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관악에서 만난 행동하는 멋진 선배! (구명숙출자자)

 

❝청년들에게는 힘내라는 말 대신 함께 뛰며 힘주는 멋진 선배가 필요합니다. 관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구명숙 출자자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 멋진 선배가 있는 관악의 청년들은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공익활동가를 위한 관악뿌리재단, 그리고 지역협의체와 공동체 활동 등 관악구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구명숙 출자자님의 개인활동 이야기를 비롯해 터무늬있는집을 향한 진심 어린 마음이 담긴 구명숙 출자자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인터뷰는 2022년 7월 12일(화) 관악정다운의료사협 사무실에서 진행했으며, 김수동 소장과 이영림 연구원이 함께 질문했습니다.❞ (글_이영림)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영림) 안녕하세요, 구명숙 출자자님. 작년까지는 신규출자자분들께 전화로 감사 인사를 드린 후 우편으로 출자증서와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렸는데, 올해부터는 일정이 가능한 대로 이렇게 신규출자자분들을 직접 찾아가 츨자증서를 전달하면서 간단한 인터뷰도 진행하고 있어요. 

 

(구명숙) 왜 이렇게 어려운 선택을 하셨어요?

 

(김수동) 출자자분들 만나서 말씀을 듣다 보면 힘이 되는 말을 참 많이 들어요.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고요. 또, 이야기 나눈 것들을 글로 남겨놓으면 그게 쌓여서 귀중한 자료가 되고, 연차보고서에 모아서 실을 수도 있어서 좋더라고요. 

 

(구명숙) 이게 2021년도 연차보고서인가요? 너무 이쁘게 잘 만드셨네요.

 

(이영림) 인터뷰를 요청하면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출자자분들도 계신는데,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고요. 출자자님의 평소 활동에 대해 듣기도 하고, 터무늬있는집과 관련해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소소하게 듣기도 해요. 출자자님의 소중한 마음을 저희만 알고 있는 게 너무 아쉬워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은 저희의 노력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바쁘실 텐데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셔 정말 감사드립니다.

 

 

Q. 자기소개와 함께 관악에서 하고 계시는 활동도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구명숙) 저는 주로 관악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관악정다운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1기 이사회에서 이사이자 살림위원장으로 활동했었는데, 올해부터는 살림(경영)위원장과 경영이사로 활동하게 됐어요.

 

지역의 공익활동가를 지원하는 관악뿌리재단에 운영이사로 참여하면서 사업기획위원회 위원장도 하고 있고, 관악 지역의 사회적경제네트워크 법인인 사회적협동조합 공동체관악에서 이사도 맡고 있습니다. 관악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의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역을 넘어서는 활동으로는 2018년에 사회투자지원재단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활동가 학습조직인 ‘페다고지’에 참여한 계기로 2020년부터는 팀학습 코치로 활동하고 있어요. 이렇게 쭈욱 나열하고 보니 지역에서 그리고 사회적경제 활동가로서의 제 모습이 그려지네요. 이외에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창업경영지원센터 멘토도 하고 있고, 소소한 강의 등을 하며 경제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영림) 저는 이전에 노원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근무할 때 센터장님을 뵈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구명숙 센터장님이라는 호칭이 더 익숙합니다^^ 이전에 해오셨던 사회적경제, 시민사회 활동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구명숙) 행복중심서울생협, 이름이 바뀌기 전에는 여성민우회생협이었죠. 그곳에서 1998년에 조합원이 된 후 2002년부터 조직교육담당으로 시작해서, 상무이사로 2015년까지 일했던 경험이 있어요. 이후 관악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있다가 2019년 6월에 마무리했고, 네트워크 법인의 상임이사로 있다가 이후 의료사협과 관악뿌리재단 창립 후 이사로 활동하게 됐어요. 그러고 보니 30대 후반부터는 계속 협동조합 관련 활동을 해왔네요.

 

(이영림) 센터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그간 지역에서 제일 중요한 기반을 다지고, 만들어 내시는 활동을 해오신 것 같아요.

 

Q. 혹시, 활동 속에서 청년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고민을 접할 기회가 많이 있으셨나요?

 

(구명숙) 관악뿌리재단이랑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활동을 하면서 청년들과 만날 기회가 조금 있었어요. 관악지역에는 신림, 봉천, 난곡지역의 가난한 주민들과 함께 빈민운동을 해오신 분, 90년대 공부방 활동, 도서관 운동, 교육 운동, 환경 운동을 하며 지역에 정착해 지금까지 주민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와 단체들이 풀뿌리 시민사회를 이루고 있어요.

 

지역의 현장에서 청년시절부터 활동하면서 나이가 들어 이제는 40대 후반에서 50대~60대의 어른이 된 거예요. 사회의 변화와 함께 활동영역도 사회적경제 영역으로 확장되기도 했지만, 안타까운 것은 (꼭 관악지역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함께 이어 활동하는 청년활동가들이 매우 드물다는 거예요. 큰 고민이죠. 

 

지역사회에서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관심들을 어떻게 뿌리 내리고 자리 잡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저의 얕은 생각으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 청년활동가들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주거안정과 기본적인 경제생활이 보장된다면 지역에서 청년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큰 힘이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특히 결혼하게 되면 활동가들에게 육아문제, 주거문제는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이전에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을 할 때 지역의 청년들이 정주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데 필요한 활동가 부부의 공동육아 그리고 주거문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러다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된 계기는 뿌리재단을 통해 ‘청년 활동가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기금 배분사업’을 했던 경험이에요.

