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 3년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2023 터무늬제작소 총회 : 터무늬있는 밤>에 터무늬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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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동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터무늬있는집 7호)는 터무늬있는집 중에서 유일한 신축건물입니다.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할지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그냥 ‘멋’이 있습니다. 이 멋진 건물의 설계자는 바로 김현숙 건축가님입니다.
김현숙 건축가님은 삼양동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가 다 지어진 이후 시민출자자가 되어 터무늬있는집의 어엿한 가족이 되어주셨습니다. 이렇게 뜻 깊은 가족은 꼭 만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김현숙 출자자님을 찾아갔습니다. 공공건축에 관한 이야기부터 삼양동의 허름한 빈집이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로 탄생하게 된 배경, 세대주거 공감살롱을 통해 현장에 다시 방문해 본 소감까지. 터무늬있는집에 대한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는 2022년 9월 15일(목)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이엔건축사사무소 사무실에서 진행했으며 김현숙 출자자, 김수동 소장, 성승현 선임연구원이 함께 했습니다.❞ (글_이영림)
출자자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현숙) 안녕하세요. 저는 대외적인 직업으로는 이엔건축사사무소의 대표 건축사고요. 현재 연성대학교 건축과 겸임교수로 제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집에서는 아이의 엄마이면서 배우자의 아내이고, 부모님한테는 소중한 딸이면서 또 큰 며느리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건축사라는 직업을 통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공공건축가, 골목건축가, 집수리전문관 자문 활동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공공건축, 집수리 전문가는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김현숙) 쉽게 말하면 건축 전문가들이 행정 참여를 통해 지역에 도움을 주는 활동이라 볼 수 있어요. 집수리전문관 활동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집수리 지원사업을 추진할 때 상담, 초기검사, 준공검사를 하는 역할을 집수리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죠.
공공건축가 제도는 지자체에서 공공(公共)공간, 혹은 도시환경을 만들 때 초기 기획 단계부터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까지 전문가가 자문하고 살펴보도록 하는 제도에요. 제가 터무늬있는집과 인연을 맺게 된(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건축에 참여한) 삼양동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경우가 그런 것인데, 당시 10명의 공공건축가를 선정해 도시재생사업에 일부 참여하게 된 거죠.
골목건축가라는 타이틀로는 3년 동안 활동하며 조사도 하고,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될 때는 의견을 주고, 자문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영림) 본업이신 건축사 활동을 살려 사회적인 기여를 하시고 계신 거네요.
(김현숙) 네. 사실 약간의 수당이 나오기는 하지만, 공공건축가나 집수리 전문관 활동이 사실 큰 돈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공익적인 목적이 더 크기도 하고 그 부분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수동) 출자자님께서 어떤 계기로 공공건축가로 활동에 참여하게 되셨는지 좀 더 듣고 싶어요.
공공건축가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김현숙) 몇 년 전에 서울시에서 공공건축가*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어요. 당시 저는 민간의 과업만 하던 때였는데, 조금 더 공익적이면서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때였거든요. 공공건축가 활동을 통해 그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지원을 했습니다.
* 공공건축가 : 공공건축물과 정비사업의 계획 및 설계 단계에서 건축전문가를 투입해 공공성을 높이고 도시경관과 어울리는 건축문화를 이끌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제도로 서울시는 2011년 제도를 도입했으며, 2022년 현재 163명 운영 중임. 공공건축물, 정비계획 수립과 자문, 설계, 심사 등의 역할을 하며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공공건축물 사업의 전문성 향상과 디자인 제고를 도모함. 한편, 공공건축가 제도는 프랑스, 일본, 네덜란드, 영국 등 주요국에선 이미 보편화돼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서울시 홈페이지)
(김수동) 이엔건축사사무소의 홈페이지를 보니 서울 뿐만 아니라 제주도에서도 공공건축가 활동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어떤 활동인가요?
(김현숙) 민간전문가 제도인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입해 도시의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는 지자체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의식 있는 지자체에서는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시설계 혹은 도시재생사업에 활용하기도 하고요. 지역에 가보면 소수의 건설 업체가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공공건축가는 그 자체로 지역을 혁신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고향인 제주도에서의 경험
(성승현) 공공건축가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 혹은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김현숙) 제주도 공공건축가들은 그룹으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공공성 지도를 만들기도 하고, 활동을 하면서 얻게 된 아이디어를 가지고 전시회를 열거나 책을 내기도 했어요. 공공건축물 하나가 아니라 그 지역 전체를 보면서 의견을 제시했던 과정 자체가 저한테는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어요.
건축과 도시의 본질과 지속성에 관하여
(성승현) 출자자님께서 운영하고 계시는 이엔건축사사무소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건축과 도시의 본질과 지속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며, 새로운 사회문화적 가능성을 찾는 작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라는 회사소개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출자자님께서 생각하는 건축과 도시의 본질과 지속성은 무엇인가요?
(김현숙) 어려운 질문인데요 (웃음). 글쎄요, 저도 아직 건축과 도시의 본질과 지속성에 대한 답을 못 찾고 있기 때문에 그 답을 찾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썼던 것 같아요. 사람들은 도시로 모여들고 있고 도시에 정착할 때는 저마다 머무름의 이유가 있을텐데, 도시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추구하고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어요. 물리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적인 측면에서의 도시의 지속가능성도 계속 고민하고 싶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주거문제가 심각한데, 일례로 사회투자지원재단의 터무늬있는집이 이러한 부분에서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삼양동에서의 협업을 통해 더 느끼기도 했고요.
(성승현) 이엔건축사사무소 활동에 출자자님의 이러한 가치관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회사 운영에 있어서 나름대로 가지고 계신 지향점이나 원칙 같은 게 따로 있을까요?
(김현숙) 공급하는 입장에서 디자인이나 원칙을 이용자에게 강요하기 보다는 사용할 사람들의 얘기를 잘 들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공공건축이라 하면 한 사람을 위한 건축이 아니니 특히 관여된 많은 이들의 얘기를 듣곤 하는데요. 듣다 보면 어느 순간 구슬을 꿰듯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건축사 입장에서 다른 입장이 있더라도 우선은 사용자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물은?
김현숙 출자자님이 참여한 369성곽마을 예술공방과 사랑방 (서울시 성북구 위치) (출처 : 이엔건축사무소)
(성승현) 지금까지 참여하셨던 건축물 중에 가장 기억에 남거나 혹은 출자자님이 지향하는 철학이 가장 잘 담겨있는 건축물은 어떤 건가요?
(김현숙) 맨 첫 번째 했던 공공건축물인 369마을 작업이 기억에 남아요. 4개의 공공주택을 리모델링해서 주민공동이용시설로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제가 담당한 건 마을사랑방과 예술공방을 리모델링 한 작업이었어요. 10평~20평 남짓 되는 단독주택들을 도시재생사업으로 진행한 것인데, 원래는 재개발 계획이 있었지만 주민들이 반대해 무산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만큼 주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반영했고요. 공사 자체도 어려운 작업이었던 게 계단을 올라가 제일 끝단에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거였는데 접근성이 안 좋아 자재를 수작업으로 옮겨야 했거든요. 어렵게 완성된 공간에서 주민들이 모이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사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민원성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무원들의 역할을 우리가 대신 하고 있는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공사하는 와중에도 많은 변화를 요청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살아있는 공간이 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과정이 쉽지 않더라도 충분한 소통을 통해 의사결정 과정에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해야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공간을 사용하거나 운영할 수 있게 되는 거 같아요.
삼양동의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를 함께 만든 경험
터무늬있는집 희망아지트 삼양동 신축 과정을 설명 중인 김현숙 출자자
(성승현) 출자자님께서 삼양동의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를 설계하고, 감리하는 역할을 하셨잖아요. 이후 서울시에서 빈집을 활용한 청년주택으로 언론에 많이 회자되기도 했고요. 그 때의 경험을 좀 듣고 싶습니다.
