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청년주거공동체 학습모임 “소문난 집 같이 공부하고 탐방가요!”

 

#터무늬있는집 #청년주거공동체 #학습모임 #탐방

 

 

# 당신은 지금 누구와 살고 계신가요?

2019년 9월 통계청의 ‘2017~2047년 장래가구추계’ 보고서에 따르면 약 30년 후에는 1인가구가 전체 가구의 3분의 1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고령층은 물론이고 청년, 중장년까지 전 세대의 1인가구 증가세는 뚜렷합니다.

 

1인 가구를 위한 공동체 주택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공공임대 사회주택이 생겨나기도 하고, 민간 쉐어하우스 비지니스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지역마다 청년들을 중심으로 주거 공동체들이 많이 생겨 났습니다.

 

사회적으로는 혼인이나 혈연이 중심의 전통적인 가족관을 뛰어 넘어, 친밀성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가족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터무늬있는집이 만나는 공동체도 다양한 이유로 함께 살게 된 청년들입니다. 짧게는 몇개월부터 길게는 몇년간 함께산 청년들의 고민들을 학습모임 후기로 나눕니다.

 

 

# 청년주거공동체 학습모임

지난 10월 4일 터무늬있는집 (예비)청년그룹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청년들이 모여 학습모임을 가졌습니다. 주로 2017년부터 현재까지 터무늬있는집 사업을 통해 만났던 청년들입니다.

 

사회투자지원재단 터무늬제작소를 비롯해 로컬엔터테인먼트협동조합, 모두들청년주거협동조합, PNP청년벤처, 터무늬있는집 3호 LH사회적주택 입주그룹과 시흥청년정책협의체, 관악 및 은평의 주거공동체 준비그룹이 속해 있습니다. 

 

공동체로 함께 살다보니 점점 고민도 깊어지고, 이제 막 함께 살려고 준비하는 공동체의 경우 더 다양한 주거 공동체 모델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제안으로 이번 학습모임이 꾸려졌습니다. 10월~11월 두달 간 4번의 모임을 진행합니다.

 

 

# 학습모임 참여계기

“대안공동체, 대안가족, 생애 주기를 따르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허나 지역 마다 고민과 경험들이 조각조각 흩어져 연결되거나 나누어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학습 모임을 계기로 고민과 경험이 연결되고, 이야기가 풍요로워져 삶의 실천도 다채로워지면 좋겠습니다.” (모두들청년주거협동조합 장은실)

 

 

 

# 첫모임

첫 모임에서는 저마다 지역에서 활동하거나 공동주거를 준비하면서 들었던 고민과 참여하게 된 계기를 나누었습니다.  주거공동체라는게 낯설지만 처음 공동주거를 시작하게 되어 사례를 접해보고 싶어 참여하기도 하고, 쉐어하우스 임대주택 사회적주택에 직접 살아보니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같이 생각해보고 싶어 참여한 이도 있었습니다.

 

한편 주거공동체 활동을 몇년째 이어오고 있는 청년들의 고민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주거협동조합에 매력을 느껴 입주하고 활동까지 하게 되었는데 공동체가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는데 방법을 고민해보고 싶다는 이, 계속 지역사회 안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데 방법을 찾고싶다는 이, 주거공동체 안에만 있다보니 오히려 외부 활동의 계기나 접점이 없는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다는 이까지 저마다 참여 계기도 다양 했습니다.

 

시흥청년정책협의체의 청년 위원장은 강북의 터무늬있는집 1호가 3호로 확장된 이야기를 들으며 시흥에서도 주거협동조합 형태로 몇 호씩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첫 만남의 소감을 전했습니다.

 

 

# 직접 가보자

청년들은 직접 방문해보고 싶은 탐방지로 인천 우리동네사람들(이하 우동사)과 은평에 위치한 공동체주택 여백을 꼽았습니다. 우동사를 탐방지로 추천한 모두들청년주거협동조합의 장은실이사장은 왜 함께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는 공동체인 것 같아 직접 가서 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모두들은 청년 혼자 부담해야 하는 집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함께 집을 만들고 살아가는데 집중했어요. 한편, 제가 이해한 우동사는 왜 함께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 보였습니다. 더 나아가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되는 ‘나’에 대한 고민 뿐만 아니라, 내가 ‘누구’와 ‘왜’ 함께 살고 있는지에 대해 재밌는 방식으로 풀어내는 공동체로 보여요. 그래서 직접 묻고싶은 것들이 있어 우동사를 꼽게 되었습니다.”  