 

관악뿌리재단은 공익활동을 하는 단체도 지원하지만, 무엇보다도 활동가들의 성장과 도전, 경험을 지원하는 일을 많이 해요. 청년들이 공익활동을 지속하는 데 당장 필요한 학자금이나 주거자금, 도전이나 경험하고 싶은 활동자금, 쉼이나 교류 이런 필수적인 부분들을 지원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었어요.

 

관악뿌리재단의 전신인 ‘관악뿌리기금 준비위원회’에서 2년간 지역의 공익활동가들의 쉼과 회복을 위한 활동이나, 연대를 위한 활동가대회 등을 자발적인 자조기금을 만들어서 지원했었어요.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고, 지역사회 풀뿌리운동의 지속성뿐 아니라 새로운 청년새대의 공익적 활동을 지원하는 체계적인 운동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어요. 그 결과가 관악뿌리재단의 탄생으로 이어진 거고요.

 

그런데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에서 이미 저희가 했던 기금사업과 유사한 공익활동가의 복지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죠. 그래서 우리도 같은 걸 하기보다는 공익활동가 복지는 ‘동행’과 연대하기로 하고 협약을 맺었어요. 그리고 바로 기금 500만 원을 조성해서 ‘사회적협동조합 동행과 함께 든든한 뿌리 내림’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공익활동가를 선정해 가입출자금과 1년 조합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을 했어요. 첫해에 64명, 두 번째 해에 17명으로 총 81명이 동행 조합원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했어요. 올해도 계속 지원할 예정입니다. 그 사이에 많은 활동가들이 동행의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만족도도 높고요.

 

그래서 관악뿌리재단은 ‘지역 공익활동가들의 성장을 지원하자!’는 목적을 가지게 되었어요. 2020년에는 기금을 조성해 코로나로 어려워진 주민을 지원하는 공익활동에 기금을 배분해 공익활동가들의 활동을 간접 지원하고, 2021년에는 청년들의 활동을 발굴 지원했어요. 이를 계기로 청년공익활동기금을 별도로 만들어 적립도 하고 있어요. 청년들끼리 지역사회에서 공익활동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논의하는 청년모임도 있어요.

 

또, 정다운의료사협에는 4명의 청년 이사가 2기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고, 청년 의료인도 함께하고 있어서 참 좋습니다. 의료복지를 통해 지역 안에서 세대를 불문하고 동료로서 함께 활동하며 성장하는 에너지가 느껴지고, 서로 이어지고 있음을 실감해요. 존중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저희 이사님과 활동가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는 관악 터무늬있는집의 ‘봉천살롱’을 잘 알고 있답니다. 관악지역에는 청년연구소도 따로 있어요. ‘잇는연구소’라고 지역을 연구하는 청년연구소예요. 2020년에 만들어져서 지역에 필요하고 가려운 연구를 찾아서 하고 있답니다. 이 청년들 참 좋아요, 아주 많이 응원해요☺️

 

Q. 출자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구명숙) 원래 출자는 더 일찍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다른 곳에 후원이나 출자하고 있는 것도 있어서 생각만 하고 있었죠. 지역활동을 하다 보면 경제적 보상이나 급여 수준이 높지 않은 게 현실이거든요. 기본 생활비 이외에 지출을 더 늘릴 수 없는 상황이어서 망설이다 이제는 정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심하게 됐어요?

 

 

Q. 터무늬있는집을 언제 알게 되었고,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가요?

 

(구명숙) 터무늬있는집은 초창기부터 알고 있었어요. 페다고지 활동을 계속 해왔었기 때문에 터무늬있는집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죠. 그런데 초기에는 귀동냥으로 들은 거라 솔직히 터무늬있는집 사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잘 몰랐어요.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된 데에는 세 번의 포인트가 있었던 거 같은데, 최근 가장 실감 나게 다가온 거는 김수동 소장님 페이스북 글이나 소장님을 통해 이야기를 접하며 ‘시민출자 방식’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고, 또 그 돈이 어떻게 돌아가고 청년들에게 무엇을 지원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어렴풋이 감을 잡은 뒤에 도시재생 희망지 사업을 계기로  터무늬있는집 청년단체인 로컬엔터테인먼트협동조합의 청년활동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그 자리에서 터무늬있는집에 산다고 소개하는 것을 들었고, 또 터무늬있는집에 사는 게 얼마나 좋은지를 듣게 된 거죠. 그 일을 계기로 터무늬있는집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했다고나 할까요?

 

세 번째는 2년 전에 관악구에 터무늬있는집이 생기고 김명철 활동가(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관악 입주팀)가 입주하며 어떤 곳인지 더 잘 알게 됐어요.

 

사실 관악구는 청년 1인 가구 비중이 1위인 지역이라 사회주택도 많아요. 사회적기업 중 첫 번째로 사회주택을 시작한 썬랩이 관악구에서 4호점, 5호점을 지어 운영하고 있고, 어울리도 벌써 4호나 지어서 청년들이 입주해 생활하고 있어요. 제가 센터장으로 있을 때 해당 사회주택에 입주한 청년들의 일자리 연계사업을 하기도 했고, 그 청년들이 지역 활동에 연결된 좋은 경험도 있어요. 주거 안정이 이루어지면서 활동까지 이어진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 특히 ‘시민출자형 공동체 주거문화’라는 터문늬있는집의 지향에

공감하고 중요한 사업이자 활동이라 생각해왔죠.❞

 

 

Q. 관악에 있는 터무늬있는집 청년들을 만나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구명숙) 네, 지역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교류할 기회들이 종종 있었어요. 입주청년을 만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라이프스타일이 달라 힘든 부분도 있다는 것도 들었어요. (하하) 식성이 다른 건 따로 먹으면 되는데 라이프스타일이 다르면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수동) 맞아요. 그래서 함께 살이를 위한 준비과정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봉천동의 청년팀을 생각해보면 마음공부를 해온 팀이고, 공동주거에 대한 꿈도 있었기 때문에 이상적으로 생각한 부분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렇지만 막상 살아보니 생각과 다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작년부터는 터무늬있는집 입주 희망단체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함께살이 청년학교’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어요.

