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시민이 만드는 청년의 집, 터무늬있는집(청년허브)

 

[외부기고_청년허브] 시민이 만드는 청년의 집, 터무늬있는집(20221209)

 

시민이 만드는 청년의 집, 터무늬있는집

 

  1. 들어가며 : 청년주거운동은 여전히 유효한가?

 

‘세대 담론’은 한국 사회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있어 ‘세대’라는 관점이 유효한가에 대한 논쟁을 말한다. 청년주거 의제는 이러한 세대 담론의 연장선에 있다. 주거문제는 특정 세대만이 아닌 전 세대의 문제인데, 유독 청년세대의 주거문제를 특별하게 취급할 이유가 있는가? 주거문제에 있어 청년을 따로 떼어 보는 것은 정당하고 공정한가? 청년주거운동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담론 역시 갈라치기를 좋아하는 정치인들의 프로파간다에 의한 결과물은 아닐까?

 

본 원고의 목적은 엄밀한 학술적 분석보다는 청년주거 의제를 가지고 활동하는 특정 시민운동의 사례를 통해 위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찾아보는 데 있다. 특별히 시민출자 방식으로 청년주거 문제의 대안을 만들어 가고 있는 터무늬있는집 시민출자운동의 사례를 살펴보려 한다. 이를 통해 청년주거 이슈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지, 청년주거운동은 앞으로 무엇에 더욱 집중해야 할지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터무늬있는집 시민출자운동이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자.

 

  1. 터무니없는 주거 현실에서 꽃피운 터무늬있는집의 꿈

 

1) 청년들과 함께 살기 시작한 빈민운동가

 

터무늬있는집 시민출자운동의 단초는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장인 김홍일 신부(대한성공회)의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 나왔다. 1986년 9월, 당시 신학생이었던 김홍일 신부는 노원구 상계동 달동네 판자촌의 작은 전세방 한 칸을 빌려 ‘나눔의 집’을 만들고, 이후 약 20여 년간 빈민운동가의 삶을 살았다.

 

이후 나눔의 집을 떠나 기독교 영성운동과 일반목회 활동을 이어가던 김홍일 신부는 2015년도에 광진구 자양동에서 지역 사회선교를 위한 거점으로 쓰리룸 전셋집을 얻어 ‘숨과 쉼’이라는 이름을 짓고, 당시 자취방을 전전하던 교회 청년 3명과 함께 공동체로 살기 시작했다.

 

청년들과 함께 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청년들과의 접촉면이 늘어났다. 숨과 쉼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기도 하고, 오갈 데 없는 청년들이 짧게는 하룻밤부터 길게는 1~2개월을 머물다 가는 쉼터가 되기도 했다. 김홍일 신부는 ‘숨과 쉼’에 찾아오는 청년들과 대화하면서 취업, 주거. 결혼, 부모와의 갈등, 성(性) 정체성 문제 등 청년세대가 겪는 여러 삶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

 

김홍일 신부는 나눔의 집을 처음 시작했을 때를 떠올리며, 청년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새로운 빈자(貧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청년들을 바라보니 주거문제야말로 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하고 절박한 삶의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주거문제만 해결된다면, 청년들은 여러 삶의 문제를 스스로 하나씩 해결해 나갈 역량이 충분해 보였기 때문이다.

 

2) 뜻 있는 신자들의 도움으로 마련한 전세보증금

 

청년들을 위한 집 만들기에 본격 돌입했다. 삶의 고민을 안고 찾아오는 많은 청년들을 수용하기에 자양동의 작은 쓰리룸 전셋집은 너무 작았다, 최소한 남자 청년들과 여자 청년들이 서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독립적이고 분리된 주거공간이 필요했다.

 

때마침 자양동 주택의 전세 계약 기간 만료가 다가오고 있기도 했다. 문제는 전세보증금이었다. 자양동의 전셋집은 김홍일 신부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세보증금에 교회에서 지역선교 목적으로 조성한 기금 일부를 더하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보증금이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이 하나도 없었다.