 

10월의 끝자락 주말을 이용해 인천의 청년 주거공동체로 소문난 우동사와 다양한 세대의 가족들이 모여사는 여백을 찾았습니다. 여백의 입주자이자 터무늬있는집의 김수동 운영위원은 질문지를 미리 받았는데 이만봐도 청년들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또, 학습모임 팀을 맞아준 우동사에 거주하는 네명의 청년들은 모두 단순한 탐방이 아니라 서로의 고민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는 후기를 남겼습니다.

 

 

# 청년들이 직접 전한 공동체주택 여백 탐방후기

 

 

1.

흥국사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북한산자락에서 집을 짓고 사는 여백 공동체의 사례가 원도심 소사동에 사는 모두들의 고민과 연결되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량한 공기와 탁 트인 마운틴 뷰는 나에게도 너무 갖고싶은 삶터 환경이었지만 출퇴근을 하기 위해서는 차를 갖고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보니 내가 어떤 환경에서 살고 싶은지를 이웃될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갖고 있는 자원을 모아 되는데에서부터 시작하면 못할 것도 없겠다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모두들에서 사는 나는 언제나 ‘함께 살기 위해서는 이마만큼의 각오와 에너지가 필요해.’라고 생각해왔는데 여백 사례를 통해서 조합원이 큰 품 들이지 않고도 서로돌봄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어쩌면 모두들에서 정말 만들고 싶었던, 서로가 서로에게 비빌언덕이 되어주는 공동체는 어느정도 느슨하게 하고싶은 만큼 할수있는 만큼 하자!라는 기조여야 가능하겠다는 다소 아이러니한 생각이 들었다.

 

2.

입주자 소유의 집이라는 것에서 오는 여유를 느꼈다. 확실히 이사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 보였고, 체계가 없어도 각자 하고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여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이유는 ‘소중한 나의 집’이라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 공동체와 지역의 관계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느낌이다. 여백이라는 울타리안에서 안전한 이웃과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이 주택의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3.

입주자 소유의 집이라는 것에서 오는 여유를 느꼈다. 확실히 이사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 보였고, 체계가 없어도 각자 하고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여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이유는 ‘소중한 나의 집’이라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 공동체와 지역의 관계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느낌이다. 여백이라는 울타리안에서 안전한 이웃과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이 주택의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4.

예쁘고 단정한 공간을 보니 부럽기도 하면서 모두들이 운영하는 공간이 떠올랐다. 커뮤니티의 분위기와 장을 기획하는데에 공간도 한몫하는데 모두들에서는 아직 그부분을 많이 신경써오지 않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여백의 공동주거는 가구별로 각자의 세대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 모두들이랑 큰 차이점인데, 입주자들의 욕구가 확실하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모두들에 입주할 사람들의 욕구를 우리는아직 모르고 있고 이를 구체화해나가는 것이 모두들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5.

공동체가 함께 살게된 과정을 듣고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제가 거주하는 LH사회적주택처럼 입주할 때 (공급자가 정한) 추첨 방식이 아니라 민주적이고, 충분한 소통을 거쳐서 살 집을 결정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 청년들이 직접 전한 인천 우리동네사람들 탐방후기

 

 

1.

우동사는 활동가가 따로 없다고 하지만 모두가 활동가인 느낌이었다. 하고싶은 것을 실현하기 위한 시도들이 사례가 되고, 우동사의 문화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경제적인 문제)과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 드는데 어떻게 대체가 되는 것인지(해결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주택과 개인의 삶의 질, 행복을 연결했을 때 모두들은 ‘안정’을 위한 시도들을 한다면 우동사는 어떤한 진리를 위한 시도들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2.

한 건물에 모여서 사시는 줄 알았는데 규모가 커지면서 동네에 여기저기 흩어져서 거주하신다고 했다. 생각했던 엄청 끈끈한 소울메이트 집단의 느낌보다는 어느정도 거리를 두는 동네의 지인 집단 같았다. 서로간의 거리를 설정하는 과정이 어땠을지 돌이켜보면 궁금하다. 모든 것을 대화를 통해 풀어나간다고 했다. 참 느린 과정이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일하는 사람만 일하는 단점은 있지만 우동사가 깨지지 않게 받쳐주는 기반이 되어주는 것 같았다. 결국 다 신뢰가 기반이 있어야하지 않나.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는 대주제가 없다는 사실이 가장 신기했다. 지역에 대한 애정, 하고픈 일에 대한 열정 등 모두는 아니어도 우동사 내 일부를 묶어줄 수 있는 중소주제들이 연합해 우동사를 너르게 엮어주는 것 같았다. 공동체를 위하려는 마음이 어느정도 균등하게 배분되고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지 않는것이 쉬운일이 아닐텐데.