 

(구명숙) 그러게요. 만나서 활동할 때는 좋지만, 같이 살아본 경험이 없다 보니 막상 함께 살면 부딪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Q. 터무늬있는집에 느낀 매력과 이 운동의 확장에 대한 출자자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구명숙) 터무늬있는집이 저랑 필연적 관계가 있고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청년 주거문제의 해결을 시민출자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데에 매력을 느꼈어요.

 

(김수동) 출자자님께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요. 터무늬있는집에서 만약 은행 정기예금 정도의 이자 보상(2%~3%)을 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고 있어요. 주변에 출자를 권유할 때나, 출자를 결심하게 될 때 이 정도의 이자 보상이 있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요?

 

(구명숙) 글쎄요. 이게 사실 선한 출자잖아요. 저는 선한 출자의 동기부여는 명확하게 선한 출자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운동이 확장성을 가지려면 시민출자 방식의 선한 영향력에 대해 더 강하게 메시지가 나갈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터무늬있는집의 확장을 위해 아주 선한 출자로 100만 원을 했는데 이자율 때문에 200만 원, 300만 원이 될 수 있나 생각해보면 그게 얼마나 클까 싶거든요. 내가 지금 형편으로 100만 원 정도의 출자를 할 수 있는데, 만약 2%의 이자 보상아 주어진다고 200만 원을 더 출자하게 될까요? 이에 대해선 의문이 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터무늬있는집 출자금은 쌈짓돈에서 나오는 게 많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도 쌈짓돈이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어떤 돈으로 출자를 하고 있는지 물어볼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는데 터무늬있는집의 취지가 좋다고 해서 바로 터무늬에 출자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럼 어떤 돈이 들어올까? 제 경우를 생각해보면 내가 출자할 이유가 발견했기에 출자한 것 같아요. 저 같은 사람의 경우에는 시민출자와 청년 공동체 주거의 기쁨에 대한 메시지를 더 강하게 줘야 출자 참여가 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출자자님이 듣고 싶은 터무늬있는집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구명숙) 저는 터무늬있는집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실제로 살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관심과 마음을 더 많이 움직인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은 터무늬있는집은 여전히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의지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운동의 의지가 더 강하다 보니 청년들에게 출자의 선한 영향력이 어떻게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요.

 

관계의 시너지라는 게 있는 것 같은데요. 생각해보면 터무늬있는집은 100만 원의 출자를 한 한 명의 시민출자자가 100만 원의 출자를 더 하는 것이 시너지가 아닐까 싶어요. 내가 직접 못 내면 낼 수 있는 다른 한 사람을 소개해 줄 수도 있고요. 그러려면 현재 출자자들과의 관계에서도 터무늬있는집이 지향하는 가치와 활동에 더하여 살고 있는 청년의 이야기를 더 많이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더 많이 소통하고 관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출자자들이 ‘나도 터무늬있는집 출자모금 활동에 동참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야 확장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수동) 좋은 말씀과 제안입니다.

 

 

Q. 끝으로 터무늬있는집의 청년들과 출자를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구명숙) 지금 이 순간에도 출자를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터무늬있는집은 내가 내는 돈보다 보람이 더 큰 몇 안 되는 일이라는 말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속에서 풀리지 않는
모든 물음들에 대해 인내하십시오
물음 그 자체를 사랑하십시오
지금 주어지지 않는
답을 구하지 마십시오
지금 그대로 살 수 없는 답을…..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살아보는 것입니다
이제 그 물음 속에 사십시오
그러면 서서히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먼 어느 날 그 답을 살고 있을 것입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청년들에게는 그냥 현재에 충실하며, 건강하게 자신을 잘 표현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말을 건네고 싶어요. 릴케의 시처럼 ‘살아볼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 땅의 많은 청년들에게 터무늬있는집이 그곳이 되길 기대합니다. 

 

 

정리 _ 이영림

 

출자후기

[인터뷰] 용산의 터무늬있는 주인공을 만나다! (김미선 출자자, 조정옥 센터장)

 

❝용산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사회적협동조합 인사랑케어의 김미선 이사장님과 인사랑케어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는 용산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의 조정옥 센터장님을 출자자 인터뷰를 위해 찾아가 만났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더욱 뜨거워진 용산지역의 부동산 시장 문제와 지역 사람들의 지역자산화 시도, 돌봄 사회적경제 조직이 걸어온 길, 터무늬있는집을 향한 찐사랑☺️과 응원?까지 출자자님과 함께 속 깊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는 용산지역자활센터에서 2022년 7월 5일(화) 오후에 진행했으며, 터무늬있는집의 김수동 소장과 이영림 책임연구원이 함께 질문했습니다.❞ (글_이영림)

 

Q. 출자자님이 활동하고 계시는 사회적협동조합 인사랑케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미선 : 사회적협동조합 인사랑케어는 용산지역자활센터에서 만들어진 돌봄서비스 기관입니다. 2008년도에 자활 간병사업단에서 시작했어요. 용산구 내에서 주로 방문요양, 방문목욕, 장기요양서비스 등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활사업단에서 시작해 2008년 자활기업 인정, 2012년도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고 이제 인증받은 지 10년이 됐네요. 또, 지금은 용산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영림 : 자활사업단에서 자활기업,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조직전환, 예비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 인증을 거치며 많은 노력을 해오셨을 것 같아요. 자활센터 실무자로 계시다 어떻게 지금의 사회적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게 되셨나요?