 

이런 사정을 들은 교회 신자 중 한 분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여윳돈 중 일부를 전세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잠시 빌려주겠다고 나섰다. 전세 기간 만료 후 원금만 제대로 상환해주면 되고, 이자는 따로 받지 않겠다는 조건이었다. 한 사람의 선한 의지가 또 다른 이의 선한 의지를 끌어내는 지렛대 역할을 했다. 또 다른 신자들이 출자약정 형태로 전세보증금을 지원해주겠다고 나섰고, 그렇게 총 7명의 청년이 살 수 있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3) 청년주거, 시민의 힘으로!

 

김홍일 신부는 시니어 세대의 도움으로 청년들과 함께 살 집의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상상을 하게 되었다.

 

청년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가장 큰 애로사항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보증금을 마련하는 일이다. 월셋집을 구하려 해도 서울에서는 최소 1천만 원 이상의 보증금이 있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축적된 자산이 없고, 부모의 도움도 받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1천만 원은 매우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반면, 저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약간의 여윳돈이 있는 기성세대에게 청년들의 주택보증금 마련을 위해 일정 기간 여윳돈을 빌려주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은행에 예치했다면 받을 수 있었을 약간의 이자를 기부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세 계약의 안정성만 확보된다면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도 없다.

 

김홍일 신부는 이러한 청년세대의 어려움에 공감하여,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약간의 여윳돈을 빌려줄 수 있는 시니어 세대를 찾아보기로 했다. 주거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시니어 세대와 연결해주기만 하면 매우 의미 있는 청년주거운동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소문을 내자 곧 십여 명의 관심자가 모였다. 2017년, 몇 차례의 모임을 통해 운동의 구체적인 윤곽을 잡았다. 2018년 4월, 강북구 번동의 허름한 월셋집에서 모여 살며 동네에서 이런저런 작당을 하고 있던 청년들을 위한 전셋집을 마련했다. 1억 2천만 원의 전세보증금은 전액 시민들이 모은 출자금으로 충당했다. 그렇게 터무늬있는집 1호가 탄생했다.

 

4) 터무니없는 주거 현실에서 시민들이 피운 꽃, 터무늬있는집

 

사업 준비단계에서 본 사업의 이름을 ‘터무늬있는집’으로 짓게 되었다. ‘터무늬있다’는 말은 중의적인 표현이다. 먼저, 터무니없는 주거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시민들이 힘을 모아 청년들이 부담가능한 수준의 터무니 있는 주거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의미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집이 하나의 좋은 ‘터’가 되어 청년들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며, 이 터에서 지냈던 시간이 이후 청년들의 삶에 지워지지 않는 ‘무늬’로 남기를 바란다는 의미도 있다.

 

2018년에 강북구 번동에서 첫 번째 터무늬있는집이 만들어진 이후 2019년까지 총 4호의 터무늬있는집이 만들어졌다. 4호까지는 대부분이 민간전세 시장에서 터무늬제작소가 직접 계약을 통해 청년들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형태였으며, 약 4억의 출자금이 매칭되었다.

 

호수 위치 주택구분 입주단체 입주일
1 강북구 번동 민간전세 로컬엔터테인먼트협동조합 2018년 4월

(계약종료)

2 부천시 원미구 민간전세 모두들청년주거협동조합 2018년 11월

(계약종료)

3 강북구 번동 LH사회적주택 로컬엔터테인먼트협동조합 2018년 12월
4 경기도 시흥시 민간전세 ㈜플레오(PLEO) 2019년 11월
5 성북구 정릉동 SH희망아지트 성북청년시민회 2020년 6월
6 관악구 봉천동 SH희망아지트 봉천살롱, 도토리공작소 2020년 10월
7 강북구 삼양동 SH희망아지트 디어마이프렌드, 온파,

패밀리파머스, 창작집단 작당

2020년 12월
8 은평구 불광동 민간전세 소이프 2021년 1월
9 강북구 미아동 SH희망아지트 ㈜안무서운회사 2021년 1월
10 강북구 미아동 SH희망아지트 ㈜안무서운회사 2021년 1월
11 종로구 옥인동 SH희망아지트 사일런트메가폰 2021년 9월
12 은평구 녹번동 민간전세 은평교육문화협동조합 2022년 2월
13 강북구 수유동 SH희망아지트 해당사항없음 2022년 4월
14 도봉구 쌍문동 SH희망아지트 청년일상예술연대 차차 2022년 5월