(김현숙) 삼양동에 있는 희망아지트는 서울시의 빈집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된 신축 주택입니다. 처음에 가보니 폐가 그 자체였어요. 주변에는 쓰레기가 쌓여있고, 보통의 빈집들이 그렇듯 저녁에는 좀 음산한 기운이 돌기도 했고요. 제가 희망아지트 작업을 맡으며 가장 바랐던 것은 마을에 어울리면 좋겠다, 그리고 이 건물이 거대한 장벽같이 되게 하지는 말아야 겠다는 거였습니다. 올라와 있는 지형을 활용해 두 동으로 기획하게 되었고, 청년 공유주택으로 활용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러려면 먼저 이 곳에 살게 될 청년들의 이야기를 좀 많이 듣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당시 강북구에서 활동하던 터무늬있는집 청년팀인 로컬엔터테인먼트협동조합, 그리고 민달팽이유니온을 만나 청년들의 욕구를 듣고 설계에 반영하려고 함께 진행을 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도로에 차량 진출입로가 없어 공사차량의 접근이 쉽지 않았고, 이를 강북구와 조율해 행정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거에요. 다행히 앞에 있는 민간 주차장을 임대해 장비를 투입하긴 했지만, 다 민간 대지로 둘러싸여 있어 건설하는 작업도 쉽지 않고, 인허가 과정도 굉장히 복잡했던 기억이 납니다.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삼양동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는 장기간 방치되어 있던 빈집을 철거한 후 청년주택으로 탈바꿈한 공공임대주택이다. 서울시는 2019년부터 노후화된 건축물, 지역 쇠퇴,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마을의 도시재생을 위해 빈집을 신축 또는 리모델링하여 청년주택, 신혼부부 주택, 커뮤니티시설 등으로 활용함으로써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양동 청년주택과 인근의 청년거점시설은 이 새로운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첫 번째 사업이다. 공공에서 추진하는 임대주택이지만 대규모의 획일적인 건물이 아니라 지역만의 고유한 특성을 담아내어 마을과 어울리는 건물을 계획하고 싶었다. 구릉지 마을의 경사지형을 존중하여 마당, 각 층의 테라스, 옥상 등의 다양한 레벨에서 여러 행위와 이벤트가 일어나도록 내외부 공간을 연결시켰다. 그리고 오래된 골목길처럼 우연한 만남이 있고 안부를 물으며 서로의 일상을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실내의 개별 방들은 개인의 독립된 공간이지만 공유식당, 모임공간, 창업 취미공간, 커뮤니티계단 등은 거주자들끼리 소소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그동안 방치되었던 빈집의 어둡고 위험한 공간이었던 것과는 달리, 주변과 어울리면서 밝고 따뜻한 느낌이 들도록 마감재료의 선정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이렇게 꾸며진 공간 속에서 청년들이 마을에 정착하고 소통하면서 지역 환경을 활기 있게 변화시키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 이엔건축사무소 endesign.co.kr) |
터늬있는집 세대주거 공감살롱으로 삼양동을 다시 찾은 소감
(성승현) 이번에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1층에 있는 삼양청년회관에서 진행한 ‘세대주거 공감살롱’에 참여해주셨는데요. 덕분에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의 입주자들도 만나고, 입주자들이 살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셨을 것 같습니다. 입주자들이 실제 사는 모습 보니 어떠셨나요?
(김현숙) 이번에 방문해서 주택 1층에 삼양청년회관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처음 확인했어요. 그 공간을 주민공동이용시설로 기획할 때 청년들의 재택 업무공간이나 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 행사공간 등으로 기획했는데 터무늬있는집 행사를 그 곳에서 한다니 너무 반갑고 좋았습니다. 행사 때 주택 라운딩을 통해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주거 공간을 둘러보면서 청년들이 잘 활용해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던 것도 너무 기뻤습니다.
(김수동) 건축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시민출자자로도 이렇게 터무늬있는집에 참여를 하고 계신데, 어떤 계기와 마음으로 출자를 하게 되셨나요?
(김현숙) 그때 설계를 하면서 사회투자지원재단과 터무늬있는집 사업을 처음 알게 됐어요. 외국에는 없는 전세제도를 활용해 보증금을 시민이 함께 부담하고 청년들에게 적은 주거비로 제공한다는 게 정말 좋은 주거대안 중 하나라 생각해 출자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출자하고 싶은 마음은 그때부터 있었는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시간이 흘러 올해 드디어 출자를 하게 되었고요. 사실 조금 늦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 큰 돈이 아니기도 하고요. 또, 출자라는 방식이 기부보다는 부담이 덜하기도 해요.
2022년에는 청년주거포럼을 유튜브로 함께 보며 정말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건축가가 개입되지 않은 영역에서 다방면에서 주거문제를 대안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이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도 여러 방법으로 사회문제,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생각해봐야겠다는 영감도 얻었고요. 저는 프랑스에서 공부를 했는데 유럽 같은 경우 공공임대주택이 잘 확보되어 있고 질 좋은 사회주택도 많이 조성되어 있는 편이거든요. 우리도 공공에서 계속 지원과 홍보를 함께해 다양한 대안적 주거모델이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영림) 건축 분야에서 꿈을 꾸고, 직업 활동까지 하시게 된 게 어떤 특별한 주거경험이 있으셨기 때문일까요?
(김현숙) 가족 중에는 건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제가 학생 때는 건축가가 그렇게 선호하는 직종이 아니기도 했고요. 어릴 때는 예술 쪽에 관심이 많았는데 직업적으로 이를 표출할 수 있는 게 어떤 게 있을까 찾으면서 디자인, 그 중에서도 건축 분야를 전공하게 됐어요. 집도 지어보고 싶고, 주변 환경도 바꿔보고 싶은 마음에 건축가를 지망하게 됐던거 같아요. 대학 이후 프랑스로 유학을 갈 때는 미에 대한 기준을 알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미적 기준에 대한 연구를 해보고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 건축의 기술이나 미적인 측면보다는 도시를 기반으로 건축을 풀어내더라고요. 그래서 이후 저도 도시환경에 관한 공부에 좀 더 집중하게 되었고요.
터무늬있는집 세대주거 공감살롱 1회차 (여는 한마당)
터무늬있는집 세대주거 공감살롱 2회차(넘나드는 사람책)에서 희망아지트 설계 경험을 나누고 있는 김현숙 출자자
터무늬있는집과 출자 운동을 함께 고민하는 것으로 마무리
(김수동) 출자자님께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그간 터무늬있는집은 관계 기반의 출자를 많이 해왔는데요. 출자운동의 확산 측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2022년 하반기 출자자 설문조사를 통해 출자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출자운동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까 여쭙기도 했고요. 출자를 하신 입장에서 내가 만약 누군가에게 터무늬있는집 출자를 권유한다고 하면 어떠실지 궁금합니다.
(김현숙) 솔직히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출자를 권유할 생각은 못해봤습니다. 누군가에게 재정적인 기여를 권하는 것 같아 선뜻 그러지 못했는데, 이번에 주거포럼을 비롯해 여러 활동에 참여하면서 이러한 활동에 관심있어 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럽에서는 사회주택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한 달에 5만 원씩 미리 출자해 입주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한 아이디어로 출자자가 되었을 때 전반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같은 걸 고민해보면 쉽게 접근할 수도 있고, 출자운동도 확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영림) 김현숙 출자자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삶의 이야기가 있는 공간, 소통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 이웃과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세대주거 공감살롱, 터무늬있는집 FGI, 출자자 인터뷰로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 해주신 데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터무늬있는집도 출자자님과 함께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터무늬제작소 식구들과 김현숙 출자자
(주)이엔건축사사무소 블로그에 올라온 김현숙 출자자님의 후기 나눔
터무늬제작소에서 주최한 ‘세대주거 공감살롱’ 두 번째 행사가 강북구 삼양청년회관 2관에서 열렸다. 우리 이엔건축사사무소에서 설계와 감리를 했던 건물이다. 준공 후 건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일이 없다가 행사가 있다고 하니 내심 기대하는 마음으로 찾아갔다. 거주자들의 불만이 있을까봐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중략) 각 세대별로 주거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나누고 난 뒤 청년들이 살고 있는 주택 내부를 둘러볼 시간을 가졌다. 많은 제약과 한계로 설계가 쉽지 않았던 건물이다. 너무 좁다고 불평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작은 공간들을 알뜰히 사용하며 만족해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청년들과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설계하려고 노력했었다. 건축법이나 기술적인 면은 전문가인 건축사사무소에서 더 잘 제안할 수 있겠으나, 사람들이 사는 모습들이 똑같지 않기에 개별 공간의 계획은 이미 공유주택에 살아보았던 청년들의 의견을 귀기울여 들으려 했다. 다양한 유형의 주택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편안한 일상을 가져다 주는 주거 대안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주거문제를 사회적으로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터무늬제작소에 응원을 보낸다. #터무늬있는집 #터무늬있는희망아지트 #세대주거공감살롱 #이엔건축사사무소 #공유주택 #주민공동이용시설 2022. 9. 5. |
[외부기고_청년허브] 시민이 만드는 청년의 집, 터무늬있는집(20221209)
시민이 만드는 청년의 집, 터무늬있는집
‘세대 담론’은 한국 사회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있어 ‘세대’라는 관점이 유효한가에 대한 논쟁을 말한다. 청년주거 의제는 이러한 세대 담론의 연장선에 있다. 주거문제는 특정 세대만이 아닌 전 세대의 문제인데, 유독 청년세대의 주거문제를 특별하게 취급할 이유가 있는가? 주거문제에 있어 청년을 따로 떼어 보는 것은 정당하고 공정한가? 청년주거운동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담론 역시 갈라치기를 좋아하는 정치인들의 프로파간다에 의한 결과물은 아닐까?
