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건축과 도시의 본질과 지속성에 관하여(김현숙 출자자)

 

 

❝삼양동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터무늬있는집 7호)는 터무늬있는집 중에서 유일한 신축건물입니다.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할지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그냥 ‘멋’이 있습니다. 이 멋진 건물의 설계자는 바로 김현숙 건축가님입니다.

 

김현숙 건축가님은 삼양동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가 다 지어진 이후 시민출자자가 되어 터무늬있는집의 어엿한 가족이 되어주셨습니다. 이렇게 뜻 깊은 가족은 꼭 만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김현숙 출자자님을 찾아갔습니다. 공공건축에 관한 이야기부터 삼양동의 허름한 빈집이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로 탄생하게 된 배경, 세대주거 공감살롱을 통해 현장에 다시 방문해 본 소감까지. 터무늬있는집에 대한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는 2022년 9월 15일(목)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이엔건축사사무소 사무실에서 진행했으며 김현숙 출자자, 김수동 소장, 성승현 선임연구원이 함께 했습니다.❞ (글_이영림)

 

 

출자자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현숙) 안녕하세요. 저는 대외적인 직업으로는 이엔건축사사무소의 대표 건축사고요. 현재 연성대학교 건축과 겸임교수로 제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집에서는 아이의 엄마이면서 배우자의 아내이고, 부모님한테는 소중한 딸이면서 또 큰 며느리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건축사라는 직업을 통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공공건축가, 골목건축가, 집수리전문관 자문 활동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공공건축, 집수리 전문가는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김현숙) 쉽게 말하면 건축 전문가들이 행정 참여를 통해 지역에 도움을 주는 활동이라 볼 수 있어요. 집수리전문관 활동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집수리 지원사업을 추진할 때 상담, 초기검사, 준공검사를 하는 역할을 집수리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죠. 

 

공공건축가 제도는 지자체에서 공공(公共)공간, 혹은 도시환경을 만들 때 초기 기획 단계부터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까지 전문가가 자문하고 살펴보도록 하는 제도에요. 제가 터무늬있는집과 인연을 맺게 된(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건축에 참여한) 삼양동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경우가 그런 것인데, 당시 10명의 공공건축가를 선정해 도시재생사업에 일부 참여하게 된 거죠.

 

골목건축가라는 타이틀로는 3년 동안 활동하며 조사도 하고,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될 때는 의견을 주고, 자문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영림) 본업이신 건축사 활동을 살려 사회적인 기여를 하시고 계신 거네요. 

 

(김현숙) 네. 사실 약간의 수당이 나오기는 하지만, 공공건축가나 집수리 전문관 활동이 사실 큰 돈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공익적인 목적이 더 크기도 하고 그 부분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수동) 출자자님께서 어떤 계기로 공공건축가로 활동에 참여하게 되셨는지 좀 더 듣고 싶어요.

 

 

공공건축가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김현숙) 몇 년 전에 서울시에서 공공건축가*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어요. 당시 저는 민간의 과업만 하던 때였는데, 조금 더 공익적이면서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때였거든요. 공공건축가 활동을 통해 그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지원을 했습니다.

 

공공건축가 : 공공건축물과 정비사업의 계획 및 설계 단계에서 건축전문가를 투입해 공공성을 높이고 도시경관과 어울리는 건축문화를 이끌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제도로 서울시는 2011년 제도를 도입했으며, 2022년 현재 163명 운영 중임. 공공건축물, 정비계획 수립과 자문, 설계, 심사 등의 역할을 하며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공공건축물 사업의 전문성 향상과 디자인 제고를 도모함. 한편, 공공건축가 제도는 프랑스, 일본, 네덜란드, 영국 등 주요국에선 이미 보편화돼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서울시 홈페이지)

 

(김수동) 이엔건축사사무소의 홈페이지를 보니 서울 뿐만 아니라 제주도에서도 공공건축가 활동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어떤 활동인가요?

 

(김현숙) 민간전문가 제도인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입해 도시의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는 지자체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의식 있는 지자체에서는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시설계 혹은 도시재생사업에 활용하기도 하고요. 지역에 가보면 소수의 건설 업체가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공공건축가는 그 자체로 지역을 혁신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고향인 제주도에서의 경험

 

(성승현) 공공건축가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 혹은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김현숙) 제주도 공공건축가들은 그룹으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공공성 지도를 만들기도 하고, 활동을 하면서 얻게 된 아이디어를 가지고 전시회를 열거나 책을 내기도 했어요. 공공건축물 하나가 아니라 그 지역 전체를 보면서 의견을 제시했던 과정 자체가 저한테는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어요.

 

 

건축과 도시의 본질과 지속성에 관하여

 

(성승현) 출자자님께서 운영하고 계시는 이엔건축사사무소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건축과 도시의 본질과 지속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며, 새로운 사회문화적 가능성을 찾는 작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라는 회사소개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출자자님께서 생각하는 건축과 도시의 본질과 지속성은 무엇인가요?

 

(김현숙) 어려운 질문인데요 (웃음). 글쎄요, 저도 아직 건축과 도시의 본질과 지속성에 대한 답을 못 찾고 있기 때문에 그 답을 찾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썼던 것 같아요. 사람들은 도시로 모여들고 있고 도시에 정착할 때는 저마다 머무름의 이유가 있을텐데, 도시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추구하고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어요. 물리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적인 측면에서의 도시의 지속가능성도 계속 고민하고 싶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주거문제가 심각한데, 일례로 사회투자지원재단의 터무늬있는집이 이러한 부분에서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삼양동에서의 협업을 통해 더 느끼기도 했고요.

 

(성승현) 이엔건축사사무소 활동에 출자자님의 이러한 가치관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회사 운영에 있어서 나름대로 가지고 계신 지향점이나 원칙 같은 게 따로 있을까요?

 

(김현숙) 공급하는 입장에서 디자인이나 원칙을 이용자에게 강요하기 보다는 사용할 사람들의 얘기를 잘 들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공공건축이라 하면 한 사람을 위한 건축이 아니니 특히 관여된 많은 이들의 얘기를 듣곤 하는데요. 듣다 보면 어느 순간 구슬을 꿰듯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건축사 입장에서 다른 입장이 있더라도 우선은 사용자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물은?

 

 

김현숙 출자자님이 참여한 369성곽마을 예술공방과 사랑방 (서울시 성북구 위치) (출처 : 이엔건축사무소)

 

(성승현) 지금까지 참여하셨던 건축물 중에 가장 기억에 남거나 혹은 출자자님이 지향하는 철학이 가장 잘 담겨있는 건축물은 어떤 건가요?

 

(김현숙) 맨 첫 번째 했던 공공건축물인 369마을 작업이 기억에 남아요. 4개의 공공주택을 리모델링해서 주민공동이용시설로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제가 담당한 건 마을사랑방과 예술공방을 리모델링 한 작업이었어요. 10평~20평 남짓 되는 단독주택들을 도시재생사업으로 진행한 것인데, 원래는 재개발 계획이 있었지만 주민들이 반대해 무산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만큼 주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반영했고요. 공사 자체도 어려운 작업이었던 게 계단을 올라가 제일 끝단에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거였는데 접근성이 안 좋아 자재를 수작업으로 옮겨야 했거든요. 어렵게 완성된 공간에서 주민들이 모이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사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민원성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무원들의 역할을 우리가 대신 하고 있는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공사하는 와중에도 많은 변화를 요청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살아있는 공간이 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과정이 쉽지 않더라도 충분한 소통을 통해 의사결정 과정에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해야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공간을 사용하거나 운영할 수 있게 되는 거 같아요.

 

 

삼양동의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를 함께 만든 경험 

 

터무늬있는집 희망아지트 삼양동 신축 과정을 설명 중인 김현숙 출자자

 

(성승현) 출자자님께서 삼양동의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를 설계하고, 감리하는 역할을 하셨잖아요. 이후 서울시에서 빈집을 활용한 청년주택으로 언론에 많이 회자되기도 했고요. 그 때의 경험을 좀 듣고 싶습니다.

 

(김현숙) 삼양동에 있는 희망아지트는 서울시의 빈집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된 신축 주택입니다. 처음에 가보니 폐가 그 자체였어요. 주변에는 쓰레기가 쌓여있고, 보통의 빈집들이 그렇듯 저녁에는 좀 음산한 기운이 돌기도 했고요. 제가 희망아지트 작업을 맡으며 가장 바랐던 것은 마을에 어울리면 좋겠다, 그리고 이 건물이 거대한 장벽같이 되게 하지는 말아야 겠다는 거였습니다. 올라와 있는 지형을 활용해 두 동으로 기획하게 되었고, 청년 공유주택으로 활용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러려면 먼저 이 곳에 살게 될 청년들의 이야기를 좀 많이 듣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당시 강북구에서 활동하던 터무늬있는집 청년팀인 로컬엔터테인먼트협동조합, 그리고 민달팽이유니온을 만나 청년들의 욕구를 듣고 설계에 반영하려고 함께 진행을 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도로에 차량 진출입로가 없어 공사차량의 접근이 쉽지 않았고, 이를 강북구와 조율해 행정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거에요. 다행히 앞에 있는 민간 주차장을 임대해 장비를 투입하긴 했지만, 다 민간 대지로 둘러싸여 있어 건설하는 작업도 쉽지 않고, 인허가 과정도 굉장히 복잡했던 기억이 납니다.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삼양동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는 장기간 방치되어 있던 빈집을 철거한 후 청년주택으로 탈바꿈한 공공임대주택이다. 서울시는 2019년부터 노후화된 건축물, 지역 쇠퇴,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마을의 도시재생을 위해 빈집을 신축 또는 리모델링하여 청년주택, 신혼부부 주택, 커뮤니티시설 등으로 활용함으로써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양동 청년주택과 인근의 청년거점시설은 이 새로운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첫 번째 사업이다.
 