 

김미선 : 자활사업단에서 실무자로 있다가 자활기업으로 나오면서 대표를 맡았어요. 그 당시에는 지역자활센터에서 그런 형태로 나온 돌봄기업이 꽤 있었어요. 제일 이상적인 것은 자활 주민분들이 성장해서 대표를 맡는 형태인데 사실 사업체를 운영하고, 정책사업을 할 때 당장 준비된 부분들이 필요하다 보니 제가 대표직을 맡게 되었어요. 그 당시 함께 자활에서 독립했던 요양보호사분들이 다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실무자들이나 조합원 중 차기 이사장이 나와주면 좋겠고, 그게 저희 조직의 과제이기도 해요.

 

Q. 인사랑케어의 다양한 사업활동의 배경이 궁금해요.

이영림 : 인사랑케어 활동을 보면 재가복지서비스 중심 활동이면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위탁법인이라는 조금은 특별한 이력인데 이유가 있을까요?

 

김미선 : 재가복지서비스가 중심인 건 용산에서는 아무래도 임대료가 비싸고, 지역 특성상 요양원 같은 노인복지시설을 설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지역주민의 반대가 심한 편입니다. 이와 관련해 고민하며 컨설팅을 받기도 했는데요, 부자들을 위한 고급 시설을 운영하지 않는 한 현재의 제도 아래서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구조 마련이 쉽지 않더라고요. 용산에는 구립 요양시설 두 곳이 있고, 민간이 운영하는 요양시설은 한 곳뿐이에요. 결론적으로 용산에서는 공간 기반(시설 중심의) 복지기관을 민간이 운영하기는 어려운 거죠. 부동산 문제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위탁을 받게 된 계기는 지역에서 만들어진 사회적경제네트워크 법인이 해산되는 진통을 겪은 배경이 있어요. 저희 인사랑케어가 지역에서 만들어진 오래된 돌봄기업이면서 돌봄 쪽 비영리 법인이고, 또 사회적기업이다 보니 이익보다는 사회적 목적, 가치를 달성하는 데 더 주안점을 두는 게 사실이에요. 사회적경제 활동을 하는 주체들이 모여 있고, 지역 돌봄을 실천하고 있다 보니 지역에서도 단일 법인이 운영하는 것에 좀 편하게 접근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조정옥 : 겸손한 말씀이에요. 인사랑케어같은 훌륭한 조직이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게 다행이고요. 이런 이사장님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신뢰를 얻었으리라 생각해요.

 

Q. 두 분이 활동하시는 용산에는 빈부격차가 유독 심할 것 같은데 체감하세요?

김미선 : 맞아요. 지역에서 시민자산화를 시도하기도 했었는데요. 해방촌 같은 도시재생 지역에 집을 사서 공유공간을 만들고자 했었어요.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해지고 연예인들도 많이 들어오기도 하면서 임대료가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냈어요. 또, 용산에는 임대아파트가 거의 없어요. 산천동, 도원동에 소규모 임대아파트가 있고, 동자동에 쪽방촌도 있지만 임대료 때문에 저소득층이 살기가 매우 어려운 곳이죠. 또 하나 피부로 와 닿는 것은 돌봄 인력들이 정말 많이 필요한 지역이기도 한데 요양보호사분들을 구하기도 너무 힘들어서 구인난에 매번 시달리고 있기도 해요.

 

조정옥 : 터무늬있는집은 청년주택으로만 운영할 계획인가 궁금하네요.

 

김수동 : 지금은 청년주택에 터무늬있는집이 집중해 있기는 하지만, 청년을 특정하기보다 사회연대주택 개념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조금씩 하고 있어요. 보육원을 퇴소한 자립준비청년들, 은둔청년들도 낙인 없이 입주해 있고, 사회관계망이나 주거의 필요가 있는 계층과 연대하는 연대형 주거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도 조금씩 하고요. 제가 얼마 전 대구 동구 안심마을을 다녀왔는데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독립된 삶을 살면서도 마을안에서 관계망을 만들어주는 모습이었어요. 그런 다양한 사례들을 지역마다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터무늬있는집은 어떻게 알게 됐고, 출자까지 이어지게 되었나요?

김미선 : 처음에는 사회투자지원재단 홈페이지에서 터무늬있는집과 관련한 글을 처음 봤어요. 그때 관심은 크게 없었는데, 이후에 김수동 소장님 페이스북을 보다가 정말 꽤 의미 있고 좋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에도 출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상생활을 하 자꾸 놓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최근에 이제 더는 미루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고 하게 되었어요. ?

 

Q. 출자자님이 느끼신 터무늬있는집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김미선 : 제 고향은 전북 임실이거든요. 성인이 된 후 서울에 왔고, 처음에 자취를 시작한 곳이 용산이었어요. 자취하면서 월세살이도 많이 했어요. 결혼하면서 서대문구에 살다가 지금은 은평구에서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용산에서 주로 일이나 활동하다 보니, 은평에 살면서도 지역을 기반으로 사람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요. 안전한 네트워크도 형성되고, 이웃과 만남이 있으면 좋겠다 싶은데 그게 잘 안되어서 아쉬움이 커요.

 

터무늬있는집은 청년들에게 경제적으로 부담 없이 집을 제공한다는 것도 있지만 지역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 거점이 되고, 더불어 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것 같아 더 큰 의미가 있어 보여요. 앞으로도 제가 조금씩 여유가 생기면 꾸준히 출자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영림 : 귀한 마음 감사합니다! ??? 현장에서 청년들과 함께했던 경험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터무늬있는집은 선배세대, 청년과의 교류활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서 출자자분들의 참여나 활동을 많이 요청드리기도 하거든요.