 

빈집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던 서울시에서 2019년도부터 터무늬있는집 모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해당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SH공사가 보유한 빈집 자산을 리모델링한 뒤 시민출자금과 매칭하여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는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사업을 제안한 것이다. SH공사와 터무늬있는집은 꽤 오랜 시간 밀도 깊은 논의를 이어갔고, 2020년 6월 성북구 정릉동에서 첫 입주의 결실을 맺었다. 이후 현재까지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사업을 통해 총 8호의 터무늬있는집 조성이 이루어졌다.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는 오랜 시간 동네의 흉물로 방치되어 있던 빈집을 리모델링해 동네의 분위기를 바꾸고, 청년들이 거주하며 지역에서 다양한 공익적 활동을 통해 지역활성화를 도모하는 사업이다. 시민출자금 매칭을 통해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SH공사의 전문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양질의 주거환경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공공과의 협업을 통해 민간전세 주택 대비 시민출자금 소요액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1인당 주거비는 약 10만 원 내외로 매우 저렴하고, 거주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이외에도 터무늬있는집에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주택이 2호 운영되고 있다. 최근 중요한 사회적 이슈인 자립준비청년 문제에 관심이 있는 민간 공익재단과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었다. 공익재단은 주택의 보증금 혹은 월세를 지원하고, 이를 기존의 시민출자금과 매칭해 주택을 조성한다. 자립준비청년 지원단체는 입주자들의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식으로 터무늬있는집은 다양한 주체와의 사회적 연대, 그리고 사회적 자원 활용을 통해 주거불안에 처한 청년들을 지원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1. 시민출자 청년주택 터무늬있는집의 특징

 

1) 시니어 세대와 청년 세대가 함께 만드는 세대협력형 청년주택

 

터무늬있는집의 첫 번째 특징은 세대협력에 기반한 청년주택이라는 것이다. 터무늬있는집은 청년 주거문제 해결에 뜻이 있는 선배 세대(시니어 세대)가 자발적으로 출자한 기금으로 청년들에게 저렴(1인당 평균주거비 10만 원 내외)하면서도 양질의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세대협력형 시민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터무늬있는집의 시민출자자와 청년입주자는 흔히 이야기하는 기부자와 수혜자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터무늬있는집은 일반적인 청년주택과 다르게 청년 개인 단위로 입주하지 않는다. 지역에서 공익적 활동을 하는 청년단체를 입주단체로 선정하고, 해당 단체에서 활동하는 구성원들이 해당 주택에 입주해 공동체로 생활한다. 그런 차원에서 시민출자자와 청년단체는 함께 지역운동을 하는 동등한 관계로, 그리고 지역에서 함께 힘을 모아 청년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의 협력자로서 위치한다.

 

 

대한민국에서 주거문제는 세대갈등을 만드는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부동산이라는 물적기반을 토대로 안정적인 삶을 꾸리고 있는 시니어 세대와 근로소득만으로는 평생을 모아도 집 한 채 사기 어려운 구조속에서 내 집 마련은 꿈도 꾸기 힘든 청년 세대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터무늬있는집은 이런 간극을 세대협력형 청년주택이라는 방식을 통해 좁힐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2) 개인의 취약함이 아닌 공동체의 비전을 지원하는 청년주택

 

터무늬있는집의 두 번째 특징은 입주자 선정에 있어서 소득 및 자산심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공의 지원을 통해 만들어진 청년주택은 필자가 아는 한 대부분 소득 및 자산심사를 통해 입주자를 선발한다. 그리고 소득수준에 따라 임대료 수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입주자 선정방식은 입주자 선정 과정에서 청년 개개인의 자존감을 낮추고, 낙인효과를 발생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터무늬있는집은 개인의 소득이나 취약함을 평가하지 않는다. 대신, 터무늬있는집 입주를 희망하는 청년단체가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터무늬제작소 차원에서 해당 청년단체가 지역에 정착하여 성장할 수 있는 지원 방법을 함께 찾는 방식으로 입주단체를 선정한다.