공공에서 추진하는 임대주택이지만 대규모의 획일적인 건물이 아니라 지역만의 고유한 특성을 담아내어 마을과 어울리는 건물을 계획하고 싶었다. 구릉지 마을의 경사지형을 존중하여 마당, 각 층의 테라스, 옥상 등의 다양한 레벨에서 여러 행위와 이벤트가 일어나도록 내외부 공간을 연결시켰다. 그리고 오래된 골목길처럼 우연한 만남이 있고 안부를 물으며 서로의 일상을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실내의 개별 방들은 개인의 독립된 공간이지만 공유식당, 모임공간, 창업 취미공간, 커뮤니티계단 등은 거주자들끼리 소소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그동안 방치되었던 빈집의 어둡고 위험한 공간이었던 것과는 달리, 주변과 어울리면서 밝고 따뜻한 느낌이 들도록 마감재료의 선정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이렇게 꾸며진 공간 속에서 청년들이 마을에 정착하고 소통하면서 지역 환경을 활기 있게 변화시키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 이엔건축사무소 endesign.co.kr

 

터늬있는집 세대주거 공감살롱으로 삼양동을 다시 찾은 소감

 

(성승현) 이번에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1층에 있는 삼양청년회관에서 진행한 ‘세대주거 공감살롱’에 참여해주셨는데요. 덕분에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의 입주자들도 만나고, 입주자들이 살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셨을 것 같습니다. 입주자들이 실제 사는 모습 보니 어떠셨나요? 

 

(김현숙) 이번에 방문해서 주택 1층에 삼양청년회관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처음 확인했어요. 그 공간을 주민공동이용시설로 기획할 때 청년들의 재택 업무공간이나 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 행사공간 등으로 기획했는데 터무늬있는집 행사를 그 곳에서 한다니 너무 반갑고 좋았습니다. 행사 때 주택 라운딩을 통해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주거 공간을 둘러보면서 청년들이 잘 활용해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던 것도 너무 기뻤습니다.  

 

(김수동) 건축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시민출자자로도 이렇게 터무늬있는집에 참여를 하고 계신데, 어떤 계기와 마음으로 출자를 하게 되셨나요?

 

(김현숙) 그때 설계를 하면서 사회투자지원재단과 터무늬있는집 사업을 처음 알게 됐어요. 외국에는 없는 전세제도를 활용해 보증금을 시민이 함께 부담하고 청년들에게 적은 주거비로 제공한다는 게 정말 좋은 주거대안 중 하나라 생각해 출자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출자하고 싶은 마음은 그때부터 있었는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시간이 흘러 올해 드디어 출자를 하게 되었고요. 사실 조금 늦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 큰 돈이 아니기도 하고요. 또, 출자라는 방식이 기부보다는 부담이 덜하기도 해요.

 

2022년에는 청년주거포럼을 유튜브로 함께 보며 정말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건축가가 개입되지 않은 영역에서 다방면에서 주거문제를 대안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이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도 여러 방법으로 사회문제,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생각해봐야겠다는 영감도 얻었고요. 저는 프랑스에서 공부를 했는데 유럽 같은 경우 공공임대주택이 잘 확보되어 있고 질 좋은 사회주택도 많이 조성되어 있는 편이거든요. 우리도 공공에서 계속 지원과 홍보를 함께해 다양한 대안적 주거모델이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영림)  건축 분야에서 꿈을 꾸고, 직업 활동까지 하시게 된 게 어떤 특별한 주거경험이 있으셨기 때문일까요?

 

(김현숙) 가족 중에는 건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제가 학생 때는 건축가가 그렇게 선호하는 직종이 아니기도 했고요. 어릴 때는 예술 쪽에 관심이 많았는데 직업적으로 이를 표출할 수 있는 게 어떤 게 있을까 찾으면서 디자인, 그 중에서도 건축 분야를 전공하게 됐어요. 집도 지어보고 싶고, 주변 환경도 바꿔보고 싶은 마음에 건축가를 지망하게 됐던거 같아요. 대학 이후 프랑스로 유학을 갈 때는 미에 대한 기준을 알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미적 기준에 대한 연구를 해보고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 건축의 기술이나 미적인 측면보다는 도시를 기반으로 건축을 풀어내더라고요. 그래서 이후 저도 도시환경에 관한 공부에 좀 더 집중하게 되었고요. 

 

터무늬있는집 세대주거 공감살롱 1회차 (여는 한마당)

 

터무늬있는집 세대주거 공감살롱 2회차(넘나드는 사람책)에서 희망아지트 설계 경험을 나누고 있는 김현숙 출자자

 

터무늬있는집과 출자 운동을 함께 고민하는 것으로 마무리

 

(김수동) 출자자님께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그간 터무늬있는집은 관계 기반의 출자를 많이 해왔는데요. 출자운동의 확산 측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2022년 하반기 출자자 설문조사를 통해 출자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출자운동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까 여쭙기도 했고요. 출자를 하신 입장에서 내가 만약 누군가에게 터무늬있는집 출자를 권유한다고 하면 어떠실지 궁금합니다.

 

(김현숙) 솔직히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출자를 권유할 생각은 못해봤습니다. 누군가에게 재정적인 기여를 권하는 것 같아 선뜻 그러지 못했는데, 이번에 주거포럼을 비롯해 여러 활동에 참여하면서 이러한 활동에 관심있어 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럽에서는 사회주택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한 달에 5만 원씩 미리 출자해 입주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한 아이디어로 출자자가 되었을 때 전반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같은 걸 고민해보면 쉽게 접근할 수도 있고, 출자운동도 확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영림) 김현숙 출자자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삶의 이야기가 있는 공간, 소통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 이웃과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세대주거 공감살롱, 터무늬있는집 FGI, 출자자 인터뷰로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 해주신 데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터무늬있는집도 출자자님과 함께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터무늬제작소 식구들과 김현숙 출자자

 

 

(주)이엔건축사사무소 블로그에 올라온 김현숙 출자자님의 후기 나눔 

 

 

터무늬제작소에서 주최한 ‘세대주거 공감살롱’ 두 번째 행사가 강북구 삼양청년회관 2관에서 열렸다. 우리 이엔건축사사무소에서 설계와 감리를 했던 건물이다. 준공 후 건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일이 없다가 행사가 있다고 하니 내심 기대하는 마음으로 찾아갔다. 거주자들의 불만이 있을까봐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중략)
 

각 세대별로 주거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나누고 난 뒤 청년들이 살고 있는 주택 내부를 둘러볼 시간을 가졌다. 많은 제약과 한계로 설계가 쉽지 않았던 건물이다. 너무 좁다고 불평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작은 공간들을 알뜰히 사용하며 만족해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청년들과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설계하려고 노력했었다. 건축법이나 기술적인 면은 전문가인 건축사사무소에서 더 잘 제안할 수 있겠으나, 사람들이 사는 모습들이 똑같지 않기에 개별 공간의 계획은 이미 공유주택에 살아보았던 청년들의 의견을 귀기울여 들으려 했다. 다양한 유형의 주택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편안한 일상을 가져다 주는 주거 대안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주거문제를 사회적으로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터무늬제작소에 응원을 보낸다.
 

#터무늬있는집 #터무늬있는희망아지트 #세대주거공감살롱 #이엔건축사사무소 #공유주택 #주민공동이용시설
 

2022. 9. 5.

 

출자후기

[인터뷰] 도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하다! (정지연출자자)

 

도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는 ‘브리크매거진(Brique Magazine)’의 대표인 정지연 출자자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매거진을 만든 이야기를 시작으로 도시와 공간, 사람,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출자자님만의 철학을 공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콘텐츠 제작자와 출자자 관점에서 바라본 터무늬있는집에 관한 솔직 담백한 제언, 응원, 찐 애정을 듣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는 2022년 8월 5일(금) 성수헤이그라운드 브리크매거진에서 진행했으며, 김수동 소장님과 함께 했습니다. (글_이영림)

 

 

출자자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지연) 안녕하세요. 저는 도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을 콘텐츠로 만들고 있는 브리크매거진의 대표 정지연입니다.

 

 

‘도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지연) 저는 인문사회학 분야 미디어 전공이에요. 브리크 매거진을 만들기 전 신문사 기자로 있을 때에는 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사회와 사람,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고민하고 찾아서 콘텐츠로 만들었습니다.

 

(김수동) 신문 기자 생활을 하셨군요. 콘텐츠 제작자로 나서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 같은데요. 특히 비전공자가 건축이라는 상당히 전문 분야의 콘텐츠를 만들고 계시잖아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어릴 적 경험과 사람에 관한 관심으로 만들게 된 콘텐츠

 

(정지연) 글쎄요…. 계획대로 했다기 보다는 운명이구나 하고 달려왔던 거 같아요. ㅎㅎ

 

아주 어릴 적부터 생각해보면 저는 많이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 글을 쓰는 문인을 꿈꾸던 소녀였어요. 어린 시절 부모님 일 때문에 이사를 무척 많이 다녔어요. 통영, 진주, 울산 등으로요. 그래서 물리적 환경의 변화를 많이 겪었죠. 생각해보면 화장실도 없는 집도 있었는데, 그런 동네와 분위기 속에 느껴왔던 저만의 감수성이 있었죠.

 

여고 때는 독서반, 문예반을 하며 다큐멘터리 시나리오를 썼는데, 그때부터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기록하고 남기는 걸 좋아했어요. 대학 시절에는 다큐멘터리 PD를 하려고 신방과를 갔었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방송국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상업적인 일이라 이상과는 달랐어요.

 

 

정보통신 분야 신문 기자 활동을 하며 더욱 주목하게 된 건, 사람

 

(정지연) 이후 정보통신 분야에서 신문 기자 생활을 시작했는데요. PC통신 시절에 입사하고, 스마트폰 시절에 퇴사하며 마쳤어요. 그만큼 기술이 급변하는 시대 한가운데 있었달까요. 그 속에서 기술이 얼마나 빠르고, 얼마나 대단한 변화를 만들어냈는지에 주목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의 발달이 빠를수록 양극화가 더 커지는 걸 목격했어요.

 

한번은 기자 생활 중에 국책연구원에 계시는 박사님을 만났는데 그분이 제게 진짜 좋은 기술은 빠르거나 최고의 기술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유익한 적정기술이라고 말씀한 것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요.

 

제가 지금 만들고 있는 브리크매거진도 적정기술과 닮아있어요.

크고 멋있는 건축물이 아니라 도시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적정 건축은 무엇인지,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삶을 함께 담아내는 거죠.

 

 

정보의 변화와 인구변화에 주목

 

(김수동) 브리크매거진이 지금은 틀을 갖춘 콘텐츠이지만 도시, 사람, 생활양식을 콘텐츠로 풀어내고 사업을 추진할 때는 특히 주목하셨던 지점이 있었을 거 같은데요. 어디서 인사이트를 얻으셨나요?