 

김미선 : 제가 주로 활동하는 용산지역은 다양한 활동을 하는 단체도 많다 보니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게 됩니다. 특히 용산나눔의집에서는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인권활동을 해요. 함께 일하는 누군가에게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가 있어요?”라고 물어보기보다 “사랑하는 사람 있어요?”라고 물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왜냐면 성소수자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요. 제 경험은 청년들이 관심이라는 이유로 사생활을 묻는 것들에 대해 좀 꺼린다는 느낌을 받곤 해요. 잘못하면 꼰대 이야기를 듣지는 않을까 싶어 제 스스로 조심도 많이 하고요. 코로나19를 겪으며 돌봄 업종에서 활동하다 보니 방역에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이전에는 청년 직원들과 점심도 도시락을 싸와서 같이 먹기도 했다면 이제는 자연스레 따로 먹는 문화가 일상이 되었어요. 회식문화도 그렇고요. 이렇다 보니 교류의 기회가 적어진 점이 좀 아쉬워요.

 

Q.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김수동 :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출자자님이 지금 주로 활동하시는 건 어르신 돌봄 분야이고, 청년 자녀가 있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청년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두게 되셨는지가 궁금하네요.

 

김미선 : 제가 함께 일하고 있는 곳의 사회복지사들도 청년이에요. 옆에 조정옥 센터장님이 일하고 있는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실무자들도 그렇고요. 이 친구들 중 몇몇은 독립해서 원룸에 살고 있어요. 용산이 워낙 임대료가 비싸다 보니 용산에 집을 구해서 살 엄두는 못 내요.

 

원룸이라고 하면 보통 5평, 6평이잖아요. 워낙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뭘 만들어 먹기도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즉석식품을 많이 사다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청년 임대주택에 신청해보라고 권하기도 했는데, 막상 살고자 하는 집은 소득 기준 때문에 해당이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경쟁률이 세서 떨어지기도 하고요. 그렇게 주변에 함께하는 청년들의 주거문제, 어려움을 들으며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Q. 터무늬있는집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김미선 : 터무늬있는집에 입주한 청년들이 좋은 기회를 잘 누렸으면 좋겠어요. 지역에서 함께 거주하며 활동역량도 많이 쌓아가고, 지역에서 관계도 만들어가고 그러다 보면 좀 멀긴 하나 노후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을까요? 경제적인 자산이 아닌 관계 자산으로 지역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요!

 

또, 출자를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하세요~?”라고 전하고 싶어요. 터무늬제작소에는 이렇게 청년들의 주거복지, 문화 부분을 선도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는 데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고요. 이전에 총회 및 방구석 집들이에도 참여하고 싶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 일정을 놓쳤어요.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꼭 참여해보고 싶어요.

 

터무늬있는집 청년주거포럼에 초대합니다!

? 터무늬있는집 청년주거포럼 참가신청 : https://forms.gle/ixqD3hoUn3s2BKBx5

 

김수동 : 저희가 7월 14일(목)부터 9월 29일(목)까지 총 여섯 번에 걸쳐 청년 주거포럼을 열 계획입니다. 청년의 집을 만드는 다양한 주체들과 청년의 집에 대해서 그리고 다양한 사례의 주인공들을 초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터무늬있는집 청년들, 출자자분들도 모시고 일반 시민들도 초대할 예정입니다. 거리두기도 좀 많이 완화되고 했으니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새로운 터무늬있는집에 청년들이 입주하면 오픈하우스 행사도 열고 했었는데, 그때 한번 와 보셔도 좋겠어요. 교류 활동뿐만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들도 있으니 앞으로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고? ?‍♂️ 좀 자주 어울리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함께하신 출자자님의 짝꿍(조정옥 센터장)의 소감을 듣고 싶어요.

조정옥 : 좋은 기회로 함께 인터뷰에 참여해 터무늬있는집 이야기를 듣게 되었네요. 오늘 만남 이전에는 막연하게 터무늬있는집의 공급방식이 일반적인 청년주택의 공급방식과 비슷하겠다고 생각했었어요. 터무늬있는집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정말 청년들에게 공동체살이의 기회와 여러 경험들로 근육을 키워주고 있는 소중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역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뿌리를 내렸으면 좋겠어요. 또, 제가 사는 금천구에도 터무늬있는집을 지역에서 하나쯤 같이 만들어 보기를 꿈꿉니다. 

 

김수동 : 꼭 함께 금천에서도 도모해 보시죠 센터장님!^^ 페친으로만 알고 지내던 존경하는 동네 이웃 김미선 이사장님을 만나 즐거웠고 앞으로 더욱 친하게 지내면 좋겠습니다. 두 분 모두 훌륭하시지만 두 분의 만남은 대단한 우정이며 역사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용산 사회적경제의 터무늬 있는 주인공들이십니다. ?

 

 

정리 _ 이영림

 

왼쪽부터 터무늬있는집 김수동소장, 김미선출자자, 조정옥센터장

 

출자후기

[인터뷰] 홈리스를 위한 터무늬있는 세상을 만드는 ‘빅이슈 코리아'(김수열 출자자)

 

❝빅이슈라는 잡지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잡지가 만들어지는 이면의 이야기는 제대로 알지 못했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출자자가 되신 빅이슈 코리아의 김수열 이사장님을 인터뷰하며 빅이슈가 하는 다양한 활동을 제대로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길에서 빅이슈 판매자(빅판)분들을 보면 쉽게 지나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처음 듣는 빅이슈의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워 질문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결국, 처음 계획했던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기고 말았습니다. 김수열 출자자님의 귀한 시간을 빼앗은 거 같아 죄송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끝까지 정성스럽게 답해주신 이사장님께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홈리스의 주거자립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빅이슈와 청년의 주거자립을 지원하는 터무늬있는집은 서로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김수열 출자자님과 자주 찾아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뷰는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에서 2022년 7월 17일(금) 오후에 진행했으며, 터무늬있는집의 성승현 선임연구원과 이영림 책임연구원이 함께 질문했습니다.❞(글_성승현)     

 

 

성승현 :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김수열 : 안녕하세요. 저는 빅이슈코리아의 김수열 이사장입니다.

