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터무늬있는집 일원이 되어 기쁩니다.(김수진 출자자)

 

❝김수진 출자자님과 저는 인사를 몇 번 나눈 정도의 사이입니다.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와 같은 IT업계 출신이고, 50플러스 캠퍼스를 통해 조직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해 활발히 활동하시는 분. 이 정도가 제가 김수진 선생님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터무늬있는집의 출자자가 되어주셨고, 더 많은 것들이 궁금해져서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흔쾌히 응해주셨고, 직접 만나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 또 하나의 인연이 있습니다! 김수진 출자자님의 언니와 저는 <페다고지> 학습자와 코치로 만난 인연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보통 인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인터뷰는 2022년 5월 17일 창동에 있는 50플러스 북부캠퍼스에서 진행했습니다.❞(글_김수동)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수진 출자자님!

김수동 :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렇게 출자자로 다시 뵙게 되니 더욱 특별하고 반갑습니다.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듯해요. 오늘도 강의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강의에요?

 

김수진 :  여기 50플러스 북부캠퍼스에서 매주 화요일 메타버스 강의를 하고 있어요.

 

김수동 : 멋있네요, 메타버스라니! 그런 핫한 신기술을 강의하시다니, 같은 IT업계 출신이지만 저와는 아주 다르네요☺️ 소속되어 계신 두두협동조합 이야기부터 시작할까요? 두두협동조합 소개와 그곳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Q. 활동하고 계시는 50플러스를 위한 ‘두두협동조합’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김수진 : 두두협동조합은 ‘50플러스 일·문화공작소’라는 기치 아래 설립했어요. 50플러스 중부캠퍼스의 인생학교 1기 멤버들이 사회적경제를 공부하는 커뮤니티 활동으로 시작했고, 2018년 12월에 정식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저는 현재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두레’는 농민들이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면서 마을 단위로 만든 조직이잖아요. 지금의 협동조합과 같은 거죠. ‘함께한다’는 뜻이고, ‘두리번’은 눈 크게 뜨고 살펴본다는 의미니까, 두두는 “함께 두리번거리며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 시도하자”는 뜻이에요. 은퇴 후 함께 새로운 재미와 의미를 찾고 실천하는 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50플러스 일·문화 공작소’를 표방하셨는데 어떤 의미이고, 또 무슨 사업들을 하나요?

김수진 : ‘50플러스 일·문화 공작소’는 탐방, 문화, 교육, 조사와 연구의 4가지 부문을 통해 50플러스 세대의 사회적가치 추구 활동과 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저희의 목적을 담은 표현입니다. 사업 분야도 4가지고요.

 

첫 번째 ‘현장 탐방’은 함께 잘사는 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분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보시면 되는데, 가벼운 탐방에서 집중 탐방까지 맞춤형으로 제공합니다. 사회문제 공감과 이해를 위해 현장의 생생함에 집중하는 점이 특징이죠.

 

두 번째는 ‘문화 제안’입니다. 50플러스 세대가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며 우리 사회를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죠. ‘내 삶의 문화 기획자’가 돼서 우리 삶과 사회를 함께 변화시켜가자는 겁니다.

 

세 번째는 ‘교육 기획’입니다. 새로운 인생 출발점에 선 50플러스 세대와 함께 경제, 사회, 문화 구조를 짚어 보고 향후의 삶의 전환과 대안을 찾아보는 50플러스 맞춤형 교육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50플러스가 풀어가야 할 문제에 대한 조사와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 50플러스 재단의 당사자 연구 공모를 통해 ‘50플러스 당사자가 묻고 제안하는 코워킹 공간 활성화 방안’에 대해 연구한 바 있습니다.