 

(정지연) 제가 주목한 건 두 가지였어요. 인구 구조의 변화와 미디어의 변화, 또 하나는 인구 구조의 변화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주거의 형태 등 공간의 변화가 커질 것이라는 것이에요. 즉, 젊은층이나 노년층이나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우리 사회에도 공간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그런 변화와 시도들을 담아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두 번째는 현대사회는 정보를 독점해서 공급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정보를 가지고 있으니, 그 정보를 잘 모으고 어떻게 잘 정리해 전달하는지가 중요해졌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종이책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 SNS 등 다양한 채널을 운용했어요.

 

 

적정한 집에 대하여

 

(이영림) 적정한 집 컨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요.

 

(정지연) 사실 처음에는 라이프스타일이 멋있거나, 멋있는 집에 주목하기도 했어요. 만들다 보니 전원주택을 멋있게 지어 100세까지 산다는 게 과연 모두에게 가능한 걸까 자문하게 됐어요. 이후 개편을 거치며 전원 속에서 집짓기가 아니라 도시에서 적정한 집, 적정 건축, 사회와 삶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콘텐츠를 만드는 쪽으로 집중하게 됐어요.

 

(김수동) 창업 이후 5년간 대략 20권 정도의 책을 만드셨네요. 그중 브리크매거진은 12권이고. 주제를 보니 이를 한데 모아 한 권의 책을 써도 과거와 현재의 흐름이 쭉 나오겠어요. 듣다 보니 대표님의 그간 업력과 경험이 축적된 게 브리크매거진으로 나온 거네요.

 

(정지연) 쉽지는 않았어요. 특히 뭘 해야 할지 선택해야 했던 순간이 있었고요. 부동산 정보, 자재 정보를 담아낼 것이냐, 멋있는 전원주택을 보여줄 것이냐, 아파트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등등 여러 고민이 있었는데 결국에는 저한테 맞고 독자가 원하는 게 무얼까 고민하다 보니 도시, (적정) 공간, 사람,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는 지금의 형태를 갖췄네요. 제가 건축가가 아니니 건축가들이 만든 사례를 가지고 다양성, 특히 도시라는 환경에서 주거의 다양성을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브리크매거진은 Near my home이나 Stay here과 같이 테마를 잡아 기획특집을 담아낸다.

 

 

터무늬있는집에 출자하게 된 계기

 

(정지연) 여윳돈이 많아 출자한 건 아니고요 ^^; 사실 터무늬있는집의 프로세스가 궁금해 출자하게 되었어요. 터무늬있는집 이야기를 듣고 브리크매거진과의 협력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고. 브리크가 미디어로서 좀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고요. 우리 독자들이 터무늬있는집과 같은 데에 관심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이에 더해 터무늬있는집 참여자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김수동) 향후에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서로 모색해보면 좋겠네요. 요즘 터무늬있는집은 출자 운동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시기예요. 지금 터무늬있는집은 사실상 무이자 약정 대여 방식인데요, 고금리까지는 어렵겠지만 은행 정기예금 금리 정도의 이자 보상을 한다면 출자 운동은 더 확산될 수 있을까, 출자자분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물어보고 있어요. 출자자님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지연) 글쎄요. 사람마다 동기는 다르겠지만 저는 오히려 터무늬있는집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브리크매거진 독자들과 터무늬있는집 출자자들이 일정 부분 유사성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금전적 이익보다는 가치 투자와 정보 욕구로 참여한 분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해요. 터무늬있는집도 출자자들은 투자의 관점보다는 이 일이 정말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내가 투자한 가치에 대한 자부심 같은 걸 기대하지 않을까 싶어요.

 

 

정지연 출자님이 터무늬있는집에 기대하는 바

 

(정지연) 저는 터무늬있는집이 양적 확대에 집중해 100개 이상으로 늘리기보다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나가고, 공유하고, 그 가치를 전파하는데 집중하면 좋겠어요. 그랬을 때 기존 출자자들이 또 다른 분들을 소개하지 않을까 싶어요.

 

출자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터무늬있는집이 얼만큼의 수익을 준다, 호수를 많이 늘렸다 등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터무늬있는집이라는 게 있는데, 이 청년 주택은 이런 방법으로 주거 문제를 접근하고 있고, 이러저러한 사례들이 있어. 여기에 가면 실제로 현재 청년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대안적인 모델을 함께 찾고, 논의할 수도 있어. 뭐 이런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해 보이는데요.

 

브리크매거진도 똑같아요. “브리크매거진을 무엇 때문에 보시나요?”라고 누가 물어봤을 때 “내가 관심 갖고 있는 사회의 방향, 관점들을 브리크를 통해 만날 수 있어”라고 대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떤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담아내는지 증명할 때 투자가 일어나고 지속가능한 움직임이 일어나는 거 같아요.

 

(김수동) 아! 정말 저한테 많은 인사이트를 주는 이야기네요. 정지연 대표님이 출자자로 참여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꼭 만나 뵙고 싶었어요. ^^ 끝으로 터무늬있는집 식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정지연) 음… 저는 조심스럽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지금 보는 게 다가 아닐 수 있다”는 건데요. 이게 어떤 의미냐면, 우리가 살다 보면 어떨 때는 정말 당장 죽을 듯 힘들 때도 있고, 또 어떨 때는 내가 진짜 잘 나간다고 생각이 들어 자신감에 찰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꼭 그렇게 힘들어할 필요도 없고, 세상 다 가진 것만큼 자만해서도 안된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 순간이 지나가면 참 다양한 게 존재해 있더라는 말을 터무늬있는집에 참여하는 젊은 청년들에게 특히 전하고 싶네요. 소중한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 _ 이영림

 

 

출자후기

[인터뷰] 관악에서 만난 행동하는 멋진 선배! (구명숙출자자)

 

❝청년들에게는 힘내라는 말 대신 함께 뛰며 힘주는 멋진 선배가 필요합니다. 관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구명숙 출자자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 멋진 선배가 있는 관악의 청년들은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공익활동가를 위한 관악뿌리재단, 그리고 지역협의체와 공동체 활동 등 관악구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구명숙 출자자님의 개인활동 이야기를 비롯해 터무늬있는집을 향한 진심 어린 마음이 담긴 구명숙 출자자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인터뷰는 2022년 7월 12일(화) 관악정다운의료사협 사무실에서 진행했으며, 김수동 소장과 이영림 연구원이 함께 질문했습니다.❞ (글_이영림)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영림) 안녕하세요, 구명숙 출자자님. 작년까지는 신규출자자분들께 전화로 감사 인사를 드린 후 우편으로 출자증서와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렸는데, 올해부터는 일정이 가능한 대로 이렇게 신규출자자분들을 직접 찾아가 츨자증서를 전달하면서 간단한 인터뷰도 진행하고 있어요. 

 

(구명숙) 왜 이렇게 어려운 선택을 하셨어요?

 

(김수동) 출자자분들 만나서 말씀을 듣다 보면 힘이 되는 말을 참 많이 들어요.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고요. 또, 이야기 나눈 것들을 글로 남겨놓으면 그게 쌓여서 귀중한 자료가 되고, 연차보고서에 모아서 실을 수도 있어서 좋더라고요. 

 

(구명숙) 이게 2021년도 연차보고서인가요? 너무 이쁘게 잘 만드셨네요.

 

(이영림) 인터뷰를 요청하면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출자자분들도 계신는데,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고요. 출자자님의 평소 활동에 대해 듣기도 하고, 터무늬있는집과 관련해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소소하게 듣기도 해요. 출자자님의 소중한 마음을 저희만 알고 있는 게 너무 아쉬워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은 저희의 노력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바쁘실 텐데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셔 정말 감사드립니다.

 

 

Q. 자기소개와 함께 관악에서 하고 계시는 활동도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구명숙) 저는 주로 관악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관악정다운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1기 이사회에서 이사이자 살림위원장으로 활동했었는데, 올해부터는 살림(경영)위원장과 경영이사로 활동하게 됐어요.

 

지역의 공익활동가를 지원하는 관악뿌리재단에 운영이사로 참여하면서 사업기획위원회 위원장도 하고 있고, 관악 지역의 사회적경제네트워크 법인인 사회적협동조합 공동체관악에서 이사도 맡고 있습니다. 관악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의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역을 넘어서는 활동으로는 2018년에 사회투자지원재단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활동가 학습조직인 ‘페다고지’에 참여한 계기로 2020년부터는 팀학습 코치로 활동하고 있어요. 이렇게 쭈욱 나열하고 보니 지역에서 그리고 사회적경제 활동가로서의 제 모습이 그려지네요. 이외에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창업경영지원센터 멘토도 하고 있고, 소소한 강의 등을 하며 경제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영림) 저는 이전에 노원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근무할 때 센터장님을 뵈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구명숙 센터장님이라는 호칭이 더 익숙합니다^^ 이전에 해오셨던 사회적경제, 시민사회 활동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구명숙) 행복중심서울생협, 이름이 바뀌기 전에는 여성민우회생협이었죠. 그곳에서 1998년에 조합원이 된 후 2002년부터 조직교육담당으로 시작해서, 상무이사로 2015년까지 일했던 경험이 있어요. 이후 관악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있다가 2019년 6월에 마무리했고, 네트워크 법인의 상임이사로 있다가 이후 의료사협과 관악뿌리재단 창립 후 이사로 활동하게 됐어요. 그러고 보니 30대 후반부터는 계속 협동조합 관련 활동을 해왔네요.

 

(이영림) 센터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그간 지역에서 제일 중요한 기반을 다지고, 만들어 내시는 활동을 해오신 것 같아요.

 

Q. 혹시, 활동 속에서 청년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고민을 접할 기회가 많이 있으셨나요?

 

(구명숙) 관악뿌리재단이랑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활동을 하면서 청년들과 만날 기회가 조금 있었어요. 관악지역에는 신림, 봉천, 난곡지역의 가난한 주민들과 함께 빈민운동을 해오신 분, 90년대 공부방 활동, 도서관 운동, 교육 운동, 환경 운동을 하며 지역에 정착해 지금까지 주민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와 단체들이 풀뿌리 시민사회를 이루고 있어요.

