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단체 인터뷰] 터무늬있는집에서의 새로운 2년

 

❝<성북청년시민회>, <도토리공작소>, <안무서운회사>가 터무늬있는집(희망아지트)에 입주한지 어느덧 2년이 지났습니다.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는 2년 단위로 계약이 이루어지고 재계약 심사를 통해 최대 1회 계약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재계약 ‘심사’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2년 동안 터무늬있는집에 살면서 각 단체가 진행한 활동과 입주자들의 터무늬 살이를 SH공사, 서울시, 터무늬제작소와 ‘공유’하고 앞으로의 2년을 함께 ‘전망’해보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북구, 강북구, 관악구에서 각각 터를 잡고 생활하고 있는 청년들로부터 재계약을 결심하게 된 이유와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재계약 심사 과정에 대한 소회, 그리고 지난 2년의 시간이 어떤 의미였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습니다. 김명철(도토리공작소), 정모경(성북청년시민회), 유승규(안무서운회사) 세 단체의 청년과 함께 했습니다.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딱딱한 회의장이 아닌 을지로 한 켠의 와인바에서 만났습니다.

 

인터뷰 말미 협업 지원사업의 경험을 발전시켜 다른 터무늬있는집 청년들과 또 다른 일을 함께 해보고 싶다는 소감과 함께 이런저런 상상을 서로 나누었습니다. 앞으로의 2년을 지역사회 활동뿐만 아니라 터무늬 멤버십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새삼 든든하게 느껴지는 날이었습니다.

 

인터뷰는 2023년  1월 30일(월) 을지로 한 켠의 와인바에서 진행했으며, 터무늬제작소의 성승현 선임연구원과 이영림 책임연구원이 함께 질문했습니다.❞

 

은둔 청년들을 당사자 관점에서 대변하려 노력한 시간

 

이영림 : 안녕하세요. 터무늬있는집에서 보낸 2년간의 경험이 각자 어땠는지 듣고 싶어 모임을 열었습니다. 준비할 때 계획했던 바를 돌이켜보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혹 아쉬움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그간 어떤 시간을 보내셨나요?

 

유승규 : 안무서운회사가 터무늬있는집에 입주하며 가졌던 계획은 은둔 청년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우니 우리가 당사자였던 입장에서 이들을 잘 대변할 수 있는 활동을 하자는 것이었어요. 실제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했고요.

 

주식회사 안무서운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로서는 작년에 최대 6명까지 직원을 고용하며 급여가 밀리지 않았다는 것을 칭찬해주고 싶어요. 활동 측면에서도 SBS 스페셜 곰손카페를 비롯해 수많은 매체에 나가 은둔 청년들을 대변하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관련 조례제정과 토론회, 세미나에 참석하며 바삐 보냈어요. 우리 경험을 노래로 만들기도 하고, 연극무대에서 보여주기도 했고요. 따지고 보면 은둔하는 청년 당사자를 대략 몇백 명은 만난 거죠. 그만큼 청년들의 고립과 은둔 그리고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많이 알릴 수 있었던 한 해였던 것 같아요.

 

함께 사는 식구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생각해 보니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일례로 함께 사는 식구들이 잠꼬대가 심한 편이에요. 따돌림당한 경험이 있어 악몽을 꾸고 깨는 일도 있고, 군대에서 맞았던 기억 때문에 자다가 허공에 주먹질하는 친구도 있어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런 불안한 감정과 불편한 잠꼬대가 같이 살면서 줄었다는 표현을 해줘요. 그런 변화들이 서로에게 소중한 경험이었고,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은둔 당사자인 직원들도 많이 강해졌다고 느껴져요.

 

성승현 : 비슷한 아픔이 있는 이들과 함께한다는 것 만으로도 많은 위로가 된다는 게 실감이 나네요. 입주자들끼리 살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유승규 : 물론 일상에서 생각지 못한 불편한 점도 있을 테지만 사실 저희는 불편함보다 더 큰 만족을 느끼고 있어요. 은둔과 고립한 경험을 어디서 얘기하기는 사실 쉽지 않거든요. 근데 나랑 비슷한 아픔이 있고, 내가 은둔했던 경험을 비난할까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에 안도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안무서운회사가 대단한 프로그램을 해서 함께 사는 게 유지된다기보다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그 자체로 좋달까요. 어떨 땐 사회적 가족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요. 한 친구가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었는데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병원을 계속 못 가고 있었어요. 오늘 아침 제가 그 친구랑 같이 병원에 다녀오며 보호자 칸에 이름을 쓰는데 순간 가족 같다는 느낌을 서로 받는 거죠.

