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늬있는집 운동의 가치가 분명함에도, 현실적으로 터무늬있는집 사업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터무늬있는집이 처음 시작할 때는 감사하게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나눔과꿈' 지원사업을 4년간 지원 받을 수 있어 운영상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눔과꿈 지원사업이 끝나는 2022년 이후의 운영상 어려움은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그동안은 재단의 사업 수익금으로 터무늬있는집 활동을 계속 지원해 왔습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재단의 상황도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생존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재단 이사회에서는 지금 상황에서 재단의 목적사업인 터무늬있는집 활동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무리이니, 출구전략(터무늬있는집 활동의 종료)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공은 터무늬있는집 운영위원회로 넘어왔습니다. 이사회 논의대로 출구전략을 찾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자립전략을 세울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운영위원들의 생각은 만장일치에 가까웠습니다. 터무늬있는집을 필요로 하는 청년들이 여전히 많고, 더군다나 지금과 같은 정책적 변화 속에서 시민의 연대에 기반하고 있는 터무늬있는집 활동이 계속 될 사회적인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운영위원회의 결의에 공감하며, 재단에서도 힘들지만 올해 연말까지는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터무늬있는집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터무늬있는집 운동의 가치는 재단에게도 그만큼 중요하기에 조금 더 힘을 써보기로 한 겁니다. 해당 기간 동안 운영위원들도 터무늬있는집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시민들의 힘을 모아 자체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터무니없는 주거현실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터무늬 있는 집을 만들어주자며 '터무늬있는집'이라는 이름을 지었던 2018년의 첫 시작이 생각납니다. 7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사회는 청년들에게 얼마나 터무늬 있는 세상이 되었을까요?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터무늬있는집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앞으로 더 나아가 보려고 합니다. 지난 7년 동안 뜻이 있는 시민들의 연대의 힘이 있었기에 18개의 터무늬있는집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어려움도 연대의 힘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터무니없는 세상을 터무늬 있게 만들고 싶은 터무늬있는집의 꿈, 여러분의 삶 속에도 이 꿈이 조금이나마 자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