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시민출자 청년주택 터무늬있는집의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20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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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터무늬레터 | 2025년 12월 24일(수) | 웹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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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늬있는집 출자자와 후원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어느덧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각자의 자리에서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계신지요?

 

근래 터무늬있는집 소식을 자주 전해드리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 컸는데, 조금 무거운 이야기로 오랜만에 소식을 전하려니 글이 잘 써지지 않네요. 이유는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회와 터무늬있는집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꽤 오랜 기간 논의를 이어온 끝에, 터무늬있는집의 여정을 마무리하기로 최종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이유와 그동안의 논의 과정, 향후 절차 등을 상세히 설명해 드리려 하니, 바쁘시더라도 이 편지를 꼭 끝까지 읽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터무늬있는집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롯이 출자자와 후원자 여러분 덕분이었습니다. 터무늬있는집의 미래를 두고 함께 고민했던 사람들 모두 이에 공감했고, 그래서 여정을 마무리하는 과정의 중심에 출자자와 후원자를 두어야 한다는 데도 이견이 없었습니다.

 

‘시민출자 청년주택 터무늬있는집’은 여러분이 계셨기에 시작할 수 있었고, 무한한 응원과 지지 덕분에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정을 마무리하는 지금, 터무늬있는집의 가장 큰 유산은 여러분과 힘을 합쳐 함께 만들어 온 ‘연대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과 함께해서 진심으로 행복했고, 따뜻했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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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늬있는집은 “세대 간 연대를 통해 청년주거 문제의 대안적 모델을 만들어보자”라는 취지에서 2016년부터 논의를 시작해 2018년 4월 서울시 강북구 번동에 첫 번째 청년 공동체주택을 만들며 닻을 올렸습니다. 선배 세대는 여윳돈을 모아 주거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주거공동체의 전세보증금을 지원하고, 청년들은 공동체로 함께 살며 지역에서 다양한 사회가치 활동을 펼치는 방식으로 협력했습니다. 

 

지금까지 총 202명의 시민출자자(개인 183명, 단체 19곳) 분들이 모아 주신 출자금은 누적으로 총 14억 2,960만 8,330원입니다. 청년 공동체주택의 보증금으로 사용된 출자금은 누적으로 총 14억 4,274만 2,580원입니다. 지금까지 19호의 터무늬있는집을 조성해 21개 청년단체 소속 약 100명의 청년이 터무늬있는집을 거쳐 갔거나 지금도 거주하고 있습니다. 

 

터무늬있는집에 살았던 청년들의 임대료 부담은 오랫동안 1인당 평균 약 10만 원대를 유지해왔습니다. 전국적으로 임대료 시세가 오르면서 가장 최근 입주한 터무늬있는집의 경우 30만 원 가까이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시세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건 확실합니다. 무엇보다 목돈이 없는 청년들에게 보증금 부담 없이 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터무늬있는집의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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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지난 8년 동안 터무늬있는집이 청년주거 분야에서 이룬 성과는 숫자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특히, 주거비용 측면에서는 민간에서 시도한 어떤 청년주거 사업모델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보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나 싶은데, 청년들의 열악한 주거 현실에 공감해 뜻을 모아준 시민출자자들의 자기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고 십시일반으로 (대부분) 무이자로 출자금을 모아준 ‘연대의 힘’이 만든 숫자입니다.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성과들도 많이 있습니다. 터무늬있는집은 세대 간 연대, 시민의 연대를 통해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하며, 공동의 선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이 시혜와 지원의 대상이 되지 않고 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출자자와 청년이 한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세대를 뛰어넘어 만들어진 관계적 자본과 사회적 연결망은 터무늬있는집이 이어질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이자 자산이었습니다.

 

또한, ‘공동체가 공유하는 공공자원(commons)’을 만들고, 그것을 시민들이 실제 경험할 수 있게 했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금융자본이 아닌 ‘시민자본’을 통해 시민 스스로 설정한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19호의 청년 공동체주택을 조성해 집이 자산축적 수단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들이 ‘커먼즈 금융지원 사업’으로 이어져 새로운 가능성을 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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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터무늬있는집에 주어졌던 사명을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닙니다.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회와 터무늬있는집 운영위원회에서 꽤 오랜 시간 고민하고 검토해 내린 결정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환경의 변화입니다. 터무늬있는집을 처음 시작했던 2018년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다행히도 청년 주거정책의 전반에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셰어하우스, 공동체주택에 대한 청년들의 선호 역시 이전과는 달라졌습니다. 또한, 전 정부 시기 많은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주택 운영사들의 역량이 누적되며 사회적경제 방식의 보다 전문적인 주거복지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터무늬있는집이 지금까지 시도해왔던 청년 주거문제 해결 방식의 한계가 분명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환경 변화에 맞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고, 무리한 전환을 시도하기보다는 우리에게 주어졌던 사명을 여기서 책임 있게 마무리하는 것이 더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결론 내리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운영상의 어려움이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사회적경제와 비영리 영역 전반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저희 사회투자지원재단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2023년 말, 사무국 규모를 최소화해야 할 만큼 운영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터무늬있는집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일에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 무렵 처음으로 터무늬있는집 사업의 종료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2024년에 ‘터무늬있는집 자립캠페인’을 통해 운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재도약할 힘을 모아 보기로 했으나, 충분할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2025년을 맞이하며 한 해 동안 본격적으로 터무늬있는집 사업의 종료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월 5일에 진행한 재단 이사회와 12월 6일의 운영위원회에서 별다른 상황의 변화가 없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터무늬있는집 여정을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시작보다 마무리가 더 어렵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마무리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무리한 연장보다는 예측 가능하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잘 마무리하는 것이 건강한 운동(movement)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이것이 귀한 마음을 모아준 출자자와 후원자, 함께 울고 웃었던 청년들,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지지하고 도움을 준 많은 분에게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막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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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사업의 특성상 터무늬있는집 사업을 지금 바로 종료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터무늬있는집은 총 7호입니다. 올해 말에 1개 주택의 계약이 종료되고, 2026년에 3개 주택이 더 종료됩니다. 최종적으로 모든 주택의 계약이 끝나는 시기는 2028년 4월입니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은 모든 주택의 계약이 끝날 때까지 시민출자기금과 터무늬있는집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이후 행정적인 절차가 모두 완료될 때까지 끝까지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출자자분들께