 

지역의 현장에서 청년시절부터 활동하면서 나이가 들어 이제는 40대 후반에서 50대~60대의 어른이 된 거예요. 사회의 변화와 함께 활동영역도 사회적경제 영역으로 확장되기도 했지만, 안타까운 것은 (꼭 관악지역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함께 이어 활동하는 청년활동가들이 매우 드물다는 거예요. 큰 고민이죠. 

 

지역사회에서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관심들을 어떻게 뿌리 내리고 자리 잡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저의 얕은 생각으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 청년활동가들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주거안정과 기본적인 경제생활이 보장된다면 지역에서 청년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큰 힘이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특히 결혼하게 되면 활동가들에게 육아문제, 주거문제는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이전에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을 할 때 지역의 청년들이 정주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데 필요한 활동가 부부의 공동육아 그리고 주거문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러다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된 계기는 뿌리재단을 통해 ‘청년 활동가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기금 배분사업’을 했던 경험이에요.

 

관악뿌리재단은 공익활동을 하는 단체도 지원하지만, 무엇보다도 활동가들의 성장과 도전, 경험을 지원하는 일을 많이 해요. 청년들이 공익활동을 지속하는 데 당장 필요한 학자금이나 주거자금, 도전이나 경험하고 싶은 활동자금, 쉼이나 교류 이런 필수적인 부분들을 지원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었어요.

 

관악뿌리재단의 전신인 ‘관악뿌리기금 준비위원회’에서 2년간 지역의 공익활동가들의 쉼과 회복을 위한 활동이나, 연대를 위한 활동가대회 등을 자발적인 자조기금을 만들어서 지원했었어요.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고, 지역사회 풀뿌리운동의 지속성뿐 아니라 새로운 청년새대의 공익적 활동을 지원하는 체계적인 운동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어요. 그 결과가 관악뿌리재단의 탄생으로 이어진 거고요.

 

그런데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에서 이미 저희가 했던 기금사업과 유사한 공익활동가의 복지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죠. 그래서 우리도 같은 걸 하기보다는 공익활동가 복지는 ‘동행’과 연대하기로 하고 협약을 맺었어요. 그리고 바로 기금 500만 원을 조성해서 ‘사회적협동조합 동행과 함께 든든한 뿌리 내림’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공익활동가를 선정해 가입출자금과 1년 조합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을 했어요. 첫해에 64명, 두 번째 해에 17명으로 총 81명이 동행 조합원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했어요. 올해도 계속 지원할 예정입니다. 그 사이에 많은 활동가들이 동행의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만족도도 높고요.

 

그래서 관악뿌리재단은 ‘지역 공익활동가들의 성장을 지원하자!’는 목적을 가지게 되었어요. 2020년에는 기금을 조성해 코로나로 어려워진 주민을 지원하는 공익활동에 기금을 배분해 공익활동가들의 활동을 간접 지원하고, 2021년에는 청년들의 활동을 발굴 지원했어요. 이를 계기로 청년공익활동기금을 별도로 만들어 적립도 하고 있어요. 청년들끼리 지역사회에서 공익활동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논의하는 청년모임도 있어요.

 

또, 정다운의료사협에는 4명의 청년 이사가 2기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고, 청년 의료인도 함께하고 있어서 참 좋습니다. 의료복지를 통해 지역 안에서 세대를 불문하고 동료로서 함께 활동하며 성장하는 에너지가 느껴지고, 서로 이어지고 있음을 실감해요. 존중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저희 이사님과 활동가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는 관악 터무늬있는집의 ‘봉천살롱’을 잘 알고 있답니다. 관악지역에는 청년연구소도 따로 있어요. ‘잇는연구소’라고 지역을 연구하는 청년연구소예요. 2020년에 만들어져서 지역에 필요하고 가려운 연구를 찾아서 하고 있답니다. 이 청년들 참 좋아요, 아주 많이 응원해요☺️

 

Q. 출자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구명숙) 원래 출자는 더 일찍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다른 곳에 후원이나 출자하고 있는 것도 있어서 생각만 하고 있었죠. 지역활동을 하다 보면 경제적 보상이나 급여 수준이 높지 않은 게 현실이거든요. 기본 생활비 이외에 지출을 더 늘릴 수 없는 상황이어서 망설이다 이제는 정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심하게 됐어요?

 

 

Q. 터무늬있는집을 언제 알게 되었고,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가요?

 

(구명숙) 터무늬있는집은 초창기부터 알고 있었어요. 페다고지 활동을 계속 해왔었기 때문에 터무늬있는집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죠. 그런데 초기에는 귀동냥으로 들은 거라 솔직히 터무늬있는집 사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잘 몰랐어요.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된 데에는 세 번의 포인트가 있었던 거 같은데, 최근 가장 실감 나게 다가온 거는 김수동 소장님 페이스북 글이나 소장님을 통해 이야기를 접하며 ‘시민출자 방식’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고, 또 그 돈이 어떻게 돌아가고 청년들에게 무엇을 지원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어렴풋이 감을 잡은 뒤에 도시재생 희망지 사업을 계기로  터무늬있는집 청년단체인 로컬엔터테인먼트협동조합의 청년활동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그 자리에서 터무늬있는집에 산다고 소개하는 것을 들었고, 또 터무늬있는집에 사는 게 얼마나 좋은지를 듣게 된 거죠. 그 일을 계기로 터무늬있는집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했다고나 할까요?

 

세 번째는 2년 전에 관악구에 터무늬있는집이 생기고 김명철 활동가(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관악 입주팀)가 입주하며 어떤 곳인지 더 잘 알게 됐어요.

 

사실 관악구는 청년 1인 가구 비중이 1위인 지역이라 사회주택도 많아요. 사회적기업 중 첫 번째로 사회주택을 시작한 썬랩이 관악구에서 4호점, 5호점을 지어 운영하고 있고, 어울리도 벌써 4호나 지어서 청년들이 입주해 생활하고 있어요. 제가 센터장으로 있을 때 해당 사회주택에 입주한 청년들의 일자리 연계사업을 하기도 했고, 그 청년들이 지역 활동에 연결된 좋은 경험도 있어요. 주거 안정이 이루어지면서 활동까지 이어진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 특히 ‘시민출자형 공동체 주거문화’라는 터문늬있는집의 지향에

공감하고 중요한 사업이자 활동이라 생각해왔죠.❞

 

 

Q. 관악에 있는 터무늬있는집 청년들을 만나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구명숙) 네, 지역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교류할 기회들이 종종 있었어요. 입주청년을 만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라이프스타일이 달라 힘든 부분도 있다는 것도 들었어요. (하하) 식성이 다른 건 따로 먹으면 되는데 라이프스타일이 다르면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수동) 맞아요. 그래서 함께 살이를 위한 준비과정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봉천동의 청년팀을 생각해보면 마음공부를 해온 팀이고, 공동주거에 대한 꿈도 있었기 때문에 이상적으로 생각한 부분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렇지만 막상 살아보니 생각과 다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작년부터는 터무늬있는집 입주 희망단체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함께살이 청년학교’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어요.

 

(구명숙) 그러게요. 만나서 활동할 때는 좋지만, 같이 살아본 경험이 없다 보니 막상 함께 살면 부딪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Q. 터무늬있는집에 느낀 매력과 이 운동의 확장에 대한 출자자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구명숙) 터무늬있는집이 저랑 필연적 관계가 있고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청년 주거문제의 해결을 시민출자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데에 매력을 느꼈어요.

 

(김수동) 출자자님께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요. 터무늬있는집에서 만약 은행 정기예금 정도의 이자 보상(2%~3%)을 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고 있어요. 주변에 출자를 권유할 때나, 출자를 결심하게 될 때 이 정도의 이자 보상이 있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요?

 

(구명숙) 글쎄요. 이게 사실 선한 출자잖아요. 저는 선한 출자의 동기부여는 명확하게 선한 출자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운동이 확장성을 가지려면 시민출자 방식의 선한 영향력에 대해 더 강하게 메시지가 나갈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터무늬있는집의 확장을 위해 아주 선한 출자로 100만 원을 했는데 이자율 때문에 200만 원, 300만 원이 될 수 있나 생각해보면 그게 얼마나 클까 싶거든요. 내가 지금 형편으로 100만 원 정도의 출자를 할 수 있는데, 만약 2%의 이자 보상아 주어진다고 200만 원을 더 출자하게 될까요? 이에 대해선 의문이 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터무늬있는집 출자금은 쌈짓돈에서 나오는 게 많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도 쌈짓돈이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어떤 돈으로 출자를 하고 있는지 물어볼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는데 터무늬있는집의 취지가 좋다고 해서 바로 터무늬에 출자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럼 어떤 돈이 들어올까? 제 경우를 생각해보면 내가 출자할 이유가 발견했기에 출자한 것 같아요. 저 같은 사람의 경우에는 시민출자와 청년 공동체 주거의 기쁨에 대한 메시지를 더 강하게 줘야 출자 참여가 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출자자님이 듣고 싶은 터무늬있는집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구명숙) 저는 터무늬있는집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실제로 살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관심과 마음을 더 많이 움직인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은 터무늬있는집은 여전히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의지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운동의 의지가 더 강하다 보니 청년들에게 출자의 선한 영향력이 어떻게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요.

 

관계의 시너지라는 게 있는 것 같은데요. 생각해보면 터무늬있는집은 100만 원의 출자를 한 한 명의 시민출자자가 100만 원의 출자를 더 하는 것이 시너지가 아닐까 싶어요. 내가 직접 못 내면 낼 수 있는 다른 한 사람을 소개해 줄 수도 있고요. 그러려면 현재 출자자들과의 관계에서도 터무늬있는집이 지향하는 가치와 활동에 더하여 살고 있는 청년의 이야기를 더 많이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더 많이 소통하고 관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출자자들이 ‘나도 터무늬있는집 출자모금 활동에 동참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야 확장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수동) 좋은 말씀과 제안입니다.

 

 

Q. 끝으로 터무늬있는집의 청년들과 출자를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구명숙) 지금 이 순간에도 출자를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터무늬있는집은 내가 내는 돈보다 보람이 더 큰 몇 안 되는 일이라는 말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속에서 풀리지 않는
모든 물음들에 대해 인내하십시오
물음 그 자체를 사랑하십시오
지금 주어지지 않는
답을 구하지 마십시오
지금 그대로 살 수 없는 답을…..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살아보는 것입니다
이제 그 물음 속에 사십시오
그러면 서서히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먼 어느 날 그 답을 살고 있을 것입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청년들에게는 그냥 현재에 충실하며, 건강하게 자신을 잘 표현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말을 건네고 싶어요. 릴케의 시처럼 ‘살아볼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 땅의 많은 청년들에게 터무늬있는집이 그곳이 되길 기대합니다. 

