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홈리스를 위한 터무늬있는 세상을 만드는 ‘빅이슈 코리아'(김수열 출자자)

 

❝빅이슈라는 잡지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잡지가 만들어지는 이면의 이야기는 제대로 알지 못했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출자자가 되신 빅이슈 코리아의 김수열 이사장님을 인터뷰하며 빅이슈가 하는 다양한 활동을 제대로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길에서 빅이슈 판매자(빅판)분들을 보면 쉽게 지나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처음 듣는 빅이슈의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워 질문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결국, 처음 계획했던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기고 말았습니다. 김수열 출자자님의 귀한 시간을 빼앗은 거 같아 죄송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끝까지 정성스럽게 답해주신 이사장님께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홈리스의 주거자립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빅이슈와 청년의 주거자립을 지원하는 터무늬있는집은 서로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김수열 출자자님과 자주 찾아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뷰는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에서 2022년 7월 17일(금) 오후에 진행했으며, 터무늬있는집의 성승현 선임연구원과 이영림 책임연구원이 함께 질문했습니다.❞(글_성승현)     

 

 

성승현 :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김수열 : 안녕하세요. 저는 빅이슈코리아의 김수열 이사장입니다.

 

성승현 : 한 달 전에 뵈었을 때는 직함이 상임이사였는데, 그사이에 직함이 이사장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셨네요?

 

김수열 : 네, 이번 이사회에서 이사장이 됐습니다. 더 열심히 일 하라는 채찍질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승현 : 빅이슈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수열 : 빅이슈는 영국 런던 거리에 주거가 취약한 홈리스(Homeless, 거리 노숙/비적정 거주민 등의 주거 취약계층)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에게 잡지 판매를 통해 합법적 수입을 올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991년에 시작한 사회적기업입니다. 한국판 빅이슈는 2010년 7월 5일에 창간했고요.

 

빅이슈는 빅이슈 판매원(빅판)에게 <빅이슈> 잡지를 팔아 판매금 절반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일거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를 통해 각 판매자가 구걸하지 않고 일하는 마이크로 기업가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고 있습니다.

 

성승현 : 빅이슈의 홈리스분들은 보통 주거 형태가 어떻게 되나요?

 

김수열 : 처음에는 길거리의 홈리스분들 가운데 시설에 들어가지 않는 분들을 대상으로 빅이슈 판매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아웃리치(outreach) 활동을 합니다. 아웃리치를 통해서 홈리스분들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왜냐하면 본인의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빅이슈 판매를 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웃리치 활동을 통해 홈리스분들이 스스로 저희를 먼저 찾아오게끔 하는 겁니다.

 

그렇게 찾아오신 분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통해 현재의 주거상태,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과정, 본인의 현재 생각과 결심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러고 나서 임시로라도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고시원 같은 형태의 주거지원을 해드리는 게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면, 처음에 빅이슈 판매를 시작하면 서툰 게 많을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길거리에 서서 빅이슈를 들고 판매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많은 관심을 받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그림자인거죠. 많은 관심이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무관심이 부담스러운 거죠.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 이런 과정을 다 이겨내야지 비로소 빅판으로 성장할 수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식사를 해결하지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두 끼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드리고, 빅이슈 10권을 무료로 드립니다. 현재 빅이슈가 권당 7,000원에 판매하고 있으니까, 10권을 다 팔면 7만 원의 종잣돈이 생기는 거죠. 그러면 그 돈을 가지고 또다시 빅이슈를 권당 3,500원에 구매하고 판매해 조금씩 소득을 늘려가도록 하는 겁니다. 그렇게 신입 빅판 과정을 거치고 나면 고시원 몇 군데를 보여드리면서 본인이 원하는 곳을 선택하도록 안내한 후에 첫 달 치 고시원비를 지원해드립니다.

 

빅이슈가 홈리스 주거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LH 임대주택의 운영기관이기도 한데, 현재까지 약 99호를 관리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는 이걸 지역전환식으로 넘기는 과정에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빅이슈와 같은 운영기관을 통해 입주하는 것이 더 수월했는데, 지금은 주거상담 전문기관이 생기면서 빅이슈를 통해 입주하는 것이 꼭 유리하지는 않은 상황이 됐거든요. 여러 가지 조건만 맞으면 동사무소에서 대상자를 발굴해서 입주시키는 게 더 효율적이게 된 거죠.