 

출자자분들의 출자금은 약정하신 상환일에 맞춰 모두 상환 드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미 약정된 상환일이 지났음에도 계속 출자를 유지하고 계신 출자자분들도 있고, 아직 상환일이 도래하지 않은 출자자분들도 있습니다. 개인별 출자금 상환 스케줄과 관련된 안내는 향후 터무늬제작소에서 출자자 한 분 한 분 전화로 상세히 안내해 드릴 예정입니다. 

 

다만, 출자자분들께 정중히 부탁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터무늬있는집이 있습니다. 출자금이 아직까지 전세보증금으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청년들이 마지막까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여유가 있으시다면 상환일이 도래했더라도 출자금 상환을 조금만 미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출자금은 주택 계약 종료 스케줄에 맞춰 안전하게 상환드릴 예정이니, 안심하시고 조금만 더 마음을 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후원자분들께

 

그동안 터무늬있는집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귀한 마음을 내주신 후원자 여러분 감사했습니다. 지금까지 동행해 주신 후원자분들 덕분에 편안히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고, 청년들에게도 안락한 집을 선사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터무늬있는집의 마무리 여정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금만 더 동행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터무늬있는집 사업이 완전히 종료되는 2028년 4월 터무늬있는집 후원을 종료하거나, 사회투자지원재단 일반후원자로 전환하는 것 가운데 선택하실 수 있도록 별도의 안내를 드릴 예정입니다. 

 

그럼에도 지금 바로 후원을 중단하길 원하신다면 터무늬제작소(02-322-7068, hellothemuni@daum.net)로 편하게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의 후원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으니 후원 중단에 큰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터무늬있는집 청년들에게

 

지난 8년 동안 터무늬있는집과 함께 해준 모든 청년 여러분 감사했습니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터무늬있는집도 당연히 없었을 겁니다. 터무늬있는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았던 시간이 평생 좋은 추억으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많은 시민의 협력으로 만든 터무늬있는집을 통해 경험한 ‘연대의 힘’이 여러분의 삶에서 계속 이어지고 확산되길 바랍니다.

 

아직 터무늬있는집에 살고 있는 청년 여러분, 터무늬제작소는 여러분이 마지막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거주하며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계속 힘쓰겠습니다. 터무늬있는집의 여정이 즐겁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여러분과 남은 시간 동안 더 찐하게 자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곧 함께 만날 수 있는 시간 마련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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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늬있는집의 여정이 마무리된 이후 또 어떤 여정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은 2007년 설립 이후 “지역사회에서 사회적경제의 대안적 구상과 실천을 촉진하고 지원한다”는 미션을 위해 사회적경제 현장과 함께 소통하며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사회적경제 현장의 필요가 있고, 그 필요를 함께 채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가운데 저희 재단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지금도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희년은행과 함께 진행한 ‘커먼즈 금융지원 사업’을 통해 새로운 여정의 실마리는 본 것 같습니다. 터무늬있는집의 기본 취지와 성과들을 정리하다 보니 ‘커먼즈’와 자연스레 연결되기도 하고, 지금의 한국사회와 사회적경제가 나아갈 길을 생각해 보면 커먼즈의 중요성이 크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터무늬있는집 이후의 여정은 사업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더 지속가능한 구조와 확장 가능한 사업 방식을 갖출 수 있는지도 중요한 검토사항입니다. 아직은 많은 고민 속에 있고, 더 많은 분들의 의견도 들어보아야 합니다. 내년 4월에 열릴 터무늬있는집 총회에서 기회가 된다면 함께 나눌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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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늬있는집 계약이 종료되어 퇴거할 때면 언제나 해당 주택에 살았던 청년들을 만나 간단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어떤 인터뷰에서 한 청년이 “터무늬있는집 덕분에 마음 놓고 우울해할 수 있었다”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주거비 걱정 없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터무늬있는집 덕분에 인생의 가장 우울했던 시기를 충분히 우울해하며 지나갈 수 있었다는 의미였습니다.

 

터무늬있는집은 누가 혼자 만든 집이 아니었습니다. 출자자와 후원자, 거주하는 청년,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신 많은 분이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함께 책임지고 만든 집이었습니다. 어려운 과정에서도 끝까지 신뢰를 보내주시고, 묵묵히 지켜봐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내년 4월에 마지막 터무늬있는집 총회를 진행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올해 총회를 부득이하게 하지 못해 2년 만에 여는 총회입니다. 글로 다 전하지 못한 터무늬있는집 여정의 마무리에 관한 이야기는 내년 총회에서 더 나누겠습니다. 터무늬있는집과 인연이 있는 모든 분을 뵐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남은 한 해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해피 뉴이어입니다.

 

터무늬제작소 드림

 

p.s. 터무늬있는집 여정의 마무리(사업종료)에 대해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신 분은 언제든지 편하게 터무늬제작소(hellothemuni@daum.net, 02-322-7068)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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