 

코로나 시기 성북 청년의 아지트 역할을 톡톡히 해준 곳

 

정모경 : 저는 터무늬있는집에 입주하기 전에 강동구에 살았어요. 성북청년시민회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터무늬있는집과 협력 기회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제가 시민회에서 운영위원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입주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요. 터무늬있는집이 저같이 성북에서 활동하고 싶지만 여건상 거주하거나 정착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아지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입주했어요.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코로나 시기에 만나 이야기할 장소도 마땅찮고, 저녁 시간에 회의를 진행하기도 어려울 때 아지트 역할을 톡톡히 한 거죠. 함께 모여 청년정책네트워크 활동에 관한 이야기도 더 깊이 하게 되는 등 머물 수 있는 공간 하나로 인해 여러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어요.

 

함께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경험

 

김명철 : 봉천의 터무늬있는집은 사실 제가 터무늬있는집 프로젝트를 알게되면서 뜻을 함께 할 친구들을 구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어요. 입주할 때 계획은 명상을 매개로 모이게 된 봉천살롱 팀과 관악지역을 중심으로 시민사회 활동을 하는 팀이 만나 함께 1, 2층에 살며 동네에서 시너지를 내면 좋겠다는 포부였어요. 마음이 힘들어하는 청년들과 함께하면서 건강한 지역사회 활동을 만들어가자는 꿈이랄까요.

 

제가 몇 년 전에도 청년공동체 주택에 머물렀던 경험이 있는데 그 안에서 깊은 교류나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활동이 없어 아쉬웠거든요. 2년을 돌이켜봤을 때 활동의 시너지를 냈냐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지만, 긍정적인 면은 각자의 성장이 있었다는 점이에요. 두 단체가 1, 2층에 살며 서로 간 활동에 관한 다른 기대와 현실적인 실행 과정에 갈등도 있어 힘들기도 했지만 얻은 것도 많아요. 같이 사는 것과 함께 활동을 만들어가는 건 또 다른 차원이라는 것을 배웠다는 게 큰 수확이에요.

 

인적으로는 입주자 수호씨와 터무늬있는집을 계기로 함께 살며 정말 좋은 친구로 관계가 발전했어요. 지역에서 동료로 만나 일하고 회의하는 정도였지 친한 관계는 아니었거든요. 좋은 사람을 얻었어요.

 

이영림 : 아시다시피 터무늬있는집 중 성북, 관악, 미아동의 집은 사회투자지원재단이 서울시·SH공사와 협력해 만든 집이에요. 그래서 2년에 한 번씩 공공과 함께 진행하는 재계약 심사 과정이 있는데요. 그 과정이 청년단체 입장에서는 어땠는지 궁금했어요. 더불어 재계약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도 듣고 싶어요.

 

김명철 : 재계약 결심의 가장 큰 계기는 내가 일하고, 활동하는 지역 안에서 머물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거리가 일단 가까우니 이전에 1, 2시간 걸려 출퇴근하던 걸 안 해도 되니 그 시간에 뭔가 새로운 걸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심사 과정에서 느꼈던 점은 지난 여름 수해를 입어 침수를 입은 특수한 상황이 있어 더 배려받았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물론 집을 고치고, 다시 입주하는 과정이 길어지며 고생은 했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집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달까요. 심사 준비를 할 때는 ‘준비할 만큼 다 했다’라고 느낄 만큼 최선을 다했고 봉천살롱, 도토리공작소 두 단체가 해온 활동을 호의적으로 평가해주셔 좋았어요.

 

정모경 : 다른 주택도 마찬가지겠지만 2년 동안 함께 살며 터무늬있는집의 주인이 된 것 같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정이 많이 들었어요. 집 곳곳에 사람 냄새가 채워져 가고, 화장실 타일부터 싱크대 공간까지 우리 손때가 안 묻은 곳이 없을 만큼요.

 

또, 이 공간이 성북 청년 커뮤니티에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에 이런 기회는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재계약을 바로 결심했어요. 한편으로는 최장 4년밖에 못 산다는 게 너무 아쉽고 슬퍼요.

 

심사 준비과정은 성북청년시민회 대표인 소금과 그동안 진행했던 많은 프로젝트를 돌아보며 정리했는데 명철님 말대로 우리 활동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밤새 대본을 쓰면서 준비했거든요. 하나 아쉬움은 심사 과정에서 공공이 성북청년시민회나 지역의 청년활동, 시민사회 활동에 관한 이해가 높지 않았던 점이에요. 30장이 넘는 자료를 준비해 양이 많긴 했으나 심사위원이 자료를 미리 숙지하지 않은 티가 많이 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고요. ‘좋은 활동 하시네요.’ 정도의 덕담이 아니라 그 이상의 깊은 논의들이 오갔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과도 얻고, 응원의 말도 많이 들었지만요.