 

이영림 : LH 임대주택의 임대료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김수열 : 주택별로 상이한데, 통상적으로 50만 원 정도의 보증금에 약간의 관리비가 추가됩니다. 저희는 빅판분들이 100만 원 정도의 저축금을 모아야지만 입주자격을 주는 나름의 가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증금을 많이 낼수록 월 관리비가 낮아지잖아요. 그래서 월 관리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런 가이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하면, 빅판분들이 약간 무리를 해서라도 최소 50만 원 이상의 보증금을 저축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성승현 :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나요?

 

김수열 : 코로나 직전이었던 2019년에는 판매처가 70~80곳 정도 됐는데, 지금은 판매처가 30여 곳으로 줄었어요. 말씀드렸듯이 저희가 아웃리치 활동을 통해서 빅판분들을 모집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무료급식소 등의 운영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아웃리치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렇게 코로나가 2년 이상 이어지다 보니 판매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 거죠.

 

성승현 : 홈리스분들과 관계 맺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빅이슈 직원들과 빅판분들 사이에 갈등은 없나요?

 

김수열 :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아까 사무실에서 보셨을 텐데, 저희가 기본예절을 적어놓은 것이 있어요. 예를 들어, 판매에 대해서는 서로 이야기하지 않게 해요. 나는 10권 팔았는데 누구는 30권 팔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판매에 대한 이야기는 서로 하지 않게 하는 거죠. 또, 서로 공경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반말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있고요. 이런 식으로 조직 생활, 혹은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기본예절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승현 : 빅판분들이 판매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과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김수열 : 가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역 주변에서 노점상을 하시는 분들과 관계가 좋은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있어요. 관계가 좋은 경우에는 잠깐 화장실 다녀오는 동안 노점상분들이 카트를 봐주기도 하는데, 관계가 안 좋은 경우에는 판매하지 말라고 해코지를 하기도 해요.

 

저희 판매팀에 주로 현장 활동을 하는 코디네이터분들이 있습니다. 판매지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빅판분들이 보통 2~3시 이후부터 판매를 시작합니다. 판매지가 상설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분들이 어느 시간에 어디를 가면 빅판을 만날 수 있다고 인지하는 것은 일종의 시민과의 약속이거든요. 그래서 판매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갑자기 몸이 안 좋거나 비가 많이 와서 판매를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반드시 코디네이터한테 연락해서 본인이 오늘 이런 상황이어서 휴무를 하겠다는 것을 꼭 이야기하게 합니다. 독자분으로부터 어느 판매지에 빅판분이 안 계신다는 연락이 오면 코디네이터가 상황 설명을 해주고, 다른 가까운 판매지가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식으로 대처하기 위함이죠.

 

판매는 빅판분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거고, 저희가 강제하는 것은 전혀 없어요. 단지, 약속된 시간을 지키기 어려운 경우에만 사유를 미리 알려주도록 하고 있고, 저희는 그것을 무조건 수용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빅판분이 갑자기 병원에 가야 해서 판매를 못 한다고 연락이 오면, 저희는 사실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수용합니다. 나중에 만나면 병원 다녀오신 건 어땠는지 물어보는 정도의 이야기만 하죠.

 

성승현 : 빅판분들을 직접 상대하는 코디네이터의 업무강도가 생각보다 높을 것 같아요.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많을 것 같고요.

 

김수열 :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 빅이슈 직원들, 특히 코디네이터들은 심리 상담을 꼭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코디네이터들이 빅판분들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것들을 회사에서 제대로 돌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전문적인 심리 상담 박사님들을 통해 주기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승현 : 그동안 빅이슈 잡지는 많이 접할 수 있었지만 빅이슈 잡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이면의 이야기는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자세하게 알고 나니 빅이슈 잡지를 만드는 일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김수열 : 맞아요. 많은분들이 저희가 빅이슈 잡지를 만들고, 빅판분들이 판매를 통해 수익금의 50%를 가져간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저희의 업무 중 상당 부분이 이런 코디네이터 활동이라는 것은 잘 모르거든요.

 

임대주택 운영관리 기관으로서의 업무도 꽤 많고요. 코디들뿐만 아니라 빅판분들을 위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도 있는데, 이를 위한 의료지원 업무도 꽤 많아요. 빅판분들이 진료 시에 의사 선생님과 제대로 소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희 직원이 동행을 해야 하거든요. 진료도 함께 하고, 진료가 끝나면 다음 진료 예약까지를 저희 직원이 다 관리해줘야 해요.

 

이 외에 중독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고, 50플러스재단과 협력해서 빅판분들을 대상으로 가드닝, 타악기, 바리스타와 같은 교육도 하고 있는데, 그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업무도 꽤 됩니다.