본 원고의 목적은 엄밀한 학술적 분석보다는 청년주거 의제를 가지고 활동하는 특정 시민운동의 사례를 통해 위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찾아보는 데 있다. 특별히 시민출자 방식으로 청년주거 문제의 대안을 만들어 가고 있는 터무늬있는집 시민출자운동의 사례를 살펴보려 한다. 이를 통해 청년주거 이슈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지, 청년주거운동은 앞으로 무엇에 더욱 집중해야 할지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터무늬있는집 시민출자운동이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자.
1) 청년들과 함께 살기 시작한 빈민운동가
터무늬있는집 시민출자운동의 단초는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장인 김홍일 신부(대한성공회)의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 나왔다. 1986년 9월, 당시 신학생이었던 김홍일 신부는 노원구 상계동 달동네 판자촌의 작은 전세방 한 칸을 빌려 ‘나눔의 집’을 만들고, 이후 약 20여 년간 빈민운동가의 삶을 살았다.
이후 나눔의 집을 떠나 기독교 영성운동과 일반목회 활동을 이어가던 김홍일 신부는 2015년도에 광진구 자양동에서 지역 사회선교를 위한 거점으로 쓰리룸 전셋집을 얻어 ‘숨과 쉼’이라는 이름을 짓고, 당시 자취방을 전전하던 교회 청년 3명과 함께 공동체로 살기 시작했다.
청년들과 함께 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청년들과의 접촉면이 늘어났다. 숨과 쉼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기도 하고, 오갈 데 없는 청년들이 짧게는 하룻밤부터 길게는 1~2개월을 머물다 가는 쉼터가 되기도 했다. 김홍일 신부는 ‘숨과 쉼’에 찾아오는 청년들과 대화하면서 취업, 주거. 결혼, 부모와의 갈등, 성(性) 정체성 문제 등 청년세대가 겪는 여러 삶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
김홍일 신부는 나눔의 집을 처음 시작했을 때를 떠올리며, 청년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새로운 빈자(貧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청년들을 바라보니 주거문제야말로 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하고 절박한 삶의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주거문제만 해결된다면, 청년들은 여러 삶의 문제를 스스로 하나씩 해결해 나갈 역량이 충분해 보였기 때문이다.
2) 뜻 있는 신자들의 도움으로 마련한 전세보증금
청년들을 위한 집 만들기에 본격 돌입했다. 삶의 고민을 안고 찾아오는 많은 청년들을 수용하기에 자양동의 작은 쓰리룸 전셋집은 너무 작았다, 최소한 남자 청년들과 여자 청년들이 서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독립적이고 분리된 주거공간이 필요했다.
때마침 자양동 주택의 전세 계약 기간 만료가 다가오고 있기도 했다. 문제는 전세보증금이었다. 자양동의 전셋집은 김홍일 신부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세보증금에 교회에서 지역선교 목적으로 조성한 기금 일부를 더하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보증금이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이 하나도 없었다.
이런 사정을 들은 교회 신자 중 한 분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여윳돈 중 일부를 전세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잠시 빌려주겠다고 나섰다. 전세 기간 만료 후 원금만 제대로 상환해주면 되고, 이자는 따로 받지 않겠다는 조건이었다. 한 사람의 선한 의지가 또 다른 이의 선한 의지를 끌어내는 지렛대 역할을 했다. 또 다른 신자들이 출자약정 형태로 전세보증금을 지원해주겠다고 나섰고, 그렇게 총 7명의 청년이 살 수 있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3) 청년주거, 시민의 힘으로!
김홍일 신부는 시니어 세대의 도움으로 청년들과 함께 살 집의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상상을 하게 되었다.
청년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가장 큰 애로사항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보증금을 마련하는 일이다. 월셋집을 구하려 해도 서울에서는 최소 1천만 원 이상의 보증금이 있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축적된 자산이 없고, 부모의 도움도 받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1천만 원은 매우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반면, 저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약간의 여윳돈이 있는 기성세대에게 청년들의 주택보증금 마련을 위해 일정 기간 여윳돈을 빌려주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은행에 예치했다면 받을 수 있었을 약간의 이자를 기부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세 계약의 안정성만 확보된다면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도 없다.
김홍일 신부는 이러한 청년세대의 어려움에 공감하여,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약간의 여윳돈을 빌려줄 수 있는 시니어 세대를 찾아보기로 했다. 주거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시니어 세대와 연결해주기만 하면 매우 의미 있는 청년주거운동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소문을 내자 곧 십여 명의 관심자가 모였다. 2017년, 몇 차례의 모임을 통해 운동의 구체적인 윤곽을 잡았다. 2018년 4월, 강북구 번동의 허름한 월셋집에서 모여 살며 동네에서 이런저런 작당을 하고 있던 청년들을 위한 전셋집을 마련했다. 1억 2천만 원의 전세보증금은 전액 시민들이 모은 출자금으로 충당했다. 그렇게 터무늬있는집 1호가 탄생했다.
4) 터무니없는 주거 현실에서 시민들이 피운 꽃, 터무늬있는집
사업 준비단계에서 본 사업의 이름을 ‘터무늬있는집’으로 짓게 되었다. ‘터무늬있다’는 말은 중의적인 표현이다. 먼저, 터무니없는 주거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시민들이 힘을 모아 청년들이 부담가능한 수준의 터무니 있는 주거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의미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집이 하나의 좋은 ‘터’가 되어 청년들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며, 이 터에서 지냈던 시간이 이후 청년들의 삶에 지워지지 않는 ‘무늬’로 남기를 바란다는 의미도 있다.
2018년에 강북구 번동에서 첫 번째 터무늬있는집이 만들어진 이후 2019년까지 총 4호의 터무늬있는집이 만들어졌다. 4호까지는 대부분이 민간전세 시장에서 터무늬제작소가 직접 계약을 통해 청년들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형태였으며, 약 4억의 출자금이 매칭되었다.