 

 

정리 _ 이영림

 

출자후기

[인터뷰] 용산의 터무늬있는 주인공을 만나다! (김미선 출자자, 조정옥 센터장)

 

❝용산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사회적협동조합 인사랑케어의 김미선 이사장님과 인사랑케어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는 용산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의 조정옥 센터장님을 출자자 인터뷰를 위해 찾아가 만났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더욱 뜨거워진 용산지역의 부동산 시장 문제와 지역 사람들의 지역자산화 시도, 돌봄 사회적경제 조직이 걸어온 길, 터무늬있는집을 향한 찐사랑☺️과 응원?까지 출자자님과 함께 속 깊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는 용산지역자활센터에서 2022년 7월 5일(화) 오후에 진행했으며, 터무늬있는집의 김수동 소장과 이영림 책임연구원이 함께 질문했습니다.❞ (글_이영림)

 

Q. 출자자님이 활동하고 계시는 사회적협동조합 인사랑케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미선 : 사회적협동조합 인사랑케어는 용산지역자활센터에서 만들어진 돌봄서비스 기관입니다. 2008년도에 자활 간병사업단에서 시작했어요. 용산구 내에서 주로 방문요양, 방문목욕, 장기요양서비스 등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활사업단에서 시작해 2008년 자활기업 인정, 2012년도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고 이제 인증받은 지 10년이 됐네요. 또, 지금은 용산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영림 : 자활사업단에서 자활기업,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조직전환, 예비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 인증을 거치며 많은 노력을 해오셨을 것 같아요. 자활센터 실무자로 계시다 어떻게 지금의 사회적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게 되셨나요?

 

김미선 : 자활사업단에서 실무자로 있다가 자활기업으로 나오면서 대표를 맡았어요. 그 당시에는 지역자활센터에서 그런 형태로 나온 돌봄기업이 꽤 있었어요. 제일 이상적인 것은 자활 주민분들이 성장해서 대표를 맡는 형태인데 사실 사업체를 운영하고, 정책사업을 할 때 당장 준비된 부분들이 필요하다 보니 제가 대표직을 맡게 되었어요. 그 당시 함께 자활에서 독립했던 요양보호사분들이 다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실무자들이나 조합원 중 차기 이사장이 나와주면 좋겠고, 그게 저희 조직의 과제이기도 해요.

 

Q. 인사랑케어의 다양한 사업활동의 배경이 궁금해요.

이영림 : 인사랑케어 활동을 보면 재가복지서비스 중심 활동이면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위탁법인이라는 조금은 특별한 이력인데 이유가 있을까요?

 

김미선 : 재가복지서비스가 중심인 건 용산에서는 아무래도 임대료가 비싸고, 지역 특성상 요양원 같은 노인복지시설을 설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지역주민의 반대가 심한 편입니다. 이와 관련해 고민하며 컨설팅을 받기도 했는데요, 부자들을 위한 고급 시설을 운영하지 않는 한 현재의 제도 아래서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구조 마련이 쉽지 않더라고요. 용산에는 구립 요양시설 두 곳이 있고, 민간이 운영하는 요양시설은 한 곳뿐이에요. 결론적으로 용산에서는 공간 기반(시설 중심의) 복지기관을 민간이 운영하기는 어려운 거죠. 부동산 문제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위탁을 받게 된 계기는 지역에서 만들어진 사회적경제네트워크 법인이 해산되는 진통을 겪은 배경이 있어요. 저희 인사랑케어가 지역에서 만들어진 오래된 돌봄기업이면서 돌봄 쪽 비영리 법인이고, 또 사회적기업이다 보니 이익보다는 사회적 목적, 가치를 달성하는 데 더 주안점을 두는 게 사실이에요. 사회적경제 활동을 하는 주체들이 모여 있고, 지역 돌봄을 실천하고 있다 보니 지역에서도 단일 법인이 운영하는 것에 좀 편하게 접근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조정옥 : 겸손한 말씀이에요. 인사랑케어같은 훌륭한 조직이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게 다행이고요. 이런 이사장님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신뢰를 얻었으리라 생각해요.

 

Q. 두 분이 활동하시는 용산에는 빈부격차가 유독 심할 것 같은데 체감하세요?

김미선 : 맞아요. 지역에서 시민자산화를 시도하기도 했었는데요. 해방촌 같은 도시재생 지역에 집을 사서 공유공간을 만들고자 했었어요.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해지고 연예인들도 많이 들어오기도 하면서 임대료가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냈어요. 또, 용산에는 임대아파트가 거의 없어요. 산천동, 도원동에 소규모 임대아파트가 있고, 동자동에 쪽방촌도 있지만 임대료 때문에 저소득층이 살기가 매우 어려운 곳이죠. 또 하나 피부로 와 닿는 것은 돌봄 인력들이 정말 많이 필요한 지역이기도 한데 요양보호사분들을 구하기도 너무 힘들어서 구인난에 매번 시달리고 있기도 해요.

 

조정옥 : 터무늬있는집은 청년주택으로만 운영할 계획인가 궁금하네요.

 

김수동 : 지금은 청년주택에 터무늬있는집이 집중해 있기는 하지만, 청년을 특정하기보다 사회연대주택 개념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조금씩 하고 있어요. 보육원을 퇴소한 자립준비청년들, 은둔청년들도 낙인 없이 입주해 있고, 사회관계망이나 주거의 필요가 있는 계층과 연대하는 연대형 주거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도 조금씩 하고요. 제가 얼마 전 대구 동구 안심마을을 다녀왔는데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독립된 삶을 살면서도 마을안에서 관계망을 만들어주는 모습이었어요. 그런 다양한 사례들을 지역마다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터무늬있는집은 어떻게 알게 됐고, 출자까지 이어지게 되었나요?

김미선 : 처음에는 사회투자지원재단 홈페이지에서 터무늬있는집과 관련한 글을 처음 봤어요. 그때 관심은 크게 없었는데, 이후에 김수동 소장님 페이스북을 보다가 정말 꽤 의미 있고 좋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에도 출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상생활을 하 자꾸 놓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최근에 이제 더는 미루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고 하게 되었어요. ?

 

Q. 출자자님이 느끼신 터무늬있는집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김미선 : 제 고향은 전북 임실이거든요. 성인이 된 후 서울에 왔고, 처음에 자취를 시작한 곳이 용산이었어요. 자취하면서 월세살이도 많이 했어요. 결혼하면서 서대문구에 살다가 지금은 은평구에서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용산에서 주로 일이나 활동하다 보니, 은평에 살면서도 지역을 기반으로 사람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요. 안전한 네트워크도 형성되고, 이웃과 만남이 있으면 좋겠다 싶은데 그게 잘 안되어서 아쉬움이 커요.

 

터무늬있는집은 청년들에게 경제적으로 부담 없이 집을 제공한다는 것도 있지만 지역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 거점이 되고, 더불어 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것 같아 더 큰 의미가 있어 보여요. 앞으로도 제가 조금씩 여유가 생기면 꾸준히 출자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영림 : 귀한 마음 감사합니다! ??? 현장에서 청년들과 함께했던 경험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터무늬있는집은 선배세대, 청년과의 교류활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서 출자자분들의 참여나 활동을 많이 요청드리기도 하거든요.

 

김미선 : 제가 주로 활동하는 용산지역은 다양한 활동을 하는 단체도 많다 보니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게 됩니다. 특히 용산나눔의집에서는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인권활동을 해요. 함께 일하는 누군가에게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가 있어요?”라고 물어보기보다 “사랑하는 사람 있어요?”라고 물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왜냐면 성소수자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요. 제 경험은 청년들이 관심이라는 이유로 사생활을 묻는 것들에 대해 좀 꺼린다는 느낌을 받곤 해요. 잘못하면 꼰대 이야기를 듣지는 않을까 싶어 제 스스로 조심도 많이 하고요. 코로나19를 겪으며 돌봄 업종에서 활동하다 보니 방역에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이전에는 청년 직원들과 점심도 도시락을 싸와서 같이 먹기도 했다면 이제는 자연스레 따로 먹는 문화가 일상이 되었어요. 회식문화도 그렇고요. 이렇다 보니 교류의 기회가 적어진 점이 좀 아쉬워요.

 

Q.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김수동 :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출자자님이 지금 주로 활동하시는 건 어르신 돌봄 분야이고, 청년 자녀가 있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청년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두게 되셨는지가 궁금하네요.

 

김미선 : 제가 함께 일하고 있는 곳의 사회복지사들도 청년이에요. 옆에 조정옥 센터장님이 일하고 있는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실무자들도 그렇고요. 이 친구들 중 몇몇은 독립해서 원룸에 살고 있어요. 용산이 워낙 임대료가 비싸다 보니 용산에 집을 구해서 살 엄두는 못 내요.

 

원룸이라고 하면 보통 5평, 6평이잖아요. 워낙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뭘 만들어 먹기도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즉석식품을 많이 사다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청년 임대주택에 신청해보라고 권하기도 했는데, 막상 살고자 하는 집은 소득 기준 때문에 해당이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경쟁률이 세서 떨어지기도 하고요. 그렇게 주변에 함께하는 청년들의 주거문제, 어려움을 들으며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Q. 터무늬있는집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김미선 : 터무늬있는집에 입주한 청년들이 좋은 기회를 잘 누렸으면 좋겠어요. 지역에서 함께 거주하며 활동역량도 많이 쌓아가고, 지역에서 관계도 만들어가고 그러다 보면 좀 멀긴 하나 노후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을까요? 경제적인 자산이 아닌 관계 자산으로 지역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요!

 

또, 출자를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하세요~?”라고 전하고 싶어요. 터무늬제작소에는 이렇게 청년들의 주거복지, 문화 부분을 선도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는 데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고요. 이전에 총회 및 방구석 집들이에도 참여하고 싶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 일정을 놓쳤어요.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꼭 참여해보고 싶어요.

 

터무늬있는집 청년주거포럼에 초대합니다!