 

개별적인 프로젝트의 예를 들면,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가치 실천 현장탐방’, 물건의 선순환에서 공유의 가치를 나누는 ‘실패한 취미 부활전’, 퇴직을 앞둔 50플러스의 불안감을 인문학으로 함께 푼 ‘퇴근길 캠퍼스’, 마을로 돌아온 50플러스를 위한 ‘신중년 커뮤니티 학교’, 공론장 운영을 통해 서울시에 50플러스 정책 제안을 한 ‘50플러스 시민참여회의’, 50플러스 북부캠퍼스 가이드북을 제작한 ‘재미북북’, 50플러스 이야기쇼 ‘통(通) to you’ 등이 있습니다. 설명하다 보니 정말 다양하고 많은 활동을 했네요☺️

 

 

Q.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김수진 : 기존에 하던 오프라인 기반 활동은 많이 위축됐죠. 반면에 코로나 상황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활동 영역을 개척하고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에 진행하던 50플러스 시민 참여회의, 실패한 취미 부활전은 처음에는 오프라인으로 기획했었는데 코로나로 중간에 온라인으로 변경됐어요. 그러면서 온라인에서의 콘텐츠 제작이나 회의진행 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고, 이후 여러 곳의 주민총회나 공론장 운영을 진행하면서 어찌 보면 사업영역이 확장되기도 했습니다. 홈페이지를 자체 제작하고 온라인상의 커뮤니티 소통 플랫폼 기술 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개인적인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IT기술을 이용해 50플러스가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는 스스로를 ‘IT 툴 메이커’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IT 툴을 이용한 메이커스 활동이죠. 지금 하고 있는 메타버스 강의도 그런 과정에서 기획한 것이고요. 또한 IT기술을 이용해서 아날로그적인 정서나 온기를 느끼게 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 목소리를 채록해서 온라인 사진첩으로 만드는 ‘목소리 사진관’이라는 강의를 하기도 했어요.

 

김수동 : IT 툴 메이커라니 정말 감동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위기 상황마저도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기회로 멋지게 받아들이는 진정한 50플러스 선배 시민의 표본이십니다!

 

Q. 터무늬있는집에는 어떤 계기로 출자하시게 되었나요?

김수진 : 자녀가 청년(95년생, 97년생)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어요. 저희 아이들도 이제 독립해야 하는데, 집 문제는 모두의 문제잖아요. 우리 애들도 주거문제에 대한 압박을 느끼기 시작하더라고요. 부동산 책도 사다 읽고, 유튜브도 보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 김수동 소장님 페이스북에서 터무니있는집 출자하기를 보게 되었어요. 소장님의 활동을 눈팅과 좋아요로만 응원해왔는데 이젠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마음도 있고 내 아이들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 연대에 함께하자는 마음으로 출자를 하게 됐습니다.

 

제가 터무늬있는집에 출자를 한 후에 다른 모임에서 출자를 하실 수 있을 분들이라고 생각해서 살짝 얘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게 좋은 일이긴 한데 안 좋은 단점도 있다. 이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고 집을 소유하는 것이 중요한데, 터무늬있는집과 같은 지원으로 인해 주택 소유를 위한 노력과 기간을 놓쳐버리면 어쩌면 평생 집을 소유하지 못하게 되는 그런 불리한 위치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 소장님을 만나면 이런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물어보고 싶었어요.

 

터무늬있는집이 하고자 하는 일

김수동 : 일단 저도 놀랍네요? 보통은 “좋은 일 하시네요” 또는 “아니 나라가 할 일을 왜 당신들이?” 이런 반응인데,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네요. 물론 터무늬있는집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단편적인 지원사업 정도로 해석한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터무늬있는집은 취약한 청년 개인에게 싼 집을 제공하는 사업이 아니에요. 청년기에 꼭 필요한 일, 집, 공동체, 세대 간 연대를 경험하게 하는 공동체 확산(사회적 자본 축적) 운동이에요. 터무늬있는집을 통해 많은 청년이 성장하고, 자립에 다가서고 있다는 것은 이미 2020년에 터무늬있는집 성과측정 연구를 통해 충분히 확인했어요.

 

오로지 내 집만 생각하는 청년보다 터무늬있는집을 통해 모두의 집을 경험한 청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분 덕분에 오늘 저도 새롭게 배웠네요? 소중한 의견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Q. 김수진 출자자님께서는 청년들과 교류, 소통의 경험이 있으신가요?