호수 | 위치 | 주택구분 | 입주단체 | 입주일 |
1 | 강북구 번동 | 민간전세 | 로컬엔터테인먼트협동조합 | 2018년 4월
(계약종료) |
2 | 부천시 원미구 | 민간전세 | 모두들청년주거협동조합 | 2018년 11월
(계약종료) |
3 | 강북구 번동 | LH사회적주택 | 로컬엔터테인먼트협동조합 | 2018년 12월 |
4 | 경기도 시흥시 | 민간전세 | ㈜플레오(PLEO) | 2019년 11월 |
5 | 성북구 정릉동 | SH희망아지트 | 성북청년시민회 | 2020년 6월 |
6 | 관악구 봉천동 | SH희망아지트 | 봉천살롱, 도토리공작소 | 2020년 10월 |
7 | 강북구 삼양동 | SH희망아지트 | 디어마이프렌드, 온파,
패밀리파머스, 창작집단 작당 |
2020년 12월 |
8 | 은평구 불광동 | 민간전세 | 소이프 | 2021년 1월 |
9 | 강북구 미아동 | SH희망아지트 | ㈜안무서운회사 | 2021년 1월 |
10 | 강북구 미아동 | SH희망아지트 | ㈜안무서운회사 | 2021년 1월 |
11 | 종로구 옥인동 | SH희망아지트 | 사일런트메가폰 | 2021년 9월 |
12 | 은평구 녹번동 | 민간전세 | 은평교육문화협동조합 | 2022년 2월 |
13 | 강북구 수유동 | SH희망아지트 | 해당사항없음 | 2022년 4월 |
14 | 도봉구 쌍문동 | SH희망아지트 | 청년일상예술연대 차차 | 2022년 5월 |
빈집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던 서울시에서 2019년도부터 터무늬있는집 모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해당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SH공사가 보유한 빈집 자산을 리모델링한 뒤 시민출자금과 매칭하여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는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사업을 제안한 것이다. SH공사와 터무늬있는집은 꽤 오랜 시간 밀도 깊은 논의를 이어갔고, 2020년 6월 성북구 정릉동에서 첫 입주의 결실을 맺었다. 이후 현재까지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사업을 통해 총 8호의 터무늬있는집 조성이 이루어졌다.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는 오랜 시간 동네의 흉물로 방치되어 있던 빈집을 리모델링해 동네의 분위기를 바꾸고, 청년들이 거주하며 지역에서 다양한 공익적 활동을 통해 지역활성화를 도모하는 사업이다. 시민출자금 매칭을 통해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SH공사의 전문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양질의 주거환경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공공과의 협업을 통해 민간전세 주택 대비 시민출자금 소요액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1인당 주거비는 약 10만 원 내외로 매우 저렴하고, 거주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이외에도 터무늬있는집에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주택이 2호 운영되고 있다. 최근 중요한 사회적 이슈인 자립준비청년 문제에 관심이 있는 민간 공익재단과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었다. 공익재단은 주택의 보증금 혹은 월세를 지원하고, 이를 기존의 시민출자금과 매칭해 주택을 조성한다. 자립준비청년 지원단체는 입주자들의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식으로 터무늬있는집은 다양한 주체와의 사회적 연대, 그리고 사회적 자원 활용을 통해 주거불안에 처한 청년들을 지원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1) 시니어 세대와 청년 세대가 함께 만드는 세대협력형 청년주택
터무늬있는집의 첫 번째 특징은 세대협력에 기반한 청년주택이라는 것이다. 터무늬있는집은 청년 주거문제 해결에 뜻이 있는 선배 세대(시니어 세대)가 자발적으로 출자한 기금으로 청년들에게 저렴(1인당 평균주거비 10만 원 내외)하면서도 양질의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세대협력형 시민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터무늬있는집의 시민출자자와 청년입주자는 흔히 이야기하는 기부자와 수혜자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터무늬있는집은 일반적인 청년주택과 다르게 청년 개인 단위로 입주하지 않는다. 지역에서 공익적 활동을 하는 청년단체를 입주단체로 선정하고, 해당 단체에서 활동하는 구성원들이 해당 주택에 입주해 공동체로 생활한다. 그런 차원에서 시민출자자와 청년단체는 함께 지역운동을 하는 동등한 관계로, 그리고 지역에서 함께 힘을 모아 청년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의 협력자로서 위치한다.
대한민국에서 주거문제는 세대갈등을 만드는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부동산이라는 물적기반을 토대로 안정적인 삶을 꾸리고 있는 시니어 세대와 근로소득만으로는 평생을 모아도 집 한 채 사기 어려운 구조속에서 내 집 마련은 꿈도 꾸기 힘든 청년 세대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터무늬있는집은 이런 간극을 세대협력형 청년주택이라는 방식을 통해 좁힐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2) 개인의 취약함이 아닌 공동체의 비전을 지원하는 청년주택
터무늬있는집의 두 번째 특징은 입주자 선정에 있어서 소득 및 자산심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공의 지원을 통해 만들어진 청년주택은 필자가 아는 한 대부분 소득 및 자산심사를 통해 입주자를 선발한다. 그리고 소득수준에 따라 임대료 수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입주자 선정방식은 입주자 선정 과정에서 청년 개개인의 자존감을 낮추고, 낙인효과를 발생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터무늬있는집은 개인의 소득이나 취약함을 평가하지 않는다. 대신, 터무늬있는집 입주를 희망하는 청년단체가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터무늬제작소 차원에서 해당 청년단체가 지역에 정착하여 성장할 수 있는 지원 방법을 함께 찾는 방식으로 입주단체를 선정한다.
2020년도에 터무늬있는집 사회 가치 성과측정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에 터무늬있는집 입주자들의 소득수준을 조사했었다. 흥미로운 건 별도의 소득 및 자산심사를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대부분의 입주자가 공공에서 적용하는 청년주택 입주기준에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이다. 청년의 자존감을 낮추고 낙인효과를 발생시키는 소득 및 자산심사가 얼마나 불필요한 행정비용인지를 알 수 있는 결과였다.
3) 당사자의 주체성에 의해 운영되는 청년주택
터무늬있는집의 세 번째 특징은 당사자 중심의 운영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각 청년단체가 입주한 터무늬있는집의 운영과 관리는 모두 해당 청년단체에 의해 자치적으로 이루어진다. 청년 개인이 입주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이미 활동을 하고 있었고, 구성원들 사이에 관계성이 있는 청년단체가 입주하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다.
주택사업에 있어서 시설물을 관리하고, 입주자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며, 주택운영에 대한 입주자의 컴플레인을 처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이를 위한 인력을 따로 배치하게 되면 모든 것이 비용이 되어 입주자의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커뮤니티 운영에 있어 최선은 입주자들이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다. 터무늬있는집은 이 모든 과정을 당사자들의 주체성과 공동체성으로 해결하고 있다.
또한, 터무늬있는집은 입주청년과 시민출자자 중심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있으며, 사업과 관련된 모든 결정은 운영위원회에서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터무늬있는집의 주요 운영에 청년단체와 시민출자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 청년주거포럼과 세대주거 공감살롱
터무늬제작소와 터무늬있는집 입주단체인 ‘성북청년시민회’, ‘봉천살롱협동조합’, ‘해당사항없음’은 ‘터무늬있는집 청년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주관한 ‘2022 청년 의제별 네트워크 지원사업 <N개의 연결>’에 선정되어 지난 7개월간 사업을 수행했다.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크게 두 가지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첫 번째는 ‘터무늬있는집 청년주거포럼 : 청년들의 꽤 괜찮은 함께 살기’였다. 청년주거라는 의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 및 그룹을 초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요즘 청년세대에게 필요한 주거 의제를 찾아보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다.
두 번째는 ‘세대주거 공감살롱 : 그럼에도 혼자가 아니라서’였다. 시니어 세대와 청년 세대가 함께 모여 서로의 주거 경험과 집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차이와 공통점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세대의 차이를 넘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거 의제를 찾아보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다.
회 차 | 일 시 | 주 제 | 발 표 자 |
1회차 | 7월 14일(목) | 청년주거권 운동의 오늘과 내일 | 지수 위원장
(민달팽이유니온) |
2회차 | 7월 28일(목) | 또 다른 가족, 소셜패밀리의 탄생 | 장신재 대표
(선녀방) |
3회차 | 8월 18일(목) | 다양한 삶, 다양한 선택, 다양한 사람 | 조만성 대표
(다다다협동조합) |
4회차 | 8월 30일(화) | 하나의 지붕 아래 크고 풍요로운 집 | 하진수 이사
(맹그로브(MGRV)) |
5회차 | 9월 13일(화) |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 | 돌김 대표
(책방시점) |
6회차 | 10월 26일(수) | 1인 가구의 주거, 그리고 공동체 | 안현찬 박사
(서울연구원) |
회 차 | 일 시 | 주 제 | 주관 단체 |
1회차 | 8월 23일(화) | 여는 한마당 | 성북청년시민회 |
2회차 | 8월 27일(토) | 넘나드는 사람책 | 해당사항없음 |
3회차 | 9월 3일(토) | 몸과 마음으로 만나기 | 봉천살롱협동조합 |
4회차 | 9월 5일(월) | 닫는 한마당 | 성북청년시민회 |
2) 사회적 가족, 다양한 삶, 1인 가구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청년주거포럼과 세대주거 공감살롱을 진행하면서 도출된 청년주거 의제는 ‘사회적 가족’, ‘다양한 삶’, ‘1인 가구’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사회적 가족이다. 청년주거포럼 5회차에서 책방시점 돌김 대표는 비혈연 가족 3인이 함께 집을 짓고 사는 과정에서 세 사람이 가족으로 인정되지 못해 경험한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혈연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정책적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내용과 함께 사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경조사 휴가를 받을 수 없어 경조사를 함께 할 수 없었던 내용이 특히 와닿았다.
