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터무늬있는집 청년들의 3집 3색 “뭉치들의 사고뭉치 워크숍”

2호집 모두들의 “뭉치들의 사고뭉치 워크숍”

 

 

2018년 8월 2박 3일 일정으로 을왕리에서 부천 청년들이 함께 비폭력, 공동체 워크숍을 진행했다. 터무늬있는집(모두들 두더지하우스)에서 함께사는 이들과, 모두들의 청년 조합원 9명이 참여했다. 해수욕부터 조합원 혜진의 요가클래스, 우리 문화 속 녹아져있던 차별을 이야기해본 비폭력 문화 워크숍, 천하제일 음식 경험대회까지 알찬 프로그램 가득했던 현장을 전한다. 

 

비폭력 문화 워크숍 

차별이란 뭘까? 차별적인 상황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모두들의 비폭력 문화 워크숍은 그 상황에서 함께사는 이들, 활동을 함께하는 사람들끼리 합의할 수 있는 말하기 방식은 무엇일까 고민해 본 시간이었다. 방법은 한 사례를 보고, 의견을 나누고, 합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논의해보는 방식이다. 

 

 

[첫번째사례] 나이주의 (연식이 어떻게 되세요?)

새해 첫날 두더지들은 볕드네에 모여 떡국을 끓여먹기로 했다. 대충 씻고 옹기종기 모여 작심삼일 새해계획도 나눠보고 요금 근황도 물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늦게 도착한 친구가 문을 열자마자 눈을 마주친 나를 보며 대뜸 세배를 한다. 전에도 나보고 연식이 어떻게 되냐고 깔깔대며 웃었던 기억이 얼핏 스쳐간다.

– 차별이란 하나의 공간에서 배제시키는 것

– 나이 많은 사람에 대한 차별을 농담거리로 사용하는 것은 차별

– 의도가 나쁘지 않았을 때 어떻게 나의 불편을 상대에게 말해야 할까?

 

[두번째사례] 이주민 차별 (듀유노김치?)

마을 잔칫날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려놓고 둘러앉았다. 하나같이 정성 가득이고 맛도 좋아 다들 텐션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롭게 얘기하며 음식을 먹던 중 어떤 이가 문득 궁금하다는 듯이 내게 물어왔다. “너희 나라에도 이런 거(반찬을 가리키며) 있어?”

–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에게 관심과 환영의 의미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 관심의 표현이라면 질문하기 전에 이 질문이 어떻게 상대에게 받아들여질지도 고민해야 한다.

– 권력은 다수일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럴 때 조심해야 한다.

– 질문을 할 때 그 질문이 1:1일 경우, 다수:1 일 경우 괜찮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다수:1일 경우에는 공적인 느낌이 있으며 다수라는 권위, 권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차별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세번째사례] 페미니즘 (베이비페이스란..)

외부사람들도 초청하는 큰 행사를 두더지 하우스에서 진행한다. 나는 무려 출장뷔페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구경이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행사장소에 찾아갔다. 행사 순서 중 조합원들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고 나는 다른 조합원들이 나가서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진행하는 친구와 내 눈이 마주쳤는데 그 친구가 잠시 고민하더니 나를 가리키며 ‘우리 조합 최고의 베이비페이스 00을 소개합니다’라고 한다

– 베이비 페이스라는 것의 의미는 많은 차별을 담고 있다. 늙음이라는 것이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그렇고, 베이비 페이스라는 것이 여성에게 사용된 경우 젊은 여성을 대상화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 베이비 페이스는 평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과 개인의 대화가 아닌 이런 공적인 대화에서는 더더욱 하지 말아야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 공적인 곳에서는 차라리 평가 없이 담백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네번째사례] 채식권 (두부vs치킨)