 

공동주거를 조심스레 꿈꾸는 처지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으로 회귀하면서 우동사에서 먼저 빠져나왔다.

 

3.

모두들에서 활동하면서 나는 서로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며 살기 위해서, 그리고 더 풍요롭게 잘 살기 위해서 모두의 후순위로 밀리는 일을 나서서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귀찮은 일들, 손이 많이 가는 일들, 준비하는 일들. 여전히 모두들에 활동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우동사에 다녀온 뒤 무엇이 먼저인지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처음 모두들에 살기로 결정했을 때 나는 나의 삶에 무언가가 크게 부족하다고 느꼈고 모두들에 살면서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관계이기도 했고 더 나은 먹거리이기도 했고 훨씬 가까워진 통근거리이기도 했다. 그 다음은 나의 상태에 민감해지는 일이었다. 내가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나는 어떤 일에 무너지는지를 아는 것. 그리고 집사람들이 그 행복의 공간을 함께 만들어준다는 경험을 하는 것. 모두들에 살면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그런 때다.

 

그런 감동적인 순간을 더 만들어내기 위해서, 누군가의 행복의 자리를 멍석 깔아주기 위해서 활동가가 필요하고 활동을 하지만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멍석 까는 작업 역시 나의 행복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탐방을 마치고 그 누구보다도 ‘나’를 생각하면서 왔다. 모처럼.

 

4.

이번 주거공동체 탐방을 통해 이번에 새롭게 입주하게 되는 저로서는 앞으로의 주거공동체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나 비슷한 환경에서 먼저 주거공동체를 경험 해본,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후기와 노하우들을 들음으로써 앞으로 주거공동체 생활을 어떤식으로 꾸려나갈지에 대해 막막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많은 부분이 해소되었습니다. 좋은 기회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큰 영광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추후에 있을 행사들에 있어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5.

우리는 모두 속으로 ‘이게 어떻게 가능해?’ 라고 생각하며 그들의 듣고 있었던 게 아닐까. 우동사를 가기 전에는 공동체주택의 형성계기나, 운영에 관한 비용이나, 입주 후 청년들이 하고 있는 활동들, 지역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궁금했다. 그리고 우동사를 다녀온 뒤에는 위의 궁금증도 일부 해결했다. 헌데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다른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상대방에 대한 그들의 태도다. 지금의 조정훈 대표나 초기 멤버들을 중심으로 우동사가 형성되고, 자금이 모아지고, 현재 형태의 주택이 이러저러해서 생기게 되었다. 우동사의 청년들은 지인추천 등 이모저모의 계기로 입주했다. 그리고 각자 가진 재능(달란트)로 하고 싶은 만큼 활동하고, 협업하고, 일하고, 에너지를 쓴다.

 

근데 중요한 것이 이들은 일이 되어지는 것보다(공동체 주택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로 서로를 존중하고 관계 맺는 여유가 있고, 결과적으로 공동체가 유지되고 있다. 일을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내게는 이게 제일 큰 충격이다. 입주자들이 전반적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이게 가능한게 아닐까 처음에 생각해 보다가, 나중에는 공동체 속에 흐르는 ‘존중하는’ 참 좋은 문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체주택, 공동주거를 준비할 때는 자금이나 공간이나 사람보다 훨씬 앞서야 할 것이 있었다. 추천자인 은실의 말처럼 ‘왜’ 내가 같이 살고자 하는지, ‘누구’와 함께 살고자 하는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충분히 고민해 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시작했으면 그 다음은 기다려주고,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 마지막 모임은 책을 읽고, 서로의 마음을 읽는 것으로

 

11월 15일(금) 4회차 모임을 끝으로 학습모임은 마무리 될 예정입니다. 4회차에는 서로가 정한 책을 읽고 난 뒤 소감을 나누려고 합니다. 여백과 우동사를 다녀온 뒤 더 깊어진 고민을 이 가을 <셰어하우스>, <이상한 정상가족>, <혼자산다는 것에 대하여>, <여자둘이 살고 있습니다>,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등의 책과 함께 풀어낼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 알찬 학습 모임의 끝은 불타는 금요일 삼겹살로 마칩니다.

 

 

 

글 및 편집. 터무늬제작소

행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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