 

성승현 : 이렇게 다양한 사업을 하려면 인건비를 포함해서 운영비가 생각보다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빅이슈 판매 수익금만으로 운영비 충당이 가능한가요?

 

김수열 : 너무 어려워요. 빅이슈 판매 수익의 50%는 빅판분들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수익을 잡지 제작과 법인 운영비로 사용합니다. 잡지 제작뿐만 아니라 말씀드린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데 빅이슈 판매수입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재정적으로 너무 어렵습니다. 잡지 발행뿐만 아니라 주거 취약계층을 자립시키는 것도 저희의 중요한 미션 활동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재정의 어려움 때문에 이것을 포기할 수는 없어요.

 

지금까지는 후원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후원 관리를 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빅판분들이 입는 조끼, 모자, 배낭 같은 것들은 기업들로부터 후원받기가 조금 수월한데, 그 이외의 부분들은 후원받기 좀 어려운 부분이 많았거든요. 이런 부분을 조금 더 보완할 예정입니다.

 

또, 저희가 잘하는 것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용역 사업도 많이 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발행하는 뉴스레터의 콘텐츠를 직접 취재해서 발행하거나, 영상을 제작하는 용역 사업을 했었어요. 빅이슈 잡지 판매로 모자란 재정을 이런 부대사업을 통해 메꿔왔던 거죠.

 

이영림 : 빅이슈 잡지에 광고 게재는 안 하나요?

 

김수열 : 하기는 하는데,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빅이슈를 창립한 지 올해로 12주년이 됐는데, 초기의 주 독자층이었던 20대~30대 여성들이 성장하면서 주 독자층이 40대 여성으로까지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20대~30대 여성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업체의 광고가 저희한테는 잘 들어오지를 않았어요.

 

연극이나 전시회 등의 후원이 가끔 들어오는데, 이런 곳들은 홍보비가 넉넉하지 않다 보니 주로 무료입장권과 같은 형태로 제안이 들어오거든요. 그러면 저희는 그걸 독자 이벤트로 풉니다. 이건 소소한 꿀팁인데, 빅이슈의 독자 이벤트는 경쟁률이 높지 않아 당첨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많이 지원하시면 좋습니다?

 

이영림 : 빅이슈와 터무늬있는집이 홍보협력이나 캠페인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따로 없을까요?

 

김수열 : 누가 빅이슈는 어떤 잡지냐고 물어보면, 저희는 라이프 매거진을 지향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주제별로는 환경, 젠더, 동물권, 청년, 주거와 같은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고요.

 

청년주택과 관련해서는 저희가 예전에 터무늬있는집 관련 인터뷰 기사를 2번 정도 내보내기도 했었어요. 주거문제는 저희 주 독자층인 청년들이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거든요. 터무늬있는집과 같은 대안적인 사례를 소개하고, 공동체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면 저희 독자층에 굉장히 소구력이 있어요. 앞으로도 지속해서 이런 기사들을 발굴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빅판분들의 자립을 위해 주거권에 대한 접근을 조금 더 확대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빅이슈의 정관에 보면 빅이슈는 홈리스를 지원하는 곳이라고 되어 있거든요. 유엔에서 정한 홈리스의 기준을 보면 홈리스는 인권의 측면에서 쪽방과 같은 주거 취약계층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 개념을 너무 한정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빅이슈 잡지 판매를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서서 주거문제에 대해서 더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민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데, 터무늬있는집과도 앞으로 이런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성승현 : 터무늬있는집은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신 걸까요?

 

김수열 : 김수동 소장님의 공동체 관련 강의를 쫓아다니면서 들을 정도로 예전부터 주거공동체에 관심이 많았어요. 터무늬있는집도 김수동 소장님이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예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고요.

 

제가 주거공동체에 관심을 두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가족 관계’에 대한 관심 때문입니다. 터무늬있는집은 청년이 중심이지만, 우리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터무늬있는집 모델을 시니어 1인 가구의 사회적 가족 관계망을 만드는 일에도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영림 : 마지막으로, 혹시 터무늬있는집 청년들한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김수열 : 개인주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 자체가 큰 용기잖아요. 하지만, 실제로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면 처음의 기대와는 다르게 불편한 부분도 많겠죠. 그것들을 함께 소통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인 것 같아요. 때로는 그 과정이 단단하지 못하다고 느껴져 좌절하는 순간도 있겠지만, 지치지 말고 계속 노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재미와 의미를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정리_성승현

 

출자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