청년주거포럼 2회차에서 선녀방의 장신재 대표는 ‘선함’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 선녀방의 하우스 메이트를 ‘우리가 선택한 가족’이라고 표현했다. 혈연가족은 내가 선택한 가족이 아니지만, 선녀방에 사는 하우스 메이트들은 서로가 동의하는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본인들이 직접 선택해 함께 살게 되었기 때문에 혈연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지금의 청년세대는 혈연가족, 혹은 정상가족 체제를 넘어서는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고, 실제로 그것이 다양한 주거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을 혈연가족과 동등한 가족의 단위로 인정해주고, 정상가족 중심의 사고 체계를 넘어서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또한 정책적으로도 정상가족 중심의 주택정책을 넘어서서 다양한 가족 형태로 함께 거주하기를 원하는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다양한 삶이다. 청년주거포럼 3회차에서 ‘다다다협동조합’의 조만성 대표는 대학 진학을 선택하지 않는 청년들이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주택정책에서 얼마나 소외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었다. 예를 들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정책의 혜택을 보기 어렵고, 또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회초년생의 범주에도 들기 어려워 일반적인 청년주거 정책의 혜택에서도 빗겨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주거정책은 지원 대상을 범주화하여 설계되어 있는데, 그 범주 또한 사회가 바라는 표준적인 시민상에 기반해 짜여 있다. 어떤 삶을 선택한 누구라도 혜택을 볼 수 있는 보편적인 방향으로 주거정책이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청년주거포럼 4회차에서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의 하진수 이사는 개인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공간만 개인이 사용하면서 1인당 1평씩을 모아 공용공간을 최대한으로 확보해 모든 입주자들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코리빙 하우스의 사례를 이야기해주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코리빙 하우스를 규정하는 법체계가 미비해 이러한 주거형태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 번째는 1인 가구다. 청년주거포럼 6회차에서 서울연구원의 안현찬 박사는 1인 가구 조사 통계를 바탕으로 1인 가구 주거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서울시 1인 가구는 총 139만 가구로 서울시 전체 가구의 약 33%를 차지할 정도로 전체 가구 구성에 있어 주류화되고 있다. 1인 가구는 더 이상 소수가 아니며 이제는 누구나 인생의 한 번은 1인 가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안현찬 박사는 1인 가구로서 기본적인 삶이 보장될 때 모두의 삶이 안전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대주거 공감살롱’에서도 1인 가구는 시니어 세대와 청년 세대를 구분 짓지 않고 매개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였다. 현재는 1인 가구 가운데 청년 세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인구감소나 고령화 추세를 생각하면 중장년과 노년 1인 가구의 비율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1인 가구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기존 주택정책에서 1인 가구의 삶에 맞지 않는 부분은 계속해서 개선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지난 11월 15일 저녁, 힙지로라로 불리는 젊은이들의 거리 을지로 한 켠의 작은 공간에서 이번 사업을 정리하는 FGI를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석자들과 청년주거운동을 하는 활동가, 그리고 시니어 세대가 함께 모인 자리였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무엇보다 전세사기를 당한 어느 청년 참석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청년들은 주택시장에서 언제나 가장 약자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세입자 보호정책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할 정도로 취약한데, 처음 홀로서기를 하는 청년들은 세입자로서 자신의 보금자리를 찾는 모든 과정이 낯설고, 세입자로서 어떻게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최근 전세사기(전세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심각한데, 피해자의 대부분은 청년 세대다. 청년주거운동이 여전히 유효한지 물었던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보면, 그 답이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청년주거운동의 필요성과 그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청년주거 문제는 한국 사회의 주거취약층과 세입자 보호정책이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볼 수 있는 리트머스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년주거포럼’과 ‘세대주거 공감살롱’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는 청년들의 삶에서 드러난다. 그들의 삶의 변화를 계속 관찰하고, 변화된 삶의 양식에 맞는 주거정책을 만드는 것은 향후 10년, 20년 뒤 우리나라 주거정책이 얼마나 보편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결정이다. 역시나 청년주거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의 주택시장에서 공공영역과 민간영역 이외의 선택지는 없다. 공공영역에서 제공하는 주택의 경로를 취하거나, 아니면 부동산을 투자와 투기의 대상으로보는 민간영역의 경로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시민들이 힘을 모은다면 이러한 제한된 선택지는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다. 터무늬있는집은 그러한 변화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미약하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더 많은 시민들이 터무늬있는집 시민출자운동에 동참해주기를 바란다.
❝도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는 ‘브리크매거진(Brique Magazine)’의 대표인 정지연 출자자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매거진을 만든 이야기를 시작으로 도시와 공간, 사람,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출자자님만의 철학을 공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콘텐츠 제작자와 출자자 관점에서 바라본 터무늬있는집에 관한 솔직 담백한 제언, 응원, 찐 애정을 듣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는 2022년 8월 5일(금) 성수헤이그라운드 브리크매거진에서 진행했으며, 김수동 소장님과 함께 했습니다.❞ (글_이영림)
출자자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지연) 안녕하세요. 저는 도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을 콘텐츠로 만들고 있는 브리크매거진의 대표 정지연입니다.
‘도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지연) 저는 인문사회학 분야 미디어 전공이에요. 브리크 매거진을 만들기 전 신문사 기자로 있을 때에는 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사회와 사람,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고민하고 찾아서 콘텐츠로 만들었습니다.
(김수동) 신문 기자 생활을 하셨군요. 콘텐츠 제작자로 나서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 같은데요. 특히 비전공자가 건축이라는 상당히 전문 분야의 콘텐츠를 만들고 계시잖아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어릴 적 경험과 사람에 관한 관심으로 만들게 된 콘텐츠
(정지연) 글쎄요…. 계획대로 했다기 보다는 운명이구나 하고 달려왔던 거 같아요. ㅎㅎ
아주 어릴 적부터 생각해보면 저는 많이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 글을 쓰는 문인을 꿈꾸던 소녀였어요. 어린 시절 부모님 일 때문에 이사를 무척 많이 다녔어요. 통영, 진주, 울산 등으로요. 그래서 물리적 환경의 변화를 많이 겪었죠. 생각해보면 화장실도 없는 집도 있었는데, 그런 동네와 분위기 속에 느껴왔던 저만의 감수성이 있었죠.
여고 때는 독서반, 문예반을 하며 다큐멘터리 시나리오를 썼는데, 그때부터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기록하고 남기는 걸 좋아했어요. 대학 시절에는 다큐멘터리 PD를 하려고 신방과를 갔었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방송국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상업적인 일이라 이상과는 달랐어요.
정보통신 분야 신문 기자 활동을 하며 더욱 주목하게 된 건, 사람
(정지연) 이후 정보통신 분야에서 신문 기자 생활을 시작했는데요. PC통신 시절에 입사하고, 스마트폰 시절에 퇴사하며 마쳤어요. 그만큼 기술이 급변하는 시대 한가운데 있었달까요. 그 속에서 기술이 얼마나 빠르고, 얼마나 대단한 변화를 만들어냈는지에 주목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의 발달이 빠를수록 양극화가 더 커지는 걸 목격했어요.
한번은 기자 생활 중에 국책연구원에 계시는 박사님을 만났는데 그분이 제게 진짜 좋은 기술은 빠르거나 최고의 기술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유익한 적정기술이라고 말씀한 것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요.
❝
제가 지금 만들고 있는 브리크매거진도 적정기술과 닮아있어요.
크고 멋있는 건축물이 아니라 도시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적정 건축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삶을 함께 담아내는 거죠.
❞
정보의 변화와 인구변화에 주목
(김수동) 브리크매거진이 지금은 틀을 갖춘 콘텐츠이지만 도시, 사람, 생활양식을 콘텐츠로 풀어내고 사업을 추진할 때는 특히 주목하셨던 지점이 있었을 거 같은데요. 어디서 인사이트를 얻으셨나요?