오늘은 월드컵 결승전 날이다. 오랜만에 3호집에 빔을 설치해서 다같이 보기로 약속했다. 저녁 늦은 시간 시작된 축구경기를 보다가 돌림노래처럼 “출출해”를 외치기 시작했다. 한 두사람이 눈에 빛을 내며 “치킨?”이라고 나지막이 말하자 신속하게 주문이 완료되었다. 나는 ‘그럼 나는 뭐먹지?’를 잠시 고민하다가 얘기할 타이밍을 놓쳤다. 내가 당황한 것을 눈치챈 친구가 ‘아 너 고기 안 먹지 냉장고에 두부 있는데 두부 부쳐줄까?’한다

 

– 치킨을 시키기 전에 먼저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가치 실현이 정치적 의미라면 굳이 그 것을 같이 따라야할 필요가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 그 전에 물어보므로서 서로 챙기고 함께 식탁을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두부는 치킨과 대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전에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워크숍 진행 모습

천하제일 요리경연 대회

모두들에서 요리왕은 누구일까. 4팀으로 나눠 준비된 재료를 보고, 즉석 요리 경연 대회를 펼쳤다. 룰은 간단하다. 제한된 시간동안 가져간 요리를 완성하는 것. 단, 가져간 재료는 모두 사용해야 한다. 그 결과 병택, 혜진, 례욕냔팀이 우승했다.  맛, 데코레이션, 스토리로 평가한 우승팀의 요리다.

 

경연대회 우승 요리

요리경연대회 또 다른 출품작

함께했던 소감

 

동은 올해 모두들 공동체 활동의 기조는 ‘얼굴 마주보며 웃을 수 있는 공동체’이다. 그 기조와 맥락을 같이하며 ‘비폭력적인 문화 만들기’가 중요한 활동 방향성으로 설정됐다. 우리가 둘러앉아 얘기를 나눌 때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함께 웃을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활동들을 이어갔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문제를 붙들고 있는 것이 힘에 부칠 때도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사고뭉치 워크숍’이 있었다. 가기 전 여러 고민들로 마음이 복잡했지만 막상 도착해서는 준비한 프로그램을 차례차례 진행하는 것만으로 정신이 없었다. 해수욕을 하고 비폭력 워크숍을 진행하고, 천하제일 음식 경연대회를 마무리하면서 점점 혼자 앉아 고민했던 순간들이 무색하게 실마리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앞으로의 사업들을 이끌어갈 원동력을 얻게 된 것 같다.

 

하은 모두들에서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사업논의가 아닌, 고민에 대한 논의가 아닌, 기타 여러 문제들에 대한 회의가 아닌 자리로 웃고 떠들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모두들에서 보낸 시간이 대부분 ‘업무’였던 나에게는 더더욱 쉽게 상상하지 못한 그림이기도 했다. 회의가 아닌 자리에서 조합원들과 노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가기 전에는 잘 상상이 되지 않아 숙소까지 찾아가는 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막상 함께 둘러앉아 있으니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공기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두들에서 처음 느끼는 공기였다. 그래서 마냥 즐겁고 신날 수 있었다. 걱정이 없고 눈치 보지 않고 평소 친구들과 놀던 내 모습 그대로 웃고 떠들며 말로하지 못한 것들을 털어내고 말로 듣지 못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벌써 다음 엠티가 기다려진다.

 

혜진 바쁜 와중에도 이번 엠티에는 어떤 재밌는 일이 있을까 몇날 며칠을 기대하고 떠난 엠티였다. 결과는 역시나 꿀잼! 찐찐이 말하는 엠티의 꿀잼&감동포인트 세가지

  1. 먹을 것이 끊이지 않는 엠티
  2. 일상을 잊게 하는 웃음의 시간들, 그 안에서도 놓치지 않은 깊은 대화의 시간
  3. 어느 공간에 있는지보다 누구와 함께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 엠티

 

준현 함께 사는 사람을 돌보면서 커뮤니티를 위해 달리다보면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문득 자신이 너무 힘들고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엠티에서의 첫날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음날은 앞으로 커뮤니티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차별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요리를 함께 해먹는다는 것이 어쩌면 커뮤니티라는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혜진의 요가 클래스

 

 

글. 모두들청년주거협동조합

편집. 터무늬제작소 

행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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