김수진 : 저는 세대 간의 소통은 서로가 관심 있는 공통 주제로 모였을 때 이게 시너지가 나고 자연스럽게 풀린다는 생각이에요.

 

이전에 실패한 취미 부활전을 할 때 재미있는 경험을 했어요. (참고 : 실패한 취미 부활전은 실패한 취미용품, 즉 안 쓴 취미용품을 기증하면 필요한 이가 구매하고 구매한 금액은 모아서 기부하는 실패한 취미를 부활시키는 행사이다.) 행사 초기 주변인들이 50플러스이다 보니 홍보도 알음알음 하고 있었어요. 사이트를 만들었지만 별 반응도 없었고요.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까 새벽 7시인데 700명이 들어와 있었고 점점 사람이 불어나는 거예요. 막 1천 명, 2천 명을 넘어가기에 ‘이게 무슨 일이지’ 했지요. 그날 이후 이런 현상이 계속되었고 젊은이들의 참가가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게 도대체..? 왜?.. 나중에 알고 보니 무척 흥미로운 일이 있었더라고요.

 

지방에 사는 어떤 청년이 악기를 모으는 게 취미래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악기의 본연은 소리를 내는 건데 자기는 수집하고 있었다며 악기를 울려줄 사람에게 기증을 하겠다며 연락이 온 거에요. <앵글로 콘서티나>라는 흔치 않은 악기였는데 손수 택배로 보내왔어요. 행사 중 가장 관심을 많이 받은 품목이 되었지요. 그 모습을 보며 우리 세대와는 정말 다르구나 생각했어요. 우리는 이거 비싼건데 언젠가 또 써야지, 이렇게 망설이는데 젊은 친구들은 다르더라고요.

 

유튜브로 실시간 경매를 할 때는 참여 인원이 적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청년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나중에 우리가 물어봤어요. 도대체 이 사이트를 어떻게 알고 들어 왔는지. 그랬더니 회원이 100만 정도 되는 30대 여성들이 모이는 사이트가 있는데 누군가 거기에 올려서 그게 바이럴이 굉장히 많이 됐다는 거예요.

 

그때 청년들이 관심 있는 것을 주제로 삼으니까 주체가 50플러스라 하더라도 들어오고 연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한테는 굉장히 큰 경험이었어요. 결국은 세대라고 하는 것도 그냥 동시대를, 이렇게 시간을 단면으로 잘랐을 때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잖아요. 공통된 관심 주제를 갖고 얘기를 하면 내가 어른이라서 뭔가 조언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같이 당면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고 테이블로만 올릴 수 있다면 그러면 같이 얘기해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주거 문제도 마찬가지인 거잖아요. 그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어려운 문제인데 그것을 같이 고민하고 머리를 조아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청년들이 마음을 터 놓을 힘이 되는 친구가 되겠죠. 저는 이런 활동들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영역을 맡아서 우리들이 하면 좋겠다 그런 생각입니다.

 

김수동 : 말씀에 너무 공감합니다. 터무늬제작소에서는 청년주거 의제를 가지고 세대 간 연대에 관한 소통, 교류, 공론장 등 다양한 활동을 생각하고 있어요. 두두협동조합과 이런 일을 함께 도모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터무늬있는집에 인사를 부탁드려요.

김수진 : 모두 다 궁금합니다. 출자자분들도 궁금하고, 터무늬있는집에서 활동하는 청년들도 궁금해요. 아직은 얼굴도 서로 잘 모르지만, 또 이렇게 마음 모아서 조그만 변화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큰 변화가 되겠죠. 그럴 것으로 믿습니다❗

 

터무늬있는집은 청년기에 꼭 필요한 일, 집, 공동체, 세대간 연대를 경험하게 하는 공동체 확산(사회적자본 축적) 운동이라는 것 마음에 잘 새기겠습니다. 보내주신 자료들도 꼼꼼히 살펴보면서 잘 이해하고 잘 설명할 수 있는 출자자가 되겠습니다 ?

 

터무늬있는집의 일원이 되어 기쁘고, 여러분들의 활동에 고맙고 감사합니다

 

정리 _ 김수동, 이영림, 성승현

 

 

출자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