 수 있다고 간주한다는 거거든요.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잖아요. 자본주의 사회는 상품이 다양하다는 데 장점이 있잖아요. 국가가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다 못 만들거든요. 기업도 다 못하는데 국가가 어떻게 그걸 다 하겠어요?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욕구와 니즈는 더 다양해져요. 우리가 가난할 때는 그냥 하루하루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하면 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양극화가 아무리 심하다 해도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 수준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생각과 니즈와 욕구가 있는데 그거를 맞춤형으로 정부가 모두 해결할 수는 없어요. 사회적경제 주체가 공급하는 주택만 봐도 주택의 유형이 조금씩 다 다르잖아요.

 

들어와서 사는 사람들의 생각과 니즈와 욕구가 다 다르고, 사회주택 회사들도 제공하려는 서비스가 다 달라요. 물론 국가가 획일적이지 않으면 되겠지만 대량으로 공급해야 하는 국가는 아무래도 획일적인 수밖에 없고, 거기서 발생하는 틈새를 시민사회가 일종의 다품종 소량 공급으로 역할을 하는 게 더 좋다고 봅니다.

 

Q. 2022년에 터무늬있는집이 5년 차가 됐습니다. 부동산 금융 전문가의 관점에서 시민출자운동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다양성이 필요할 거 같아요. 지금은 최대 1%까지만 이자를 지급하고 있는데, 무이자를 선택하시는 분도 있고, 1%를 선택하시는 분도 있겠죠. 그런데, 1%를 선택한 분이 이자를 받고 싶어서 선택한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공짜로 빌려주면 상대방이 나태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1%를 선택한 것 아닐까요?

 

이런 말이 있잖아요. “전세금 올리는 집에 들어가라.” 집주인이 전세금 올려달라는 데 못 올려줘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내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보통 기업에서도 자기 자본 말고 부채가 있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좋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기부의 경우 주위의 친한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면 좋다는 이야기는 하지만 동참까지 가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해당 단체를 신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우선, 하나의 실험이 어느 정도 성공했을 때 사례를 잘 알릴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여러분의 출자금이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또 일종의 수혜자라 할 수 있는 청년들의 삶과 생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을 많이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여전히 우리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기부가 훨씬 편해요. 그런 점에서 꼭 출자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기부의 통로를 만들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후원을 할 때 처음 시작하는 게 힘들지 어쨌든 후원을 시작하고 나면 소식을 듣게 되고, 내 돈이 이렇게 좋은 곳에 쓰이는 구나를 보면 다른 데 후원하는 게 별로 어렵지 않아지거든요. 아직은 초기라 그 지점을 못 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지점을 넘어서면 이후에는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터무늬있는집에 제안하고 싶은 것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 생각에는 8억 3천이라는 출자금이 터무늬있는집이라는 사업의 가치를 생각할 때 너무 적은 금액이라고 느껴져요. 이 부분이 가장 아쉬워요. 그렇다고 또 돈만 많이 들어온다고 다 되는 건 아니잖아요. 좋은 곳에 잘 써야 하는 거니까요. 이 두 가지가 잘 맞아야 하는데, 우선은 사업을 더 확대하는데 조금 더 방점을 두면 좋겠어요. 그것을 통해 가치와 의미, 성과를 잘 알리면 출자금도 더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튼 앞으로 저도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돕겠습니다!

 

정리 _ 이윤아, 성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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