 

2020년도에 터무늬있는집 사회 가치 성과측정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에 터무늬있는집 입주자들의 소득수준을 조사했었다. 흥미로운 건 별도의 소득 및 자산심사를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대부분의 입주자가 공공에서 적용하는 청년주택 입주기준에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이다. 청년의 자존감을 낮추고 낙인효과를 발생시키는 소득 및 자산심사가 얼마나 불필요한 행정비용인지를 알 수 있는 결과였다.

 

3) 당사자의 주체성에 의해 운영되는 청년주택

 

터무늬있는집의 세 번째 특징은 당사자 중심의 운영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각 청년단체가 입주한 터무늬있는집의 운영과 관리는 모두 해당 청년단체에 의해 자치적으로 이루어진다. 청년 개인이 입주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이미 활동을 하고 있었고, 구성원들 사이에 관계성이 있는 청년단체가 입주하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다.

 

주택사업에 있어서 시설물을 관리하고, 입주자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며, 주택운영에 대한 입주자의 컴플레인을 처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이를 위한 인력을 따로 배치하게 되면 모든 것이 비용이 되어 입주자의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커뮤니티 운영에 있어 최선은 입주자들이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다. 터무늬있는집은 이 모든 과정을 당사자들의 주체성과 공동체성으로 해결하고 있다.

 

또한, 터무늬있는집은 입주청년과 시민출자자 중심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있으며, 사업과 관련된 모든 결정은 운영위원회에서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터무늬있는집의 주요 운영에 청년단체와 시민출자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 터무늬있는집 청년 네트워크의 ‘N개의 연결

 

1) 청년주거포럼과 세대주거 공감살롱

 

터무늬제작소와 터무늬있는집 입주단체인 ‘성북청년시민회’, ‘봉천살롱협동조합’, ‘해당사항없음’은 ‘터무늬있는집 청년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주관한 ‘2022 청년 의제별 네트워크 지원사업 <N개의 연결>’에 선정되어 지난 7개월간 사업을 수행했다.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크게 두 가지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첫 번째는 ‘터무늬있는집 청년주거포럼 : 청년들의 꽤 괜찮은 함께 살기’였다. 청년주거라는 의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 및 그룹을 초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요즘 청년세대에게 필요한 주거 의제를 찾아보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다.

 

두 번째는 ‘세대주거 공감살롱 : 그럼에도 혼자가 아니라서’였다. 시니어 세대와 청년 세대가 함께 모여 서로의 주거 경험과 집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차이와 공통점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세대의 차이를 넘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거 의제를 찾아보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다.

 

회 차 일 시 주 제 발 표 자
1회차 7월 14일(목) 청년주거권 운동의 오늘과 내일 지수 위원장

(민달팽이유니온)

2회차 7월 28일(목) 또 다른 가족, 소셜패밀리의 탄생 장신재 대표

(선녀방)

3회차 8월 18일(목) 다양한 삶, 다양한 선택, 다양한 사람 조만성 대표

(다다다협동조합)

4회차 8월 30일(화) 하나의 지붕 아래 크고 풍요로운 집 하진수 이사

(맹그로브(MGRV))

5회차 9월 13일(화)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 돌김 대표

(책방시점)

6회차 10월 26일(수) 1인 가구의 주거, 그리고 공동체 안현찬 박사

(서울연구원)

회 차 일 시 주 제 주관 단체
1회차 8월 23일(화) 여는 한마당 성북청년시민회
2회차 8월 27일(토) 넘나드는 사람책 해당사항없음
3회차 9월 3일(토) 몸과 마음으로 만나기 봉천살롱협동조합
4회차 9월 5일(월) 닫는 한마당 성북청년시민회

 

2) 사회적 가족, 다양한 삶, 1인 가구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청년주거포럼과 세대주거 공감살롱을 진행하면서 도출된 청년주거 의제는 ‘사회적 가족’, ‘다양한 삶’, ‘1인 가구’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사회적 가족이다. 청년주거포럼 5회차에서 책방시점 돌김 대표는 비혈연 가족 3인이 함께 집을 짓고 사는 과정에서 세 사람이 가족으로 인정되지 못해 경험한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혈연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정책적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내용과 함께 사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경조사 휴가를 받을 수 없어 경조사를 함께 할 수 없었던 내용이 특히 와닿았다.