? 터무늬있는집 청년주거포럼 참가신청 : https://forms.gle/ixqD3hoUn3s2BKBx5

 

김수동 : 저희가 7월 14일(목)부터 9월 29일(목)까지 총 여섯 번에 걸쳐 청년 주거포럼을 열 계획입니다. 청년의 집을 만드는 다양한 주체들과 청년의 집에 대해서 그리고 다양한 사례의 주인공들을 초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터무늬있는집 청년들, 출자자분들도 모시고 일반 시민들도 초대할 예정입니다. 거리두기도 좀 많이 완화되고 했으니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새로운 터무늬있는집에 청년들이 입주하면 오픈하우스 행사도 열고 했었는데, 그때 한번 와 보셔도 좋겠어요. 교류 활동뿐만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들도 있으니 앞으로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고? ?‍♂️ 좀 자주 어울리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함께하신 출자자님의 짝꿍(조정옥 센터장)의 소감을 듣고 싶어요.

조정옥 : 좋은 기회로 함께 인터뷰에 참여해 터무늬있는집 이야기를 듣게 되었네요. 오늘 만남 이전에는 막연하게 터무늬있는집의 공급방식이 일반적인 청년주택의 공급방식과 비슷하겠다고 생각했었어요. 터무늬있는집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정말 청년들에게 공동체살이의 기회와 여러 경험들로 근육을 키워주고 있는 소중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역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뿌리를 내렸으면 좋겠어요. 또, 제가 사는 금천구에도 터무늬있는집을 지역에서 하나쯤 같이 만들어 보기를 꿈꿉니다. 

 

김수동 : 꼭 함께 금천에서도 도모해 보시죠 센터장님!^^ 페친으로만 알고 지내던 존경하는 동네 이웃 김미선 이사장님을 만나 즐거웠고 앞으로 더욱 친하게 지내면 좋겠습니다. 두 분 모두 훌륭하시지만 두 분의 만남은 대단한 우정이며 역사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용산 사회적경제의 터무늬 있는 주인공들이십니다. ?

 

 

정리 _ 이영림

 

왼쪽부터 터무늬있는집 김수동소장, 김미선출자자, 조정옥센터장

 

출자후기

[인터뷰] 홈리스를 위한 터무늬있는 세상을 만드는 ‘빅이슈 코리아'(김수열 출자자)

 

❝빅이슈라는 잡지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잡지가 만들어지는 이면의 이야기는 제대로 알지 못했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출자자가 되신 빅이슈 코리아의 김수열 이사장님을 인터뷰하며 빅이슈가 하는 다양한 활동을 제대로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길에서 빅이슈 판매자(빅판)분들을 보면 쉽게 지나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처음 듣는 빅이슈의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워 질문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결국, 처음 계획했던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기고 말았습니다. 김수열 출자자님의 귀한 시간을 빼앗은 거 같아 죄송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끝까지 정성스럽게 답해주신 이사장님께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홈리스의 주거자립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빅이슈와 청년의 주거자립을 지원하는 터무늬있는집은 서로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김수열 출자자님과 자주 찾아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뷰는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에서 2022년 7월 17일(금) 오후에 진행했으며, 터무늬있는집의 성승현 선임연구원과 이영림 책임연구원이 함께 질문했습니다.❞(글_성승현)     

 

 

성승현 :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김수열 : 안녕하세요. 저는 빅이슈코리아의 김수열 이사장입니다.

 

성승현 : 한 달 전에 뵈었을 때는 직함이 상임이사였는데, 그사이에 직함이 이사장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셨네요?

 

김수열 : 네, 이번 이사회에서 이사장이 됐습니다. 더 열심히 일 하라는 채찍질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승현 : 빅이슈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수열 : 빅이슈는 영국 런던 거리에 주거가 취약한 홈리스(Homeless, 거리 노숙/비적정 거주민 등의 주거 취약계층)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에게 잡지 판매를 통해 합법적 수입을 올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991년에 시작한 사회적기업입니다. 한국판 빅이슈는 2010년 7월 5일에 창간했고요.

 

빅이슈는 빅이슈 판매원(빅판)에게 <빅이슈> 잡지를 팔아 판매금 절반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일거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를 통해 각 판매자가 구걸하지 않고 일하는 마이크로 기업가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고 있습니다.

 

성승현 : 빅이슈의 홈리스분들은 보통 주거 형태가 어떻게 되나요?

 

김수열 : 처음에는 길거리의 홈리스분들 가운데 시설에 들어가지 않는 분들을 대상으로 빅이슈 판매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아웃리치(outreach) 활동을 합니다. 아웃리치를 통해서 홈리스분들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왜냐하면 본인의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빅이슈 판매를 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웃리치 활동을 통해 홈리스분들이 스스로 저희를 먼저 찾아오게끔 하는 겁니다.

 

그렇게 찾아오신 분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통해 현재의 주거상태,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과정, 본인의 현재 생각과 결심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러고 나서 임시로라도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고시원 같은 형태의 주거지원을 해드리는 게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면, 처음에 빅이슈 판매를 시작하면 서툰 게 많을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길거리에 서서 빅이슈를 들고 판매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많은 관심을 받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그림자인거죠. 많은 관심이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무관심이 부담스러운 거죠.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 이런 과정을 다 이겨내야지 비로소 빅판으로 성장할 수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식사를 해결하지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두 끼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드리고, 빅이슈 10권을 무료로 드립니다. 현재 빅이슈가 권당 7,000원에 판매하고 있으니까, 10권을 다 팔면 7만 원의 종잣돈이 생기는 거죠. 그러면 그 돈을 가지고 또다시 빅이슈를 권당 3,500원에 구매하고 판매해 조금씩 소득을 늘려가도록 하는 겁니다. 그렇게 신입 빅판 과정을 거치고 나면 고시원 몇 군데를 보여드리면서 본인이 원하는 곳을 선택하도록 안내한 후에 첫 달 치 고시원비를 지원해드립니다.

 

빅이슈가 홈리스 주거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LH 임대주택의 운영기관이기도 한데, 현재까지 약 99호를 관리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는 이걸 지역전환식으로 넘기는 과정에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빅이슈와 같은 운영기관을 통해 입주하는 것이 더 수월했는데, 지금은 주거상담 전문기관이 생기면서 빅이슈를 통해 입주하는 것이 꼭 유리하지는 않은 상황이 됐거든요. 여러 가지 조건만 맞으면 동사무소에서 대상자를 발굴해서 입주시키는 게 더 효율적이게 된 거죠.

 

이영림 : LH 임대주택의 임대료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김수열 : 주택별로 상이한데, 통상적으로 50만 원 정도의 보증금에 약간의 관리비가 추가됩니다. 저희는 빅판분들이 100만 원 정도의 저축금을 모아야지만 입주자격을 주는 나름의 가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증금을 많이 낼수록 월 관리비가 낮아지잖아요. 그래서 월 관리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런 가이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하면, 빅판분들이 약간 무리를 해서라도 최소 50만 원 이상의 보증금을 저축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성승현 :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나요?

 

김수열 : 코로나 직전이었던 2019년에는 판매처가 70~80곳 정도 됐는데, 지금은 판매처가 30여 곳으로 줄었어요. 말씀드렸듯이 저희가 아웃리치 활동을 통해서 빅판분들을 모집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무료급식소 등의 운영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아웃리치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렇게 코로나가 2년 이상 이어지다 보니 판매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 거죠.

 

성승현 : 홈리스분들과 관계 맺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빅이슈 직원들과 빅판분들 사이에 갈등은 없나요?

 

김수열 :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아까 사무실에서 보셨을 텐데, 저희가 기본예절을 적어놓은 것이 있어요. 예를 들어, 판매에 대해서는 서로 이야기하지 않게 해요. 나는 10권 팔았는데 누구는 30권 팔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판매에 대한 이야기는 서로 하지 않게 하는 거죠. 또, 서로 공경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반말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있고요. 이런 식으로 조직 생활, 혹은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기본예절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승현 : 빅판분들이 판매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과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김수열 : 가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역 주변에서 노점상을 하시는 분들과 관계가 좋은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있어요. 관계가 좋은 경우에는 잠깐 화장실 다녀오는 동안 노점상분들이 카트를 봐주기도 하는데, 관계가 안 좋은 경우에는 판매하지 말라고 해코지를 하기도 해요.

 

저희 판매팀에 주로 현장 활동을 하는 코디네이터분들이 있습니다. 판매지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빅판분들이 보통 2~3시 이후부터 판매를 시작합니다. 판매지가 상설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분들이 어느 시간에 어디를 가면 빅판을 만날 수 있다고 인지하는 것은 일종의 시민과의 약속이거든요. 그래서 판매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갑자기 몸이 안 좋거나 비가 많이 와서 판매를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반드시 코디네이터한테 연락해서 본인이 오늘 이런 상황이어서 휴무를 하겠다는 것을 꼭 이야기하게 합니다. 독자분으로부터 어느 판매지에 빅판분이 안 계신다는 연락이 오면 코디네이터가 상황 설명을 해주고, 다른 가까운 판매지가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식으로 대처하기 위함이죠.

 

판매는 빅판분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거고, 저희가 강제하는 것은 전혀 없어요. 단지, 약속된 시간을 지키기 어려운 경우에만 사유를 미리 알려주도록 하고 있고, 저희는 그것을 무조건 수용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빅판분이 갑자기 병원에 가야 해서 판매를 못 한다고 연락이 오면, 저희는 사실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수용합니다. 나중에 만나면 병원 다녀오신 건 어땠는지 물어보는 정도의 이야기만 하죠.

 

성승현 : 빅판분들을 직접 상대하는 코디네이터의 업무강도가 생각보다 높을 것 같아요.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많을 것 같고요.

 

김수열 :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 빅이슈 직원들, 특히 코디네이터들은 심리 상담을 꼭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코디네이터들이 빅판분들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것들을 회사에서 제대로 돌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전문적인 심리 상담 박사님들을 통해 주기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승현 : 그동안 빅이슈 잡지는 많이 접할 수 있었지만 빅이슈 잡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이면의 이야기는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자세하게 알고 나니 빅이슈 잡지를 만드는 일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김수열 : 맞아요. 많은분들이 저희가 빅이슈 잡지를 만들고, 빅판분들이 판매를 통해 수익금의 50%를 가져간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저희의 업무 중 상당 부분이 이런 코디네이터 활동이라는 것은 잘 모르거든요.

