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 3년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2023 터무늬제작소 총회 : 터무늬있는 밤>에 터무늬 식구들이 한데 모였습니다. 50명이 넘는 청년과 출자자, 관심자 등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참석 못하신 분들에게도 총회의 뜨거웠던 분위기를 최대한 전하고 싶어 온라인으로 보실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현장에 함께하셨던 분들은 또 보셔도 재미있을 겁니다?
이번 총회의 특별한 점은
터무늬있는집 사업보고와 사업계획 발표에서 나아가 청년들이 직접 단체의 활동과 터무늬 살이의 경험을 나누었다는 겁니다. 면면을 들여다보면 혼자만 자세히 알기엔 너무 아까울만큼 참 귀한 활동입니다. 성북청년시민회의 지역 청년활동, 안무서운회사의 은둔청년을 위한 공동체, 청년일상예술연대 차차의 예술과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터무늬있는집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
터무늬 사업 담당자로 저는 이따금 “청년 주거문제는 국가가 해결해야 할 일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맞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터무늬있는집을 만든다는 사실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개인적으로는 시민사회에서 자원을 함께 모으고, 청년이 진짜 원하는 대안적 주거모델을 실제로 실험하고 있다는 지점에서 지금 해야 할 몫을 찾고 있기도 합니다.
청년들에게 주거문제는 여전히 여러운 과제입니다.
작년 말부터 이슈화 된 일명 ‘빌라왕’ 사건에 우리는 왜 이렇게 공분하는 걸까요? 1000세대가 넘는 청년, 신혼부부가 여기 저기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고통에 신음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비로소 빌라왕 김모씨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빌라왕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백채를 보유한 일명 바지사장이었고, 배후 조직은 수많은 정책적 허점을 악용해 조직적으로 전세사기를 벌였습니다.
이 안에는 각종 사기의 집합소가 된 부동산 컨설팅 업체의 활개, 전세보증보험 제도의 허점, 전세제도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 한계, 정부의 단속과 임대인 정보공개 제도의 미비, 몰래하는 전입신고 사례 등 많은 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건 피해자의 대부분이 청년세대이고 이들의 고통에 귀기울이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는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사실입니다. 청년들에게 오롯이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우리 사회의 민낯입니다.
우리가 함께 만든 집 세상에 큰 울림이 되길
2023년에도 터무늬있는집과 함께하는 모든 청년, 출자자, 협력단체로부터 “이런 과정을 함께해 참 좋다!”는 이야기가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2023년도 북서울신협과 함께하는 터무늬제작소의 주력 사업 ‘터무늬있는 어부바하우스’를 만들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모든 과정이 모두에게 보람이고, 즐거움이었으면 합니다.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터무늬있는집을 전국에 수천, 수만 호씩 조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뜻이 있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함께 자원을 만들고 청년 주거문제의 좋은 대안을 제시하는 일, 그리고 이를 통해 공공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시민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는 모든 과정을 발자취로 남기고 싶습니다.
<터무늬있는집>의 2023년에 함께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주변의 소중한 이들에게 이렇게 좋은 시민운동이 있다는 사실을 많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터무늬있는집 흥해랏! ?
터무늬제작소 책임연구원 이영림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