 

청년주거포럼 2회차에서 선녀방의 장신재 대표는 ‘선함’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 선녀방의 하우스 메이트를 ‘우리가 선택한 가족’이라고 표현했다. 혈연가족은 내가 선택한 가족이 아니지만, 선녀방에 사는 하우스 메이트들은 서로가 동의하는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본인들이 직접 선택해 함께 살게 되었기 때문에 혈연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지금의 청년세대는 혈연가족, 혹은 정상가족 체제를 넘어서는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고, 실제로 그것이 다양한 주거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을 혈연가족과 동등한 가족의 단위로 인정해주고, 정상가족 중심의 사고 체계를 넘어서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또한 정책적으로도 정상가족 중심의 주택정책을 넘어서서 다양한 가족 형태로 함께 거주하기를 원하는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다양한 삶이다. 청년주거포럼 3회차에서 ‘다다다협동조합’의 조만성 대표는 대학 진학을 선택하지 않는 청년들이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주택정책에서 얼마나 소외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었다. 예를 들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정책의 혜택을 보기 어렵고, 또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회초년생의 범주에도 들기 어려워 일반적인 청년주거 정책의 혜택에서도 빗겨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주거정책은 지원 대상을 범주화하여 설계되어 있는데, 그 범주 또한 사회가 바라는 표준적인 시민상에 기반해 짜여 있다. 어떤 삶을 선택한 누구라도 혜택을 볼 수 있는 보편적인 방향으로 주거정책이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청년주거포럼 4회차에서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의 하진수 이사는 개인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공간만 개인이 사용하면서 1인당 1평씩을 모아 공용공간을 최대한으로 확보해 모든 입주자들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코리빙 하우스의 사례를 이야기해주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코리빙 하우스를 규정하는 법체계가 미비해 이러한 주거형태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 번째는 1인 가구다. 청년주거포럼 6회차에서 서울연구원의 안현찬 박사는 1인 가구 조사 통계를 바탕으로 1인 가구 주거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서울시 1인 가구는 총 139만 가구로 서울시 전체 가구의 약 33%를 차지할 정도로 전체 가구 구성에 있어 주류화되고 있다. 1인 가구는 더 이상 소수가 아니며 이제는 누구나 인생의 한 번은 1인 가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안현찬 박사는 1인 가구로서 기본적인 삶이 보장될 때 모두의 삶이 안전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대주거 공감살롱’에서도 1인 가구는 시니어 세대와 청년 세대를 구분 짓지 않고 매개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였다. 현재는 1인 가구 가운데 청년 세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인구감소나 고령화 추세를 생각하면 중장년과 노년 1인 가구의 비율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1인 가구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기존 주택정책에서 1인 가구의 삶에 맞지 않는 부분은 계속해서 개선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1. 나가며 : 청년주거는 주거취약층 보호정책의 리트머스지

 

지난 11월 15일 저녁, 힙지로라로 불리는 젊은이들의 거리 을지로 한 켠의 작은 공간에서 이번 사업을 정리하는 FGI를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석자들과 청년주거운동을 하는 활동가, 그리고 시니어 세대가 함께 모인 자리였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무엇보다 전세사기를 당한 어느 청년 참석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청년들은 주택시장에서 언제나 가장 약자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세입자 보호정책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할 정도로 취약한데, 처음 홀로서기를 하는 청년들은 세입자로서 자신의 보금자리를 찾는 모든 과정이 낯설고, 세입자로서 어떻게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최근 전세사기(전세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심각한데, 피해자의 대부분은 청년 세대다. 청년주거운동이 여전히 유효한지 물었던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보면, 그 답이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청년주거운동의 필요성과 그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청년주거 문제는 한국 사회의 주거취약층과 세입자 보호정책이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볼 수 있는 리트머스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년주거포럼’과 ‘세대주거 공감살롱’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는 청년들의 삶에서 드러난다. 그들의 삶의 변화를 계속 관찰하고, 변화된 삶의 양식에 맞는 주거정책을 만드는 것은 향후 10년, 20년 뒤 우리나라 주거정책이 얼마나 보편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결정이다. 역시나 청년주거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의 주택시장에서 공공영역과 민간영역 이외의 선택지는 없다. 공공영역에서 제공하는 주택의 경로를 취하거나, 아니면 부동산을 투자와 투기의 대상으로보는 민간영역의 경로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시민들이 힘을 모은다면 이러한 제한된 선택지는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다. 터무늬있는집은 그러한 변화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미약하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더 많은 시민들이 터무늬있는집 시민출자운동에 동참해주기를 바란다.

