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설 명절이 이르다 보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1월 한 달 내내 하는 것 같습니다.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내일부터 긴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어수선한 시국이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평안한 설 명절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12월에 사무실 이사를 하느라 정말 정신없이 연말을 보냈습니다. 15년 가까이 있었던 사무실이다 보니 정리해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가끔 서랍에서 유물 같은 물건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들고 다니면 무거워서 어깨에 담이 올 것 같은 구형 노트북, 90년대 수사물에서나 보았을 법한 소형 녹음기, 지금은 재생기기 조차 구하기 힘든 교육용 CD 뭉텅이 등. 이런 물건들을 발견하는 쏠쏠한 재미와 함께 이사를 잘 마쳤습니다.
터무늬제작소는 '터무늬있는집 자립캠페인'이 끝난 직후부터 터무늬있는집 사업의 새로운 방향 설정을 위한 논의와 함께 2025년도 준비를 조금 일찍 시작했습니다. 자립캠페인에 동참해 주신 후원자&출자자분들의 귀한 마음을 터늬있는집 활동에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터무늬제작소 실무자, 터무늬있는집 운영위원, 재단 이사회가 함께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터무늬있는집이 지금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필요에 어떻게 응답할 수 있을지, 뜻이 있는 시민들의 힘으로 쌓아온 터무늬있는집 시민출자운동의 성과와 의미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키고, 이어 나갈 것인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열띤 고민 중입니다.
봉찬살롱 퇴거 인터뷰에서 이정화 청년운영위원은 터무늬있는집 살이와 활동 가운데 만난 선배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진짜 어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인터뷰 전문은 아래에서). 뉴스에서 가짜 어른들의 거짓과 위선이 24시간 생중계되는 요즘, 진짜 어른을 만날 수 있는 터무늬있는집과 함께여서 행복합니다.
터무늬있는집 가족 여러분,
모두 새해 복(福) 많이 받으세요🙂
터무늬제작소 선임연구원 성승현 드림
마음껏 우울해할 수 있었던 시간, 터무늬있는집
(봉천살롱 퇴거 인터뷰)
'봉천살롱'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활동을 하는 단체인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수행과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공동체라는 이야기를 듣고 궁금증은 호기심으로 바꼈습니다.
처음 봉천살롱을 방문했던 날이 기억납니다. 봉천살롱 멤버이자 비건(vegan)인 미진 님이 비건케이크를 만들어 주었는데, 너무 맛있었어서 아직도 봉천살롱을 생각하면 그 때 먹은 비건케이크가 떠오릅니다. 봉천살롱은 다재다능하고, 또 환대 넘치는 멤버들이 많아 방문할 때마다 즐거운 대화가 1-2시간씩 이어지곤 했습니다.
4년의 터무늬 살이를 마치고 또 각자의 길로 나아가는 봉천살롱 멤버들이 언제나 그리울 것 같습니다. 아라 님과 미진 님이 이주한 문경에서 꼭 한 번 다같이 놀러가자고 한 약속을 꼭 지키겠습니다!
터무늬있는집 6호(봉천살롱) 입주자들의 즐거웠던 일상
❝제가 함께 살기로 결정하는 데 터무늬있는집이 큰 역할을 했어요. 집이라는 게 마음만으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서울 한복판에서 적은 비용으로 함께 살 수 있는 터무늬있는집이 없었다면 꿈만으로 끝났을 거 같아요. (봉천살롱 이정화)❞
❝불편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터무늬있는집에 살면서 “다들 내 마음 같지 않구나!”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많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고 반응할 거라고 예상했던 것들이 빗나가는 일들을 경험하면서 누군가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봉천살롱 김명철)❞
봉천살롱과 함께 진행했던 '너와 나, 몸과 마음으로 만나기' 프로그램
❝터무늬있는집에서 함께 살았던 사람들을 통해 많이 배웠고, 특히 사람답게 사는 법을 다시 배우고 연습할 수 있었거든요. 어렸을 때 배운 걸 잊고 살다가, 누군가를 통해 저 자신을 비추어 보면서 그걸 다시 배우는 과정이었어요. (봉천살롱 조아라)❞
❝저희 집 올라가는 계단 옆에 보면 “터무늬있는집 6호” 팻말과 함께 출자자분들 성함이 함께 쓰여 있어요. 계단 올라가면서 힘들어서 천천히 걷게 되는데 그걸 항상 봤거든요. 매일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봉천살롱 조아라)❞
❝저는 터무늬있는집에 살면서 우울증이 드러났거든요. 100일 동행 끝난 뒤에 회사도 그만두면서 점점 우울해지기 시작했고, 터무늬있는집에 사는 기간 동안 대부분을 우울하게 보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함께 살았던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마음 놓고 우울해할 수 있었어요. 저는 오히려 그게 너무 감사해요.
몸도 마음도 너무 무거워서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한 것 같아 같이 살았던 분들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제가 그 시기에 터무늬있는집에 살지 않았다면, 그래서 마음 놓고 우울해할 수 없었다면 저는 아마 그 시기를 잘 버텨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봉천살롱 조아라)❞
❝터무늬있는집에서 함께 살았던 사람들을 통해 많이 배웠고, 특히 사람답게 사는 법을 다시 배우고 연습할 수 있었거든요. 어렸을 때 배운 걸 잊고 살다가, 누군가를 통해 저 자신을 비추어 보면서 그걸 다시 배우는 과정이었어요. (봉천살롱 조아라)❞
❝저희 집 올라가는 계단 옆에 보면 “터무늬있는집 6호” 팻말과 함께 출자자분들 성함이 함께 쓰여 있어요. 계단 올라가면서 힘들어서 천천히 걷게 되는데 그걸 항상 봤거든요. 매일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봉천살롱 조아라)❞
❝저는 터무늬있는집에 살면서 우울증이 드러났거든요. 100일 동행 끝난 뒤에 회사도 그만두면서 점점 우울해지기 시작했고, 터무늬있는집에 사는 기간 동안 대부분을 우울하게 보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함께 살았던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마음 놓고 우울해할 수 있었어요. 저는 오히려 그게 너무 감사해요.
몸도 마음도 너무 무거워서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한 것 같아 같이 살았던 분들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제가 그 시기에 터무늬있는집에 살지 않았다면, 그래서 마음 놓고 우울해할 수 없었다면 저는 아마 그 시기를 잘 버텨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봉천살롱 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