(정지연) 제가 주목한 건 두 가지였어요. 인구 구조의 변화와 미디어의 변화, 또 하나는 인구 구조의 변화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주거의 형태 등 공간의 변화가 커질 것이라는 것이에요. 즉, 젊은층이나 노년층이나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우리 사회에도 공간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그런 변화와 시도들을 담아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두 번째는 현대사회는 정보를 독점해서 공급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정보를 가지고 있으니, 그 정보를 잘 모으고 어떻게 잘 정리해 전달하는지가 중요해졌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종이책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 SNS 등 다양한 채널을 운용했어요.
적정한 집에 대하여
(이영림) 적정한 집 컨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요.
(정지연) 사실 처음에는 라이프스타일이 멋있거나, 멋있는 집에 주목하기도 했어요. 만들다 보니 전원주택을 멋있게 지어 100세까지 산다는 게 과연 모두에게 가능한 걸까 자문하게 됐어요. 이후 개편을 거치며 전원 속에서 집짓기가 아니라 도시에서 적정한 집, 적정 건축, 사회와 삶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콘텐츠를 만드는 쪽으로 집중하게 됐어요.
(김수동) 창업 이후 5년간 대략 20권 정도의 책을 만드셨네요. 그중 브리크매거진은 12권이고. 주제를 보니 이를 한데 모아 한 권의 책을 써도 과거와 현재의 흐름이 쭉 나오겠어요. 듣다 보니 대표님의 그간 업력과 경험이 축적된 게 브리크매거진으로 나온 거네요.
(정지연) 쉽지는 않았어요. 특히 뭘 해야 할지 선택해야 했던 순간이 있었고요. 부동산 정보, 자재 정보를 담아낼 것이냐, 멋있는 전원주택을 보여줄 것이냐, 아파트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등등 여러 고민이 있었는데 결국에는 저한테 맞고 독자가 원하는 게 무얼까 고민하다 보니 도시, (적정) 공간, 사람,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는 지금의 형태를 갖췄네요. 제가 건축가가 아니니 건축가들이 만든 사례를 가지고 다양성, 특히 도시라는 환경에서 주거의 다양성을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브리크매거진은 Near my home이나 Stay here과 같이 테마를 잡아 기획특집을 담아낸다.❞
터무늬있는집에 출자하게 된 계기
(정지연) 여윳돈이 많아 출자한 건 아니고요 ^^; 사실 터무늬있는집의 프로세스가 궁금해 출자하게 되었어요. 터무늬있는집 이야기를 듣고 브리크매거진과의 협력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고. 브리크가 미디어로서 좀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고요. 우리 독자들이 터무늬있는집과 같은 데에 관심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이에 더해 터무늬있는집 참여자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김수동) 향후에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서로 모색해보면 좋겠네요. 요즘 터무늬있는집은 출자 운동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시기예요. 지금 터무늬있는집은 사실상 무이자 약정 대여 방식인데요, 고금리까지는 어렵겠지만 은행 정기예금 금리 정도의 이자 보상을 한다면 출자 운동은 더 확산될 수 있을까, 출자자분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물어보고 있어요. 출자자님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지연) 글쎄요. 사람마다 동기는 다르겠지만 저는 오히려 터무늬있는집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브리크매거진 독자들과 터무늬있는집 출자자들이 일정 부분 유사성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금전적 이익보다는 가치 투자와 정보 욕구로 참여한 분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해요. 터무늬있는집도 출자자들은 투자의 관점보다는 이 일이 정말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내가 투자한 가치에 대한 자부심 같은 걸 기대하지 않을까 싶어요.
정지연 출자님이 터무늬있는집에 기대하는 바
(정지연) 저는 터무늬있는집이 양적 확대에 집중해 100개 이상으로 늘리기보다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나가고, 공유하고, 그 가치를 전파하는데 집중하면 좋겠어요. 그랬을 때 기존 출자자들이 또 다른 분들을 소개하지 않을까 싶어요.
출자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터무늬있는집이 얼만큼의 수익을 준다, 호수를 많이 늘렸다 등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터무늬있는집이라는 게 있는데, 이 청년 주택은 이런 방법으로 주거 문제를 접근하고 있고, 이러저러한 사례들이 있어. 여기에 가면 실제로 현재 청년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대안적인 모델을 함께 찾고, 논의할 수도 있어. 뭐 이런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해 보이는데요.
브리크매거진도 똑같아요. “브리크매거진을 무엇 때문에 보시나요?”라고 누가 물어봤을 때 “내가 관심 갖고 있는 사회의 방향, 관점들을 브리크를 통해 만날 수 있어”라고 대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떤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담아내는지 증명할 때 투자가 일어나고 지속가능한 움직임이 일어나는 거 같아요.
(김수동) 아! 정말 저한테 많은 인사이트를 주는 이야기네요. 정지연 대표님이 출자자로 참여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꼭 만나 뵙고 싶었어요. ^^ 끝으로 터무늬있는집 식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정지연) 음… 저는 조심스럽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지금 보는 게 다가 아닐 수 있다”는 건데요. 이게 어떤 의미냐면, 우리가 살다 보면 어떨 때는 정말 당장 죽을 듯 힘들 때도 있고, 또 어떨 때는 내가 진짜 잘 나간다고 생각이 들어 자신감에 찰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꼭 그렇게 힘들어할 필요도 없고, 세상 다 가진 것만큼 자만해서도 안된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 순간이 지나가면 참 다양한 게 존재해 있더라는 말을 터무늬있는집에 참여하는 젊은 청년들에게 특히 전하고 싶네요. 소중한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 _ 이영림
❝청년들에게는 힘내라는 말 대신 함께 뛰며 힘주는 멋진 선배가 필요합니다. 관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구명숙 출자자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 멋진 선배가 있는 관악의 청년들은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공익활동가를 위한 관악뿌리재단, 그리고 지역협의체와 공동체 활동 등 관악구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구명숙 출자자님의 개인활동 이야기를 비롯해 터무늬있는집을 향한 진심 어린 마음이 담긴 구명숙 출자자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인터뷰는 2022년 7월 12일(화) 관악정다운의료사협 사무실에서 진행했으며, 김수동 소장과 이영림 연구원이 함께 질문했습니다.❞ (글_이영림)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영림) 안녕하세요, 구명숙 출자자님. 작년까지는 신규출자자분들께 전화로 감사 인사를 드린 후 우편으로 출자증서와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렸는데, 올해부터는 일정이 가능한 대로 이렇게 신규출자자분들을 직접 찾아가 츨자증서를 전달하면서 간단한 인터뷰도 진행하고 있어요.
(구명숙) 왜 이렇게 어려운 선택을 하셨어요😃
(김수동) 출자자분들 만나서 말씀을 듣다 보면 힘이 되는 말을 참 많이 들어요.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고요. 또, 이야기 나눈 것들을 글로 남겨놓으면 그게 쌓여서 귀중한 자료가 되고, 연차보고서에 모아서 실을 수도 있어서 좋더라고요.
(구명숙) 이게 2021년도 연차보고서인가요? 너무 이쁘게 잘 만드셨네요.
(이영림) 인터뷰를 요청하면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출자자분들도 계신는데,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고요. 출자자님의 평소 활동에 대해 듣기도 하고, 터무늬있는집과 관련해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소소하게 듣기도 해요. 출자자님의 소중한 마음을 저희만 알고 있는 게 너무 아쉬워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은 저희의 노력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바쁘실 텐데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셔 정말 감사드립니다.
Q. 자기소개와 함께 관악에서 하고 계시는 활동도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구명숙) 저는 주로 관악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관악정다운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1기 이사회에서 이사이자 살림위원장으로 활동했었는데, 올해부터는 살림(경영)위원장과 경영이사로 활동하게 됐어요.
지역의 공익활동가를 지원하는 관악뿌리재단에 운영이사로 참여하면서 사업기획위원회 위원장도 하고 있고, 관악 지역의 사회적경제네트워크 법인인 사회적협동조합 공동체관악에서 이사도 맡고 있습니다. 관악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의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역을 넘어서는 활동으로는 2018년에 사회투자지원재단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활동가 학습조직인 ‘페다고지’에 참여한 계기로 2020년부터는 팀학습 코치로 활동하고 있어요. 이렇게 쭈욱 나열하고 보니 지역에서 그리고 사회적경제 활동가로서의 제 모습이 그려지네요. 이외에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창업경영지원센터 멘토도 하고 있고, 소소한 강의 등을 하며 경제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영림) 저는 이전에 노원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근무할 때 센터장님을 뵈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구명숙 센터장님이라는 호칭이 더 익숙합니다^^ 이전에 해오셨던 사회적경제, 시민사회 활동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구명숙) 행복중심서울생협, 이름이 바뀌기 전에는 여성민우회생협이었죠. 그곳에서 1998년에 조합원이 된 후 2002년부터 조직교육담당으로 시작해서, 상무이사로 2015년까지 일했던 경험이 있어요. 이후 관악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있다가 2019년 6월에 마무리했고, 네트워크 법인의 상임이사로 있다가 이후 의료사협과 관악뿌리재단 창립 후 이사로 활동하게 됐어요. 그러고 보니 30대 후반부터는 계속 협동조합 관련 활동을 해왔네요.