자료실

세대주거 공감살롱 : 그럼에도 혼자가 아니라서

공지사항

청년주거포럼 : 청년들의 꽤 괜찮은 함께 살기

 

? <청년주거포럼 : 청년들의 꽤 괜찮은 함께 살기>는
시민출자 청년주택 ‘터무늬있는집’에 살고 있는 청년단체와 터무늬제작소가 공동으로 기획한 포럼으로
‘청년주거’ 의제를 가지고 활동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대안을 모색해보는 자리입니다.

 

? 일시 : 2022년 7월 ~ 9월(총 6회)

? 장소 : 성북청년공간(현장참석) / 터무늬있는집 유투브 채널 (온라인 생중계)

? 대상 : 청년주거 문제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

? 문의 : 터무늬제작소(02-322-7068, hellothemuni@daum.net)

? 참가신청 : https://forms.gle/qBroCg3UaabEVofb8

? 본 포럼에는 문자통역이 제공됩니다.

 

? 포럼 회차별 일시와 내용

 

? 1회차 : 7월 14일(목) 오후 3시
– 청년주거권 운동의 오늘과 내일 : 세입자 청년 당사자 연대 <민달팽이유니온>
– 게스트 :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위원장

 

? 2회차 : 7월 28일(목) 오후 3시
– 또 다른 가족, 소셜패밀리의 탄생 : 선한 여자들을 위한 방 <선녀방>
– 게스트 : 선녀방 장신재 대표

 

? 3회차 : 8월 18일(목) 오후 3시
– 다양한 삶, 다양한 선택, 다양한 사람 : 대학 비진학 청년단체 <다다다협동조합>
– 게스트 : 다다다협동조합 조만성 대표

 

? 4회차 : 8월 30일(화) 오후 3시
– 하나의 지붕 아래 크고 풍요로운 집 : 임팩트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
– 게스트 : 맹그로브(MGRV) 하진수 이사

 

? 5회차 : 9월 13일(화) 오후 3시
– 함께 사는 우리, 가족이 될 수 있을까? :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 <책방시점>
– 게스트 : 책방시점 돌김

 

? 6회차 : 9월 29일(목) 오후 3시
– 1인 가구의 주거, 그리고 공동체
– 게스트 : 서울연구원 안현찬 박사

 

?누구나 집이 필요합니다. 청년도 집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주택 소유자 중심의 ‘1가구 1주택’ 정책이라는 견고한 성벽 앞에서 ‘1인 가구 청년’은 철저히 성 밖의 사람입니다. 성 안에서 다주택자 기성세대는 집을 팔기보다는 자녀에게 증여하는 나름의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청년들은 빚내서 집 사기 대열에 올라타기 위해 아둥바둥댑니다. 정치권에서 시혜적인 청년지원 정책을 남발하고 있지만, 주거비는 여전히 청년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한 청년들의 현실은 그저 성 밖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내 집을 갖기 위한 청년들의 각자도생 속에서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시민출자 청년주택 <터무늬있는집>의 청년들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청년주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려 합니다. 지금의 청년주거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방법과 방식으로 청년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정부의 청년주거 정책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지 등등. 그들의 이야기를 모아 우리 시대에 필요한 청년의 집은 무엇이며, 우리 사회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터무니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 <청년주거포럼: 청년들의 꽤 괜찮은 함께 살기>는 서울시 청년허브의 <2022 청년 의제별 네트워크 지원사업 ‘N개의 연결’>의 지원으로 터무늬있는집 청년 네트워크가 주최 및 주관하는 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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