 

임대주택 운영관리 기관으로서의 업무도 꽤 많고요. 코디들뿐만 아니라 빅판분들을 위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도 있는데, 이를 위한 의료지원 업무도 꽤 많아요. 빅판분들이 진료 시에 의사 선생님과 제대로 소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희 직원이 동행을 해야 하거든요. 진료도 함께 하고, 진료가 끝나면 다음 진료 예약까지를 저희 직원이 다 관리해줘야 해요.

 

이 외에 중독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고, 50플러스재단과 협력해서 빅판분들을 대상으로 가드닝, 타악기, 바리스타와 같은 교육도 하고 있는데, 그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업무도 꽤 됩니다.

 

성승현 : 이렇게 다양한 사업을 하려면 인건비를 포함해서 운영비가 생각보다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빅이슈 판매 수익금만으로 운영비 충당이 가능한가요?

 

김수열 : 너무 어려워요. 빅이슈 판매 수익의 50%는 빅판분들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수익을 잡지 제작과 법인 운영비로 사용합니다. 잡지 제작뿐만 아니라 말씀드린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데 빅이슈 판매수입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재정적으로 너무 어렵습니다. 잡지 발행뿐만 아니라 주거 취약계층을 자립시키는 것도 저희의 중요한 미션 활동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재정의 어려움 때문에 이것을 포기할 수는 없어요.

 

지금까지는 후원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후원 관리를 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빅판분들이 입는 조끼, 모자, 배낭 같은 것들은 기업들로부터 후원받기가 조금 수월한데, 그 이외의 부분들은 후원받기 좀 어려운 부분이 많았거든요. 이런 부분을 조금 더 보완할 예정입니다.

 

또, 저희가 잘하는 것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용역 사업도 많이 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발행하는 뉴스레터의 콘텐츠를 직접 취재해서 발행하거나, 영상을 제작하는 용역 사업을 했었어요. 빅이슈 잡지 판매로 모자란 재정을 이런 부대사업을 통해 메꿔왔던 거죠.

 

이영림 : 빅이슈 잡지에 광고 게재는 안 하나요?

 

김수열 : 하기는 하는데,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빅이슈를 창립한 지 올해로 12주년이 됐는데, 초기의 주 독자층이었던 20대~30대 여성들이 성장하면서 주 독자층이 40대 여성으로까지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20대~30대 여성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업체의 광고가 저희한테는 잘 들어오지를 않았어요.

 

연극이나 전시회 등의 후원이 가끔 들어오는데, 이런 곳들은 홍보비가 넉넉하지 않다 보니 주로 무료입장권과 같은 형태로 제안이 들어오거든요. 그러면 저희는 그걸 독자 이벤트로 풉니다. 이건 소소한 꿀팁인데, 빅이슈의 독자 이벤트는 경쟁률이 높지 않아 당첨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많이 지원하시면 좋습니다?

 

이영림 : 빅이슈와 터무늬있는집이 홍보협력이나 캠페인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따로 없을까요?

 

김수열 : 누가 빅이슈는 어떤 잡지냐고 물어보면, 저희는 라이프 매거진을 지향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주제별로는 환경, 젠더, 동물권, 청년, 주거와 같은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고요.

 

청년주택과 관련해서는 저희가 예전에 터무늬있는집 관련 인터뷰 기사를 2번 정도 내보내기도 했었어요. 주거문제는 저희 주 독자층인 청년들이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거든요. 터무늬있는집과 같은 대안적인 사례를 소개하고, 공동체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면 저희 독자층에 굉장히 소구력이 있어요. 앞으로도 지속해서 이런 기사들을 발굴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빅판분들의 자립을 위해 주거권에 대한 접근을 조금 더 확대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빅이슈의 정관에 보면 빅이슈는 홈리스를 지원하는 곳이라고 되어 있거든요. 유엔에서 정한 홈리스의 기준을 보면 홈리스는 인권의 측면에서 쪽방과 같은 주거 취약계층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 개념을 너무 한정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빅이슈 잡지 판매를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서서 주거문제에 대해서 더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민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데, 터무늬있는집과도 앞으로 이런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성승현 : 터무늬있는집은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신 걸까요?

 

김수열 : 김수동 소장님의 공동체 관련 강의를 쫓아다니면서 들을 정도로 예전부터 주거공동체에 관심이 많았어요. 터무늬있는집도 김수동 소장님이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예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고요.

 

제가 주거공동체에 관심을 두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가족 관계’에 대한 관심 때문입니다. 터무늬있는집은 청년이 중심이지만, 우리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터무늬있는집 모델을 시니어 1인 가구의 사회적 가족 관계망을 만드는 일에도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영림 : 마지막으로, 혹시 터무늬있는집 청년들한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김수열 : 개인주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 자체가 큰 용기잖아요. 하지만, 실제로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면 처음의 기대와는 다르게 불편한 부분도 많겠죠. 그것들을 함께 소통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인 것 같아요. 때로는 그 과정이 단단하지 못하다고 느껴져 좌절하는 순간도 있겠지만, 지치지 말고 계속 노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재미와 의미를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정리_성승현

 

출자후기

[인터뷰] 가치를 담은 자선자본, 터무늬있는집(임재만 출자자)

2020년 5월 터무늬있는집의 시민출자자가 되신 임재만 교수님은 2021년 8월 출자자분들에 보낸 추가출자 요청 문자를 보고 기쁜 마음으로 응해주신 모범출자자(^^) 가운데 한 분이십니다. 처음에는 낯선 이름을 보고 어떤 경로로 출자자가 되셨는지 궁금해 알아보았지만 특별한 인연은 없는 듯 보였습니다. 궁금함이 커져 인터넷 포털에 이름을 검색해보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부동산 금융 전문가셨습니다. 부동산 금융 전문가답게 터무늬있는집에 도움이 되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교수님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인터뷰 중간에 학교 건물 전체에 화재경보음이 울려 급하게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화재경보음만 아니었다면 좋은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학교에는 아무런 화재 사고도 없었습니다. ^^

 

인터뷰는 2022년 1월 7일 세종대학교의 교수님 연구실에서 진행했으며, 터무늬제작소의 김수동 소장님이 질문하고, 임재만 교수님이 답을 해주셨습니다.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윤아 팀장이 정리에 도움을 주었습니다.❞(글 _ 성승현)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세종대학교에서 부동산학을 가르치는 임재만 교수입니다. 부동산학과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부동산 투자’, ‘부동산 금융’과 같은 분야를 많이 떠올리고, 실제로 학생들도 이런 부분을 많이 요구합니다. 저도 사실 파이낸스를 전공했고요.

 

그런데, 세종대학교에는 부동산 관련 행정, 정책 관련해서 시장주의 관점보다는 ‘부동산 시장에는 정부가 많이 개입해야 하고, 특히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라는 관점을 가지고 연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과 함께하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부동산을 단순히 이윤 추구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으로 보고,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부동산 학문과 부동산 시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학생들하고 만나고 있습니다.

 

Q. 터무늬있는집에 출자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금융에 대한 제 평소 지론이고도 한데요. 금융의 전통적인 역할이 돈이 남는 주체와 돈이 필요한 주체 사이에서 중개해주는 거잖아요. 그래서 굳이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금융이 원래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금융이 자신들의 이윤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돈이 필요하지만, 신용이 나쁘거나 사회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한테는 돈을 빌려주지 않게 되었어요. 신용등급이 좋은 사람들에게는 저금리로,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한테는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있어요. 결국, 금융이 사회적이고 공익적인 본래의 목적은 거의 다 사라져버렸어요.

 

우리가 ‘금융화’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주택시장도 금융화가 많이 진행됐고, 또 가계와 국가 전체가 부채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죠. 금융자본의 힘이 너무 과도해진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했을 때 정책적으로 해야 할 문제도 있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대 자본에 의한 금융화에 저항하면서 극복하려고 하는 노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두 개가 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두 가지 측면을 다 얘기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사실 많지 않았어요.

 

사회복지 역사를 보면 자본주의가 가장 먼저 발전한 나라가 영국인데, 산업혁명 초기의 구빈법 논쟁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가난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계층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의 문제를 생각했을 때, ‘그냥 놔둬도 된다’라는 입장과 ‘사회가 공동체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라는 상반되는 입장이 존재합니다. 영국은 유혈혁명이 아닌 명예혁명을 해서 그런지 귀족들이 일종의 자선사업으로 빈민 문제에 대응해 온 게 컸습니다. 주택 분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고요. 반면에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는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 하려는 방식의 사회복지 체계를 구축해 왔고요.

 

우리나라는 사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 같아요. 최근 들어서 복지국가 형태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럼에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대항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기부 방식이 아닌 자선자본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책적 지원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형성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고요.

 

Q. 자선자본과 기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기부는 단순히 돈을 쓰는 거라고 한다면, 자선자본은 일종의 자산을 만들어가는 겁니다. 물론 기부도 필요합니다. 일종의 투자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터무늬있는집이 무이자에서 1%의 이자를 주는 것과 같이 말이죠.

 

기부가 필요한 사업도 분명히 있습니다. 당장 돈이 없는 분들에게 쌀을 사주는 게 필요하듯이 말이죠. 반면 주택의 경우 땅을 사서 집을 지어주면 집은 소비하고 없어지지만 땅은 없어지지 않으니까 자본으로 남게 되거든요. 이런 식으로 자본을 축적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선자본은 단순히 선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이윤 동기가 있어야 합니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주택과 같이 사회적경제 주체가 하는 일이 자선자본과 다르기는 하지만 순수하게 이윤만 추구하는 자본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자선자본과 비슷한 측면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부와 자선자본 모두 부족하기는 하지만 경제적 수준이 많이 올라간 만큼 앞으로는 돈을 써버리는 기부뿐만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자본, 다시 말해 자선자본을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가끔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이지만 내가 죽으면 다 써버리는 게 아니라 계속 남아서 누군가에게 지속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형태로 활용되면 좋겠다고요.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누군가 기부한 집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아니면 그 집 자체를 다른 공익적인 목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기부는 조금씩 하고 있는데, 가끔은 ‘이 돈을 기부하는 게 필요하기는 한데, 이렇게 쓰고 마는 것 말고 더 좋은 방법은 없겠냐는 생각을 가끔 해요. 그렇다고 제가 기부를 많이 하는 것은 아니고요. ^^

 

Q.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니까 청년문제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은데, 요즘 청년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양가감정이 있어요.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제 꼰대 기질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나 때는 안 그랬는데…‘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제가 아무리 개방적이려고 노력해도 제가 살아온 환경과 지금의 환경이 다른 게 너무 많죠.