(이영림) 센터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그간 지역에서 제일 중요한 기반을 다지고, 만들어 내시는 활동을 해오신 것 같아요.
Q. 혹시, 활동 속에서 청년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고민을 접할 기회가 많이 있으셨나요?
(구명숙) 관악뿌리재단이랑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활동을 하면서 청년들과 만날 기회가 조금 있었어요. 관악지역에는 신림, 봉천, 난곡지역의 가난한 주민들과 함께 빈민운동을 해오신 분, 90년대 공부방 활동, 도서관 운동, 교육 운동, 환경 운동을 하며 지역에 정착해 지금까지 주민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와 단체들이 풀뿌리 시민사회를 이루고 있어요.
지역의 현장에서 청년시절부터 활동하면서 나이가 들어 이제는 40대 후반에서 50대~60대의 어른이 된 거예요. 사회의 변화와 함께 활동영역도 사회적경제 영역으로 확장되기도 했지만, 안타까운 것은 (꼭 관악지역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함께 이어 활동하는 청년활동가들이 매우 드물다는 거예요. 큰 고민이죠.
지역사회에서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관심들을 어떻게 뿌리 내리고 자리 잡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저의 얕은 생각으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 청년활동가들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주거안정과 기본적인 경제생활이 보장된다면 지역에서 청년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큰 힘이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특히 결혼하게 되면 활동가들에게 육아문제, 주거문제는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이전에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을 할 때 지역의 청년들이 정주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데 필요한 활동가 부부의 공동육아 그리고 주거문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러다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된 계기는 뿌리재단을 통해 ‘청년 활동가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기금 배분사업’을 했던 경험이에요.
관악뿌리재단은 공익활동을 하는 단체도 지원하지만, 무엇보다도 활동가들의 성장과 도전, 경험을 지원하는 일을 많이 해요. 청년들이 공익활동을 지속하는 데 당장 필요한 학자금이나 주거자금, 도전이나 경험하고 싶은 활동자금, 쉼이나 교류 이런 필수적인 부분들을 지원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었어요.
관악뿌리재단의 전신인 ‘관악뿌리기금 준비위원회’에서 2년간 지역의 공익활동가들의 쉼과 회복을 위한 활동이나, 연대를 위한 활동가대회 등을 자발적인 자조기금을 만들어서 지원했었어요.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고, 지역사회 풀뿌리운동의 지속성뿐 아니라 새로운 청년새대의 공익적 활동을 지원하는 체계적인 운동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어요. 그 결과가 관악뿌리재단의 탄생으로 이어진 거고요.
그런데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에서 이미 저희가 했던 기금사업과 유사한 공익활동가의 복지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죠. 그래서 우리도 같은 걸 하기보다는 공익활동가 복지는 ‘동행’과 연대하기로 하고 협약을 맺었어요. 그리고 바로 기금 500만 원을 조성해서 ‘사회적협동조합 동행과 함께 든든한 뿌리 내림’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공익활동가를 선정해 가입출자금과 1년 조합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을 했어요. 첫해에 64명, 두 번째 해에 17명으로 총 81명이 동행 조합원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했어요. 올해도 계속 지원할 예정입니다. 그 사이에 많은 활동가들이 동행의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만족도도 높고요.
그래서 관악뿌리재단은 ‘지역 공익활동가들의 성장을 지원하자!’는 목적을 가지게 되었어요. 2020년에는 기금을 조성해 코로나로 어려워진 주민을 지원하는 공익활동에 기금을 배분해 공익활동가들의 활동을 간접 지원하고, 2021년에는 청년들의 활동을 발굴 지원했어요. 이를 계기로 청년공익활동기금을 별도로 만들어 적립도 하고 있어요. 청년들끼리 지역사회에서 공익활동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논의하는 청년모임도 있어요.
또, 정다운의료사협에는 4명의 청년 이사가 2기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고, 청년 의료인도 함께하고 있어서 참 좋습니다. 의료복지를 통해 지역 안에서 세대를 불문하고 동료로서 함께 활동하며 성장하는 에너지가 느껴지고, 서로 이어지고 있음을 실감해요. 존중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저희 이사님과 활동가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는 관악 터무늬있는집의 ‘봉천살롱’을 잘 알고 있답니다. 관악지역에는 청년연구소도 따로 있어요. ‘잇는연구소’라고 지역을 연구하는 청년연구소예요. 2020년에 만들어져서 지역에 필요하고 가려운 연구를 찾아서 하고 있답니다. 이 청년들 참 좋아요, 아주 많이 응원해요☺️
Q. 출자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구명숙) 원래 출자는 더 일찍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다른 곳에 후원이나 출자하고 있는 것도 있어서 생각만 하고 있었죠. 지역활동을 하다 보면 경제적 보상이나 급여 수준이 높지 않은 게 현실이거든요. 기본 생활비 이외에 지출을 더 늘릴 수 없는 상황이어서 망설이다 이제는 정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심하게 됐어요😅
Q. 터무늬있는집을 언제 알게 되었고,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가요?
(구명숙) 터무늬있는집은 초창기부터 알고 있었어요. 페다고지 활동을 계속 해왔었기 때문에 터무늬있는집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죠. 그런데 초기에는 귀동냥으로 들은 거라 솔직히 터무늬있는집 사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잘 몰랐어요.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된 데에는 세 번의 포인트가 있었던 거 같은데, 최근 가장 실감 나게 다가온 거는 김수동 소장님 페이스북 글이나 소장님을 통해 이야기를 접하며 ‘시민출자 방식’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고, 또 그 돈이 어떻게 돌아가고 청년들에게 무엇을 지원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어렴풋이 감을 잡은 뒤에 도시재생 희망지 사업을 계기로 터무늬있는집 청년단체인 로컬엔터테인먼트협동조합의 청년활동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그 자리에서 터무늬있는집에 산다고 소개하는 것을 들었고, 또 터무늬있는집에 사는 게 얼마나 좋은지를 듣게 된 거죠. 그 일을 계기로 터무늬있는집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했다고나 할까요?
세 번째는 2년 전에 관악구에 터무늬있는집이 생기고 김명철 활동가(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관악 입주팀)가 입주하며 어떤 곳인지 더 잘 알게 됐어요.
사실 관악구는 청년 1인 가구 비중이 1위인 지역이라 사회주택도 많아요. 사회적기업 중 첫 번째로 사회주택을 시작한 썬랩이 관악구에서 4호점, 5호점을 지어 운영하고 있고, 어울리도 벌써 4호나 지어서 청년들이 입주해 생활하고 있어요. 제가 센터장으로 있을 때 해당 사회주택에 입주한 청년들의 일자리 연계사업을 하기도 했고, 그 청년들이 지역 활동에 연결된 좋은 경험도 있어요. 주거 안정이 이루어지면서 활동까지 이어진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 특히 ‘시민출자형 공동체 주거문화’라는 터문늬있는집의 지향에
공감하고 중요한 사업이자 활동이라 생각해왔죠.❞
Q. 관악에 있는 터무늬있는집 청년들을 만나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구명숙) 네, 지역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교류할 기회들이 종종 있었어요. 입주청년을 만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라이프스타일이 달라 힘든 부분도 있다는 것도 들었어요. (하하) 식성이 다른 건 따로 먹으면 되는데 라이프스타일이 다르면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수동) 맞아요. 그래서 함께 살이를 위한 준비과정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봉천동의 청년팀을 생각해보면 마음공부를 해온 팀이고, 공동주거에 대한 꿈도 있었기 때문에 이상적으로 생각한 부분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렇지만 막상 살아보니 생각과 다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작년부터는 터무늬있는집 입주 희망단체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함께살이 청년학교’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어요.