 

성승현 : 한 달 전에 뵈었을 때는 직함이 상임이사였는데, 그사이에 직함이 이사장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셨네요?

 

김수열 : 네, 이번 이사회에서 이사장이 됐습니다. 더 열심히 일 하라는 채찍질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승현 : 빅이슈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수열 : 빅이슈는 영국 런던 거리에 주거가 취약한 홈리스(Homeless, 거리 노숙/비적정 거주민 등의 주거 취약계층)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에게 잡지 판매를 통해 합법적 수입을 올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991년에 시작한 사회적기업입니다. 한국판 빅이슈는 2010년 7월 5일에 창간했고요.

 

빅이슈는 빅이슈 판매원(빅판)에게 <빅이슈> 잡지를 팔아 판매금 절반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일거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를 통해 각 판매자가 구걸하지 않고 일하는 마이크로 기업가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고 있습니다.

 

성승현 : 빅이슈의 홈리스분들은 보통 주거 형태가 어떻게 되나요?

 

김수열 : 처음에는 길거리의 홈리스분들 가운데 시설에 들어가지 않는 분들을 대상으로 빅이슈 판매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아웃리치(outreach) 활동을 합니다. 아웃리치를 통해서 홈리스분들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왜냐하면 본인의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빅이슈 판매를 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웃리치 활동을 통해 홈리스분들이 스스로 저희를 먼저 찾아오게끔 하는 겁니다.

 

그렇게 찾아오신 분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통해 현재의 주거상태,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과정, 본인의 현재 생각과 결심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러고 나서 임시로라도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고시원 같은 형태의 주거지원을 해드리는 게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면, 처음에 빅이슈 판매를 시작하면 서툰 게 많을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길거리에 서서 빅이슈를 들고 판매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많은 관심을 받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그림자인거죠. 많은 관심이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무관심이 부담스러운 거죠.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 이런 과정을 다 이겨내야지 비로소 빅판으로 성장할 수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식사를 해결하지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두 끼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드리고, 빅이슈 10권을 무료로 드립니다. 현재 빅이슈가 권당 7,000원에 판매하고 있으니까, 10권을 다 팔면 7만 원의 종잣돈이 생기는 거죠. 그러면 그 돈을 가지고 또다시 빅이슈를 권당 3,500원에 구매하고 판매해 조금씩 소득을 늘려가도록 하는 겁니다. 그렇게 신입 빅판 과정을 거치고 나면 고시원 몇 군데를 보여드리면서 본인이 원하는 곳을 선택하도록 안내한 후에 첫 달 치 고시원비를 지원해드립니다.

 

빅이슈가 홈리스 주거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LH 임대주택의 운영기관이기도 한데, 현재까지 약 99호를 관리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는 이걸 지역전환식으로 넘기는 과정에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빅이슈와 같은 운영기관을 통해 입주하는 것이 더 수월했는데, 지금은 주거상담 전문기관이 생기면서 빅이슈를 통해 입주하는 것이 꼭 유리하지는 않은 상황이 됐거든요. 여러 가지 조건만 맞으면 동사무소에서 대상자를 발굴해서 입주시키는 게 더 효율적이게 된 거죠.

 

이영림 : LH 임대주택의 임대료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김수열 : 주택별로 상이한데, 통상적으로 50만 원 정도의 보증금에 약간의 관리비가 추가됩니다. 저희는 빅판분들이 100만 원 정도의 저축금을 모아야지만 입주자격을 주는 나름의 가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증금을 많이 낼수록 월 관리비가 낮아지잖아요. 그래서 월 관리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런 가이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하면, 빅판분들이 약간 무리를 해서라도 최소 50만 원 이상의 보증금을 저축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성승현 :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나요?

 

김수열 : 코로나 직전이었던 2019년에는 판매처가 70~80곳 정도 됐는데, 지금은 판매처가 30여 곳으로 줄었어요. 말씀드렸듯이 저희가 아웃리치 활동을 통해서 빅판분들을 모집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무료급식소 등의 운영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아웃리치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렇게 코로나가 2년 이상 이어지다 보니 판매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 거죠.

 

성승현 : 홈리스분들과 관계 맺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빅이슈 직원들과 빅판분들 사이에 갈등은 없나요?

 

김수열 :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아까 사무실에서 보셨을 텐데, 저희가 기본예절을 적어놓은 것이 있어요. 예를 들어, 판매에 대해서는 서로 이야기하지 않게 해요. 나는 10권 팔았는데 누구는 30권 팔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판매에 대한 이야기는 서로 하지 않게 하는 거죠. 또, 서로 공경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반말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있고요. 이런 식으로 조직 생활, 혹은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기본예절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승현 : 빅판분들이 판매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과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김수열 : 가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역 주변에서 노점상을 하시는 분들과 관계가 좋은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있어요. 관계가 좋은 경우에는 잠깐 화장실 다녀오는 동안 노점상분들이 카트를 봐주기도 하는데, 관계가 안 좋은 경우에는 판매하지 말라고 해코지를 하기도 해요.