 

크게 보면 저희 세대는 우리나라가 경제 개발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었던 시기, 그리고 세계 경제가 호황을 구가하던 시기에 성장할 수 있었고, 지금은 거기서 더 올라와 선진국 문턱에 있는 굉장히 운이 좋은 세대라고 볼 수 있어요. 개인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대부분 사회 전체의 노력과 운 때문에 기회가 매우 많았던 시대였거든요. 무엇을 하든 어지간하면 다 성공할 수 있었던 시대였는데, 마침 우리가 이제 막차 타고 떠나는 세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는 버스가 오지 않는 시대를 젊은 세대에게 남겨주고 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타고 있는 버스를 내가 여기서 내릴 테니 당신들이 대신 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떠난 버스를 원망할 게 아니라 새로운 버스가 오고 있다는 기대를 만들어 주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인데 그게 뭘까 생각을 하면 참 안타깝죠.

 

정책적인 문제도 있고, 한국 사회 전반의 방향에 대한 문제도 있고, 또 개인적으로 노력도 해야 한다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걸 조금 더 많이 나누는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인 것 같습니다.

 

Q. 세종대에도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이 많을 것 같은데, 이들의 주거현실은 어떤 편인가요?
저희 학교는 그래도 최근에 기숙사를 완공해서 수용 인원이 좀 늘었습니다. 오히려 코로나 상황이라 학생들이 학교를 아예 오지 않고 있어서 문제죠. 기숙사라는 게 규율이라는 걸 둘 수밖에 없다 보니 학생들이 3, 4학년쯤 되면 그게 싫어서 기숙사에 들어오지 않으려고 합니다.

 

최근에 학교 주변에 오피스텔이 많이 생겨서 주거환경은 그래도 좋아진 편이에요. 문제는 가격이 비싸다는 거고요. 학교 뒤쪽으로는 다가구, 다세대 주택이 많습니다. 환경은 안 좋지만, 가격이 싸고요. 학교 양쪽에 이렇게 걸쳐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조교로 일하는 친구한테 들었는데 월세가 30만 원 정도 하는데 난방도 제대로 안 되고, 온수도 잘 안 나오고, 고쳐달라고 하면 말로만 고쳐준다고 하는 임대인이 꽤 있는 것 같아요. 연세 많으신 분 가운데 특히 그런 거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주거환경이 천차만별인 것 같습니다.

 

Q. 청년들의 경우 임차인의 권리를 침해받기가 쉬운데, 학교에 주거상담소 같은 게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학교에 그런 이야기도 하고 그러는데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 학생생활상담소가 있거든요. 상담소에서는 성(性) 문제, 취업 문제 등 학내에서 이루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거의 다 다루는데, 학생들의 주거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제가 지난번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 한 후보에게 비슷한 제안을 했었습니다. 지자체와 공인중개사협회 등이 힘을 합쳐서 대학의 학생생활상담소에 주거 관련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요. 학생들이 임대차 계약서를 쓸 때 부모님이 와서 함께 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데, 계약서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어린 친구들이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계약서가 완전히 딴 나라 이야기 같이 느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주거환경은 차치하고서라도 임차인의 권리 관련해서 기본적인 교육과 상담은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미국 같은 경우는 일부 대학이 비슷한 걸 해요. 주변의 임대 사업자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중개 비슷한 역할도 하고요. 그런데 서울에 있는 학교들은 지방에서 오는 학생들한테 비싼 등록금은 잘 받으면서 이런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부동산과 금융 관련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어릴 때부터 돈 버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금융이든 부동산이든 소비자의 권리에 대한 교육을 시키는 게 먼저라고 봐요. 정부에서 청년들의 주거지원을 위한 제도도 많이 만들었는데 그걸 잘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학교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교육을 해주면 적어도 대학생이 되었을 때 이런 문제들을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Q. 주택정책을 연구하는 전문가로서 앞으로 청년 주거정책은 어떻게 가야 할까요?
미디어나 정치권에서 소비되고 있는 ‘청년’은 소위 말하는 ‘영끌족’인 것 같아요. 하고 싶고, 할 수 있어서 조금만 더 지원해 주길 바라는 청년들이요.

 

그래서 제가 청년 주거운동하는 분들한테 항상 ‘당신들이 생각하는 청년은 누구냐, 젊으면 다 청년이냐’라는 이야기를 해요. 사실 청년세대만 놓고 보면 양극화가 굉장히 심하거든요. 부모님께 증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부터 영끌하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 집을 살 생각은 꿈도 꿀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는 청년, 심지어는 고시원같이 아주 열악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는 청년 등 굉장히 다양해요. 운동의 대상이 누구냐? ‘청년’이라고 하는 그 말에 사실상 계급성이 매몰되는 것 같아요. 이것이 장기적으로 더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지금 정치권이나 미디어에서 소비하는 청년은 영끌족인 것 같아요. 물론 정부가 이런 계층의 사람들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정책에 우선순위를 고려했을 소득도 부족하지만, 소득의 상당 부분을 주거비로 지출해야 하는 계층이 우선적인 정책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청년 주거문제를 전·월세 대출로만 해결하는 경향이 있는데, 물론 중요한 지원 정책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돈을 빌리는순간 빚의 노예가 되는 겁니다. 특히, 전세 대출의 경우 보증금이 갭투기 자금이 되고, 이게 시세 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의 자금줄이 되는 거기 때문에 굉장히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가 그렇게 관행적으로 전세 시장을 키워왔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시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대출’의 방법이 아니라 ‘탈금융, 탈상품, 비시장’ 주택 모델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저는 공공이 집을 짓거나 택지를 조성해서 파는 방식만 공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또, 공공성이라는 LH 같은 공기업뿐만 아니라 그런 성격의 사업을 하면 그건 누가 하더라도 공공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거거든요. 주체가 누구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비영리 조직이든 사회적경제 주체든 또는 삼성이 하더라도 그것이 공공성을 담은 사업이라면 얼마든지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그걸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터무늬있는집의 경우 공공에서 직접 지원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사업을 하는 데 있어 법률이나 제도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면 그런 것들을 해결해 주는 것이 중요하겠죠. 우리 사회의 비영리와 사회적경제 영역이 커질 수 있도록 키워주지는 못하더라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영역들을 키워나가려고 할 때 그 걸림돌을 제거해 주거나, 나아가서는 더 클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Q. 청년 주거문제를 국가가 해결해야지 시민들이 푼돈 모아서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비판하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엇이든 국가에 책임을 다 지우는 거는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기는 하지만, 국가가 모든 걸 다 하라는 것은 시민 중심의 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사민을 너무 수동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시민의 자발적인 활동이 더 많아져야 공공이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때로는 공공을 유인하는 역할도 하게 되는 거거든요.

 

또, 국가가 다 할 수 있다는 말은 국가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완벽히 파악할 수 있다고 간주한다는 거거든요.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잖아요. 자본주의 사회는 상품이 다양하다는 데 장점이 있잖아요. 국가가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다 못 만들거든요. 기업도 다 못하는데 국가가 어떻게 그걸 다 하겠어요?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욕구와 니즈는 더 다양해져요. 우리가 가난할 때는 그냥 하루하루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하면 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양극화가 아무리 심하다 해도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 수준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생각과 니즈와 욕구가 있는데 그거를 맞춤형으로 정부가 모두 해결할 수는 없어요. 사회적경제 주체가 공급하는 주택만 봐도 주택의 유형이 조금씩 다 다르잖아요.

 

들어와서 사는 사람들의 생각과 니즈와 욕구가 다 다르고, 사회주택 회사들도 제공하려는 서비스가 다 달라요. 물론 국가가 획일적이지 않으면 되겠지만 대량으로 공급해야 하는 국가는 아무래도 획일적인 수밖에 없고, 거기서 발생하는 틈새를 시민사회가 일종의 다품종 소량 공급으로 역할을 하는 게 더 좋다고 봅니다.

 

Q. 2022년에 터무늬있는집이 5년 차가 됐습니다. 부동산 금융 전문가의 관점에서 시민출자운동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다양성이 필요할 거 같아요. 지금은 최대 1%까지만 이자를 지급하고 있는데, 무이자를 선택하시는 분도 있고, 1%를 선택하시는 분도 있겠죠. 그런데, 1%를 선택한 분이 이자를 받고 싶어서 선택한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공짜로 빌려주면 상대방이 나태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1%를 선택한 것 아닐까요?

 

이런 말이 있잖아요. “전세금 올리는 집에 들어가라.” 집주인이 전세금 올려달라는 데 못 올려줘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내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보통 기업에서도 자기 자본 말고 부채가 있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좋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기부의 경우 주위의 친한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면 좋다는 이야기는 하지만 동참까지 가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해당 단체를 신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우선, 하나의 실험이 어느 정도 성공했을 때 사례를 잘 알릴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여러분의 출자금이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또 일종의 수혜자라 할 수 있는 청년들의 삶과 생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을 많이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여전히 우리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기부가 훨씬 편해요. 그런 점에서 꼭 출자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기부의 통로를 만들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후원을 할 때 처음 시작하는 게 힘들지 어쨌든 후원을 시작하고 나면 소식을 듣게 되고, 내 돈이 이렇게 좋은 곳에 쓰이는 구나를 보면 다른 데 후원하는 게 별로 어렵지 않아지거든요. 아직은 초기라 그 지점을 못 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지점을 넘어서면 이후에는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터무늬있는집에 제안하고 싶은 것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 생각에는 8억 3천이라는 출자금이 터무늬있는집이라는 사업의 가치를 생각할 때 너무 적은 금액이라고 느껴져요. 이 부분이 가장 아쉬워요. 그렇다고 또 돈만 많이 들어온다고 다 되는 건 아니잖아요. 좋은 곳에 잘 써야 하는 거니까요. 이 두 가지가 잘 맞아야 하는데, 우선은 사업을 더 확대하는데 조금 더 방점을 두면 좋겠어요. 그것을 통해 가치와 의미, 성과를 잘 알리면 출자금도 더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튼 앞으로 저도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돕겠습니다!

 

정리 _ 이윤아, 성승현

 

출자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