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단체 인터뷰] 터무늬있는집이 없었다면 우리는 (사일런트메가폰)

 

❝터무늬있는집 11호(옥인동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입주단체인 <사일런트메가폰>이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의 터무늬 살이를 마치고 2023년 초 퇴거했습니다. 여성주의 아티스트 콜렉티브라 자칭하는 사일런트메가폰은 2017년부터 동시대의 여성주의 이슈를 소재로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해온 문화예술 단체입니다.

 

터무늬있는집에서의 지난 시간을 회고하는 인터뷰 시간 내내 ‘이 공간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는 말을 몇 번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헤어짐의 아쉬움을 가지고 갔던 자리에서 터무늬있는집이 청년들에게 소중한 아지트가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터무늬있는집에서 그들은 여성이 존중받는 일상을 꿈꾸며 마음껏 작업했고, 기꺼이 대문을 열어 이웃과 가진 것들을 나누었으며, 집에서 함께 사는 즐거움은 누렸습니다. 사일런트메가폰의 다음 행보를 응원합니다! 본 인터뷰는 2023년 1월 20일(금) 옥인동의 터무늬있는집 11호에서 진행했으며 터무늬제작소의 성승현 선임연구원과 이영림 책임연구원이 함께 질문했습니다.❞

 

 

사일렌트메가폰이 퇴거라니, 아쉽습니다!

 

이영림 : 사일런트메가폰이 옥인동에서 추억을 많이 쌓아가고 있다고 들었는데, 터무늬있는집에서 퇴거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아쉬웠어요. 우선 퇴거 이유가 가장 궁금해요.

 

강모과 : 네 맞아요, 저희들끼리도 너무 아쉬워하고 있어요. 먼저는 입주자 중 한명이 3D 공부를 하러 뉴질랜드로 유학을 가게 됐어요. 2월에 바로 출국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그동안 터무늬있는집 사용료를 사일런트메가폰 단체비용에서 지불하고 있었는데, 전시를 준비하며 고정비용이 많아지다 보니 단체에서 이를 계속 부담하기에 어려움도 있었고요. 그러면 입주자가 직접 부담을 해야 하는데 신규 입주자를 포함해 4명의 입주인원을 조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성승현 : 퇴거 이후에는 거취가 어떻게 되세요?

 

강모과 : 한명은 본가로 들어가고, 저는 학교 랩실에서 활동하고 있어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해볼 참이에요. 학교가 가까워 비대면으로 지내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는데 떠나기 많이 아쉬워요.

 

이영림 : 그러셨군요. 이 집의 애칭이 까치와 모과가 많아 까모사라고 들었는데, 지난 1년 동안 까모사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며 보내셨어요?

 

강모과 : 까모사에 들어오며 1년에 한 번씩 하는 여성주의 전시 외에 다양한 활동을 해보자라고 계획했었어요. 입주하고 나서 보니 주변에 까치가 진짜 많더라고요. 또, 밖에 들어오시면서 보셨을지 모르겠는데 큰 나무 밑에 무언가 떨어져 있는 걸 보니 모과였어요. 그래서 저희들만의 별칭으로 이곳을 까치랑 모과가 있는 곳이라는 뜻에서 까모사라고 이름을 지은거죠. 이를 살려 모과마켓이라 명명해 플리마켓도 하고, 동네에서 우리 재능을 살려 아트클래스를 원데이로 열고,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어요.

 

이영림 : 집을 오픈해 플리마켓도 하셨군요. 동네에서 호응이 좀 있었나 궁금하네요.

 

강모과 : 정말 감사하게도 꽤 많은 분이 찾아주셨어요. 인스타그램을 보고도 오시고, 나름 또 여기가 등산객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인데 지나가다 오신 분들도 있고, 옆의 카페 손님들도 찾아주셨고요. 저희가 포스터를 만들어 동네 곳곳에 붙이고 다니며 홍보도 했어요.

 

모과마켓을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서 서로 뭔가 교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물물교환 시간을 가지기고 했어요. 셀러들이 컵을 판다고 하면 손님들이 가져온 술과 교환기도 했고요. 셀러들끼리도 옷을 가져온 걸 또 다른 걸로 교환한다든지 그런 바꾸는 재미도 있있어요.

 

또, 플리마켓(모과마켓)을 열었을 때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였어요. 그래서 집에 있는 모과나무에 모과가 열리면 수제청을 만들어 팔아보자고 했는데 모과가 안열리더라고요(하하). 청을 따로 사서 에이드를 팔았는데 이것도 반응이 좋았어요.

 

 

옥인동 터무늬있는집에서의 1년

 

성승현 : 이 공간에서의 1년이 사일런트메가폰에게는 어떤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강모과 : 사일런트메가폰에게 2022년은 정말 꽉 찬 1년이었던 것 같아요. 그 중심에 까모사가 있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일런트메가폰이 예술 활동을 하는데도 큰 역할을 했어요. 이 공간이 없었다면 예술 관련 지원사업을 준비할 때 어디 카페를 가야할 지, 아니면 어는 작업공간을 찾아야할지 고민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을 거에요. 고민없이 일상을 함께하며 작업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특히 사일런트메가폰 구성원은 투잡을 뛰는 사람들도 있고, 본업이 사일런트메가폰 활동이 아닌 사람들도 많아 까모사가 사무실 겸 작업장이자 회의장소로도 많이 활용됐거든요. 올해 사일런트메가폰 전시가 그간 해왔던 것보다 규모도 훨씬 커지면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협의와 멤버들 간의 합을 맞추는 게 필요했는데, 그때마다 장소를 빌리는게 정말 쉽지 않았거든요.