 

저희 판매팀에 주로 현장 활동을 하는 코디네이터분들이 있습니다. 판매지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빅판분들이 보통 2~3시 이후부터 판매를 시작합니다. 판매지가 상설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분들이 어느 시간에 어디를 가면 빅판을 만날 수 있다고 인지하는 것은 일종의 시민과의 약속이거든요. 그래서 판매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갑자기 몸이 안 좋거나 비가 많이 와서 판매를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반드시 코디네이터한테 연락해서 본인이 오늘 이런 상황이어서 휴무를 하겠다는 것을 꼭 이야기하게 합니다. 독자분으로부터 어느 판매지에 빅판분이 안 계신다는 연락이 오면 코디네이터가 상황 설명을 해주고, 다른 가까운 판매지가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식으로 대처하기 위함이죠.

 

판매는 빅판분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거고, 저희가 강제하는 것은 전혀 없어요. 단지, 약속된 시간을 지키기 어려운 경우에만 사유를 미리 알려주도록 하고 있고, 저희는 그것을 무조건 수용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빅판분이 갑자기 병원에 가야 해서 판매를 못 한다고 연락이 오면, 저희는 사실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수용합니다. 나중에 만나면 병원 다녀오신 건 어땠는지 물어보는 정도의 이야기만 하죠.

 

성승현 : 빅판분들을 직접 상대하는 코디네이터의 업무강도가 생각보다 높을 것 같아요.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많을 것 같고요.

 

김수열 :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 빅이슈 직원들, 특히 코디네이터들은 심리 상담을 꼭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코디네이터들이 빅판분들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것들을 회사에서 제대로 돌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전문적인 심리 상담 박사님들을 통해 주기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승현 : 그동안 빅이슈 잡지는 많이 접할 수 있었지만 빅이슈 잡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이면의 이야기는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자세하게 알고 나니 빅이슈 잡지를 만드는 일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김수열 : 맞아요. 많은분들이 저희가 빅이슈 잡지를 만들고, 빅판분들이 판매를 통해 수익금의 50%를 가져간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저희의 업무 중 상당 부분이 이런 코디네이터 활동이라는 것은 잘 모르거든요.

 

임대주택 운영관리 기관으로서의 업무도 꽤 많고요. 코디들뿐만 아니라 빅판분들을 위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도 있는데, 이를 위한 의료지원 업무도 꽤 많아요. 빅판분들이 진료 시에 의사 선생님과 제대로 소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희 직원이 동행을 해야 하거든요. 진료도 함께 하고, 진료가 끝나면 다음 진료 예약까지를 저희 직원이 다 관리해줘야 해요.

 

이 외에 중독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고, 50플러스재단과 협력해서 빅판분들을 대상으로 가드닝, 타악기, 바리스타와 같은 교육도 하고 있는데, 그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업무도 꽤 됩니다.

 

성승현 : 이렇게 다양한 사업을 하려면 인건비를 포함해서 운영비가 생각보다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빅이슈 판매 수익금만으로 운영비 충당이 가능한가요?

 

김수열 : 너무 어려워요. 빅이슈 판매 수익의 50%는 빅판분들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수익을 잡지 제작과 법인 운영비로 사용합니다. 잡지 제작뿐만 아니라 말씀드린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데 빅이슈 판매수입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재정적으로 너무 어렵습니다. 잡지 발행뿐만 아니라 주거 취약계층을 자립시키는 것도 저희의 중요한 미션 활동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재정의 어려움 때문에 이것을 포기할 수는 없어요.

 

지금까지는 후원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후원 관리를 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빅판분들이 입는 조끼, 모자, 배낭 같은 것들은 기업들로부터 후원받기가 조금 수월한데, 그 이외의 부분들은 후원받기 좀 어려운 부분이 많았거든요. 이런 부분을 조금 더 보완할 예정입니다.

 

또, 저희가 잘하는 것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용역 사업도 많이 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발행하는 뉴스레터의 콘텐츠를 직접 취재해서 발행하거나, 영상을 제작하는 용역 사업을 했었어요. 빅이슈 잡지 판매로 모자란 재정을 이런 부대사업을 통해 메꿔왔던 거죠.

 

이영림 : 빅이슈 잡지에 광고 게재는 안 하나요?

 

김수열 : 하기는 하는데,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빅이슈를 창립한 지 올해로 12주년이 됐는데, 초기의 주 독자층이었던 20대~30대 여성들이 성장하면서 주 독자층이 40대 여성으로까지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20대~30대 여성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업체의 광고가 저희한테는 잘 들어오지를 않았어요.

 

연극이나 전시회 등의 후원이 가끔 들어오는데, 이런 곳들은 홍보비가 넉넉하지 않다 보니 주로 무료입장권과 같은 형태로 제안이 들어오거든요. 그러면 저희는 그걸 독자 이벤트로 풉니다. 이건 소소한 꿀팁인데, 빅이슈의 독자 이벤트는 경쟁률이 높지 않아 당첨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많이 지원하시면 좋습니다?

 

이영림 : 빅이슈와 터무늬있는집이 홍보협력이나 캠페인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따로 없을까요?

 

김수열 : 누가 빅이슈는 어떤 잡지냐고 물어보면, 저희는 라이프 매거진을 지향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주제별로는 환경, 젠더, 동물권, 청년, 주거와 같은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고요.