 

유승규 : 재계약을 결심한 동기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니 저희 단체에는 필수적인 선택지가 아니었나 싶어요. 은둔 청년들을 지원하던 K2인터내셔널코리아라는 단체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단체가 없어졌을 때 어떤 청년에게는 큰 위기가 될 수도 있어 책임감도 많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안무서운회사가 조금 더 도약하고 성장하기 위해 함께 살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꼭 필요했기 때문에 재계약에 참여한 거죠. SH공사 담당자분이 우리 단체의 활동을 지지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심사 과정에서 지적받은 사안이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지역 기반의 활동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을 돌이켜보게 되었어요. 은둔 청년을 지원하고 대변한다는 게 전국 기반의 활동이기는 하나,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일도 있었는데 그 부분을 놓쳤어요. 그래서 2023년에는 강북 지역의 사회적 경제 조직들과 연대도 검토해 보고,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지점을 적극적으로 탐색해 볼 예정입니다.

 

이영림 : 앞으로의 2년을 어떤 시간으로 채워갈 생각인가요? 2년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김명철 : 앞으로의 2년 동안에는 조금 더 외연을 넓혀서 활동해볼 계획이에요. 재계약 심사가 없었다면 다시 점검하고 돌아보며 이렇게 다짐할 여유가 없었을 것 같아요. 터무늬있는집 4년 이후를 생각해 보면 우선 관악에서 계속 거주할 예정이고, 지역활동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겠으나 지속할 계획입니다.

 

정모경 : 성북청년시민회 차원에서는 청년정책네트워크를 잘 운영해 나가야 하는데 예산이 삭감되는 등 환경이 좋지 않아 고민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터무늬있는집 이후에도 저는 함께 살이를 계속할 예정이에요. 

 

성승현 : 정치 사회적 환경이 변하며 최근 시민사회 활동이 많이 위축되고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럴 때야 말로 터무늬있는집이 더 빛날 수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공공의 어떤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시민기금을 더 열심히 조성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고요.

 

유승규 : 앞으로의 2년 동안 안무서운회사의 목표는 은둔 청년들이 쉽게 찾고 알 수 있을 만큼 유명한 콘텐츠를 만드는 거예요.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구독자 200만 채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안무서운사람 시리즈나 무서운 사람을 안 무섭게 만들어 주는 시리즈 등을 생각해 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축구하면 떠오르는 채널이 있듯이 주제에 맞는 대표적인 콘텐츠가 있잖아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멀리 이탈리아에서도 은둔형 외톨이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들도 만나보고 싶어요. 그만큼 은둔하고 고립된 청년들을 만나는 소통창구로 큰 역할을 하리라 믿어요.

 

또 하나는 올해 입주자들을 위한 헬스 코치 매니저를 고용하려고 해요. 은둔 생활에서 나와 함께 사는 것을 경험할 때 장보고 끼니를 챙기는 일부터 자기 건강을 지키는 습관까지 만들 수 있는 조금 더 체계적인 과정을 만들어보려 해요.

 

성승현 : 올해 초 터무늬있는집 청년단체들이 모여 신년모임을 가졌잖아요.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른 청년단체와 함께 이런 활동을 함께 해보고 싶다는 게 있었나요?

 

정모경 : 저는 작은 전시라도 함께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터무늬있는집에 새로 들어온 단체 중 문화예술 단체가 많더라고요. 제가 갤러리에서 일하고 있어 더 관심이 가는 게 사실이에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모습과 청년, 예술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어떤 전시를 함께 기획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작년에 출자자분들과 만나고 싶어 협업 지원사업으로 도토리공작소와 함께 소풍을 기획하기도 했잖아요. 그런 교류의 장을 계속 만들어나가고 싶고, 바쁜 이들도 편하게 전시공간에 참여하고 오프닝 할 때는 와인파티 같은 것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봤어요.

 

김명철 : 제가 관악구에서 1인당이라는 청년활동을 하고 있어요. 3년 전쯤 ‘혼자를 기르는 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각자 1인 가구 사진전이나 반려식물, 반려동물에 관한 전시를 함께 만들었던 적이 있어요. 70평짜리 비어 있는 공간의 벽 한구석을 각자 좋아하고 자랑하고 싶은 것들로 꾸며보자는 콘셉트였어요. 터무늬있는집의 공간과 일상을 담은 사진전이나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전시를 함께 만들어봐도 재밌겠네요.

 

성승현 : 6개월 정도의 프로젝트로 긴 시간을 두고 충분히 준비하고, 고민해보며 협업을 진행해 나갈 수 있다면 정말 좋겠네요. 기대됩니다.

 

정리_이영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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