 

김까모 : 대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 주는 편의적인 것 뿐만 아니라 이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활동이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회의 때만 모이는게 아니라 근처를 지나가다가도 집에 편히 들러 저녁을 먹고 가거나 하는 식으로 계획에 없는 모임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달까요.

 

이영림 : 들어보니 작년 전시를 준비하면서도 그렇고 그 외 활동을 동네에서 풀어가며 사일런트메가폰도 성장하고 도약하는 한 해가 되었네요.

 

강모과 : 네, 입주 이전에는 다들 본업이 있다보니 전시 준비 외에는 다른 활동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헌데 터무늬있는집 덕분에 아트클래스와 같이 다른 활동을 기획해 본 계기가 되었습니다.

 

성승현 : 좋은 추억도 있지만 혹시 함께 살며 갈등이나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나요?

 

강모과 : 글쎄요, 함께 살면서 딱히 트러블은 없었어요. 보통 아침에 바쁠 때 화장실 가지고도 갈등이 생긴다는데 저희는 화장실이 두 개여서 그럴 일이 없기도 했고요(하하). 코로나 시기에 입주자 3명 모두 비대면으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이었는데, 그래서 더 좋은 부분이 많았어요.

 

김까모 : 1층에서 수업을 듣기도 하고, 작업도 하면서 알차게 사용했어요.

 

강모과 :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를 한번 하기로 했는데 그걸 못한게 정말 아쉬워요. 밤에 옥상에 올라가면 정말 이쁘거든요.

 

 

청년이 바라보는 터무늬있는집의 특별함

 

이영림 : 터무늬있는집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청년의 입장에서 경험해보셨잖아요. 활동계획서를 심사하고, 입주단체를 선정하고, 입주를 준비하고, 살아보고, 퇴거하는 과정까지 모든 과정을 경험하면서 이 집이 공공임대주택 또는 여타 청년주택이랑 다르다고 느낀 지점이나 과정 속에서 느끼신 바를 듣고 싶어요.

 

강모과 : 단체를 대표해 사는 입주자로서 퇴거하는게 너무 아쉬울 정도로 좋았어요. 좋은 말만 드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정말 좋아요. 일단 사일런트메가폰이 터무늬있는집에 산다는 건 의미있는 활동을 한다는 전제하에 있는 거잖아요.

 

김까모 : 일차적으로는 터무늬있는집 입주단체로서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렇게 좋은 주거공간에서 함께 살 수 있다는 게 제일 좋고요! 또 하나는 터무늬있는집에 사는 단체들의 단톡방이 있어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누고, 놀러오라고 초대도 하고 이런 과정에 매력을 느꼈어요. 저희도 바빠서 자주 모이지는 못했지만 서로 뭐 하고 지내는지 한 번씩 궁금해 찾아보기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느슨한 연결이 있어 좋았어요.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계보를 잇는 사일런트메가폰 

 

성승현 : 퇴거 이후 사일런트메가폰은 어떤 활동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강모과 : 우선 5월에 있을 전시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저희가 한국여성주의 미술의 계보 <발푸르기스의 밤 : 한국의 마녀들>전시를 오는 4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게 됐는데, 이걸 준비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성승현 : 세종문화회관 전시 단체로 선정되는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대단하네요.

 

강모과 : 세종문화회관 담당자 미팅을 하며 그간의 포트폴리오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엄청나게 준비했어요.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좋았어요. 큰 전시이다보니 우선 전시 준비에 집중해야 하고요. 전시가 끝난 이후에는 단체 차원의 활동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사일런트메가폰이 비영리단체이다 보니 구성원들에게 월급여를 지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모든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각자의 생활과 밸런스를 맞추는 게 쉽지가 않았거든요. 그래서 조직적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예정입니다.

 

성승현 : 사일런트메가폰이 하는 여성주의 전시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혹은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강모과 :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되게 어려운데 ‘쉼터’라고 표현할 수 있을거 같아요. 저희가 여성주의 이슈를 가지고 작품을 보여주는 목적도 있지만 오는 관객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저희 전시는 새로 오시는 분들의 유입이 별로 없어요. 매번 오시는 분들이 또 찾아주시는 거죠. 저희를 믿어주는 감사한 분들이 편할 때 친구나 가족들을 함께 초대해 쉬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재입장이 가능한 티켓을 만들기도 하고, 전시장 한쪽에 빈백을 깔아두기도 했어요.

 

이영림 : 터무늬있는집 식구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 한 마디 부탁해요.

 

강모과 : 의례적인 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진심으로 여러분들 덕분에 이곳에서 편안하게 지냈다고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이런 편안한 공간이 있어 우리 같은 청년단체가 서로 돈독하게 사이를 다지고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이것저것 활기차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어요. 많은 분 덕분에 누릴 수 있었으니 저희도 나중에 저 같은 청년들에게 내어줄 수 있는 좋은 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영림 : 앞으로의 사일렌트메가폰 행보도, 입주자 분들의 이후 하는 일들도 힘껏 응원합니다. 

 

 

 

정리_이영림

 

 

행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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