(구명숙) 그러게요. 만나서 활동할 때는 좋지만, 같이 살아본 경험이 없다 보니 막상 함께 살면 부딪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Q. 터무늬있는집에 느낀 매력과 이 운동의 확장에 대한 출자자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구명숙) 터무늬있는집이 저랑 필연적 관계가 있고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청년 주거문제의 해결을 시민출자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데에 매력을 느꼈어요.
(김수동) 출자자님께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요. 터무늬있는집에서 만약 은행 정기예금 정도의 이자 보상(2%~3%)을 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고 있어요. 주변에 출자를 권유할 때나, 출자를 결심하게 될 때 이 정도의 이자 보상이 있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요?
(구명숙) 글쎄요. 이게 사실 선한 출자잖아요. 저는 선한 출자의 동기부여는 명확하게 선한 출자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운동이 확장성을 가지려면 시민출자 방식의 선한 영향력에 대해 더 강하게 메시지가 나갈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터무늬있는집의 확장을 위해 아주 선한 출자로 100만 원을 했는데 이자율 때문에 200만 원, 300만 원이 될 수 있나 생각해보면 그게 얼마나 클까 싶거든요. 내가 지금 형편으로 100만 원 정도의 출자를 할 수 있는데, 만약 2%의 이자 보상아 주어진다고 200만 원을 더 출자하게 될까요? 이에 대해선 의문이 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터무늬있는집 출자금은 쌈짓돈에서 나오는 게 많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도 쌈짓돈이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어떤 돈으로 출자를 하고 있는지 물어볼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는데 터무늬있는집의 취지가 좋다고 해서 바로 터무늬에 출자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럼 어떤 돈이 들어올까? 제 경우를 생각해보면 내가 출자할 이유가 발견했기에 출자한 것 같아요. 저 같은 사람의 경우에는 시민출자와 청년 공동체 주거의 기쁨에 대한 메시지를 더 강하게 줘야 출자 참여가 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출자자님이 듣고 싶은 터무늬있는집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구명숙) 저는 터무늬있는집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실제로 살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관심과 마음을 더 많이 움직인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은 터무늬있는집은 여전히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의지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운동의 의지가 더 강하다 보니 청년들에게 출자의 선한 영향력이 어떻게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요.
관계의 시너지라는 게 있는 것 같은데요. 생각해보면 터무늬있는집은 100만 원의 출자를 한 한 명의 시민출자자가 100만 원의 출자를 더 하는 것이 시너지가 아닐까 싶어요. 내가 직접 못 내면 낼 수 있는 다른 한 사람을 소개해 줄 수도 있고요. 그러려면 현재 출자자들과의 관계에서도 터무늬있는집이 지향하는 가치와 활동에 더하여 살고 있는 청년의 이야기를 더 많이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더 많이 소통하고 관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출자자들이 ‘나도 터무늬있는집 출자모금 활동에 동참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야 확장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수동) 좋은 말씀과 제안입니다.
Q. 끝으로 터무늬있는집의 청년들과 출자를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구명숙) 지금 이 순간에도 출자를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터무늬있는집은 내가 내는 돈보다 보람이 더 큰 몇 안 되는 일이라는 말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속에서 풀리지 않는
모든 물음들에 대해 인내하십시오
물음 그 자체를 사랑하십시오
지금 주어지지 않는
답을 구하지 마십시오
지금 그대로 살 수 없는 답을…..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살아보는 것입니다
이제 그 물음 속에 사십시오
그러면 서서히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먼 어느 날 그 답을 살고 있을 것입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청년들에게는 그냥 현재에 충실하며, 건강하게 자신을 잘 표현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말을 건네고 싶어요. 릴케의 시처럼 ‘살아볼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 땅의 많은 청년들에게 터무늬있는집이 그곳이 되길 기대합니다.
정리 _ 이영림
지난 7월 15일, 인사동에 위치한 ‘퇴근 후 2시간 인사라운지’에서 [터무늬있는집 청년 네트워크 협업-파티]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협업-파티의 목적은 1️⃣ 터무늬있는집에 입주한 청년단체 간에 서로의 활동내용을 소개하고 알아가기 2️⃣ 터무늬있는집 청년단체 간, 그리고 청년단체와 출자자 간의 협업 활동을 촉진하기 3️⃣ 터무늬제작소에서 추진하고 있는 여러 사업에 대한 공유였습니다. 터무늬있는집에 입주해 있는 16개 청년단체 가운데 12개 단체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 약 30여 명의 청년과 2명의 출자자가 함께 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파티 시작 10분 전부터 참석자들이 한 명씩 입장을 하고, 미리 준비한 치킨과 피자를 먹으며 네트워킹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터무늬있는집에 산다는 공통점이 있는 터무늬 청년들은 네트워킹을 위한 프로그램을 따로 마련하지 않아도 서로서로 알아서 잘 친해집니다😁
어느 출자자분과 청년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계셔서 “두 분이 원래 서로 알던 사이세요?”라고 물었더니 동시에 “아니요. 오늘 처음만났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게 바로 터무늬있는집의 매력이자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니어 세대와 청년 세대가 터무늬있는집이라는 공통분모로 아무런 격이 없이 대화를 할 수 있는 곳. 어떤 편견과 차별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만나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곳이 바로 ‘터무늬있는집’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느 정도 식사가 마무리되고, 김수동 소장님의 여는 말과 함께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소장님은 이런 자리에서 본인에게 ‘여는 말’ 같은 거 시키지 말라고 하시지만, 소장님의 여는 말을 대체할만한 좋은 오프닝 방법을 저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모든 행사에서 소장님께 여는 말을 항상 부탁드릴 생각입니다👍
협업파티 전에 간단한 광고 시간이 있었습니다. 먼저,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의 재계약 심사에 대한 안내를 했습니다.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는 최초 2년의 계약 후 1회의 재계약 심사를 통해 2년을 더 거주할 수 있습니다. 2020년 6월에 입주를 한 성북청년시민회가 지난 5월 처음으로 재계약 심사를 통해 계약을 연장했습니다. 그래서, 해당 재계약 심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한 소개와 함께 실제 재계약 심사를 받은 성북청년시민회의 입주자 모경님이 간단한 후기도 들려주었습니다. 앞으로 재계약 심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텐데, 한 팀도 재계약 과정에서 탈락하는 팀이 없도록 열심히 돕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터무늬제작소와 성북청년시민회, 봉천살롱, 해당사항없음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2022 청년 의제별 네트워크 지원사업 ‘N개의 연결’]에 대한 소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N개의 연결을 통해 [청년주거포럼]과 [세대주거한마당(가칭)]을 진행하는데, 터무늬있는집 청년단체의 많은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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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림 책임연구원의 사회로 본격적인 협업-파티를 시작했습니다. 본인 단체를 소개할 수 있는 해쉬태그 3개를 쓰고, 요즘 하고 있는 활동 혹은 사업을 적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 청년단체의 소개를 들으며, 터무늬있는집에 정말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단체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청년들이 터무늬있는집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하면 서로가 협력하여 활동하게 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이번 협업-파티는 아직 서로 잘 모르는 터무늬 청년단체들이 서로를 소개하고, 그 가운데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단체를 찾아 작게나마 협업할 수 있는 활동을 시도해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터무늬제작소에서는 이렇게 발굴된 협업활동에 작게나마 예산도 지원하고, 다양한 자원을 연계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7월 말까지 청년단체 간에 협업활동 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게 되는데, 어떤 내용들이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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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업-파티에는 두 명의 출자자(정선애, 김종현)님이 함께 참여해 주셨습니다. 두 분은 청년들의 발표를 들으며 그동안 터무늬있는집에 입주한 청년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잘 몰라 주변에 터무늬있는집을 알리기 어려웠는데,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터무늬있는집을 알리고 다녀야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살짝쿵 감동을 받았습니다😭
돌아보면, 공간도 협소하고 12개 청년단체가 각자 발표하는 시간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걸려 전체적으로 진행이 루즈했던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음 번에는 더 프로페셔널한 기획과 진행으로 정말 파티다운 파티를 할 수 있게 더 노력해야 겠습니다.
다음 번 파티까지 모두들 즐겁고 행복하게, 우리 함께 만들어요 터무늬있는집!
글_성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