 

청년주택과 관련해서는 저희가 예전에 터무늬있는집 관련 인터뷰 기사를 2번 정도 내보내기도 했었어요. 주거문제는 저희 주 독자층인 청년들이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거든요. 터무늬있는집과 같은 대안적인 사례를 소개하고, 공동체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면 저희 독자층에 굉장히 소구력이 있어요. 앞으로도 지속해서 이런 기사들을 발굴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빅판분들의 자립을 위해 주거권에 대한 접근을 조금 더 확대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빅이슈의 정관에 보면 빅이슈는 홈리스를 지원하는 곳이라고 되어 있거든요. 유엔에서 정한 홈리스의 기준을 보면 홈리스는 인권의 측면에서 쪽방과 같은 주거 취약계층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 개념을 너무 한정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빅이슈 잡지 판매를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서서 주거문제에 대해서 더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민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데, 터무늬있는집과도 앞으로 이런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성승현 : 터무늬있는집은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신 걸까요?

 

김수열 : 김수동 소장님의 공동체 관련 강의를 쫓아다니면서 들을 정도로 예전부터 주거공동체에 관심이 많았어요. 터무늬있는집도 김수동 소장님이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예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고요.

 

제가 주거공동체에 관심을 두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가족 관계’에 대한 관심 때문입니다. 터무늬있는집은 청년이 중심이지만, 우리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터무늬있는집 모델을 시니어 1인 가구의 사회적 가족 관계망을 만드는 일에도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영림 : 마지막으로, 혹시 터무늬있는집 청년들한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김수열 : 개인주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 자체가 큰 용기잖아요. 하지만, 실제로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면 처음의 기대와는 다르게 불편한 부분도 많겠죠. 그것들을 함께 소통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인 것 같아요. 때로는 그 과정이 단단하지 못하다고 느껴져 좌절하는 순간도 있겠지만, 지치지 말고 계속 노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재미와 의미를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정리_성승현

 

출자후기

[인터뷰] 터무늬있는집 일원이 되어 기쁩니다.(김수진 출자자)

 

❝김수진 출자자님과 저는 인사를 몇 번 나눈 정도의 사이입니다.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와 같은 IT업계 출신이고, 50플러스 캠퍼스를 통해 조직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해 활발히 활동하시는 분. 이 정도가 제가 김수진 선생님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터무늬있는집의 출자자가 되어주셨고, 더 많은 것들이 궁금해져서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흔쾌히 응해주셨고, 직접 만나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 또 하나의 인연이 있습니다! 김수진 출자자님의 언니와 저는 <페다고지> 학습자와 코치로 만난 인연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보통 인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인터뷰는 2022년 5월 17일 창동에 있는 50플러스 북부캠퍼스에서 진행했습니다.❞(글_김수동)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수진 출자자님!

김수동 :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렇게 출자자로 다시 뵙게 되니 더욱 특별하고 반갑습니다.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듯해요. 오늘도 강의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강의에요?

 

김수진 :  여기 50플러스 북부캠퍼스에서 매주 화요일 메타버스 강의를 하고 있어요.

 

김수동 : 멋있네요, 메타버스라니! 그런 핫한 신기술을 강의하시다니, 같은 IT업계 출신이지만 저와는 아주 다르네요☺️ 소속되어 계신 두두협동조합 이야기부터 시작할까요? 두두협동조합 소개와 그곳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Q. 활동하고 계시는 50플러스를 위한 ‘두두협동조합’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김수진 : 두두협동조합은 ‘50플러스 일·문화공작소’라는 기치 아래 설립했어요. 50플러스 중부캠퍼스의 인생학교 1기 멤버들이 사회적경제를 공부하는 커뮤니티 활동으로 시작했고, 2018년 12월에 정식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저는 현재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두레’는 농민들이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면서 마을 단위로 만든 조직이잖아요. 지금의 협동조합과 같은 거죠. ‘함께한다’는 뜻이고, ‘두리번’은 눈 크게 뜨고 살펴본다는 의미니까, 두두는 “함께 두리번거리며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 시도하자”는 뜻이에요. 은퇴 후 함께 새로운 재미와 의미를 찾고 실천하는 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50플러스 일·문화 공작소’를 표방하셨는데 어떤 의미이고, 또 무슨 사업들을 하나요?

김수진 : ‘50플러스 일·문화 공작소’는 탐방, 문화, 교육, 조사와 연구의 4가지 부문을 통해 50플러스 세대의 사회적가치 추구 활동과 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저희의 목적을 담은 표현입니다. 사업 분야도 4가지고요.

 

첫 번째 ‘현장 탐방’은 함께 잘사는 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분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보시면 되는데, 가벼운 탐방에서 집중 탐방까지 맞춤형으로 제공합니다. 사회문제 공감과 이해를 위해 현장의 생생함에 집중하는 점이 특징이죠.

 

두 번째는 ‘문화 제안’입니다. 50플러스 세대가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며 우리 사회를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죠. ‘내 삶의 문화 기획자’가 돼서 우리 삶과 사회를 함께 변화시켜가자는 겁니다.

 

세 번째는 ‘교육 기획’입니다. 새로운 인생 출발점에 선 50플러스 세대와 함께 경제, 사회, 문화 구조를 짚어 보고 향후의 삶의 전환과 대안을 찾아보는 50플러스 맞춤형 교육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50플러스가 풀어가야 할 문제에 대한 조사와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 50플러스 재단의 당사자 연구 공모를 통해 ‘50플러스 당사자가 묻고 제안하는 코워킹 공간 활성화 방안’에 대해 연구한 바 있습니다.

 

개별적인 프로젝트의 예를 들면,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가치 실천 현장탐방’, 물건의 선순환에서 공유의 가치를 나누는 ‘실패한 취미 부활전’, 퇴직을 앞둔 50플러스의 불안감을 인문학으로 함께 푼 ‘퇴근길 캠퍼스’, 마을로 돌아온 50플러스를 위한 ‘신중년 커뮤니티 학교’, 공론장 운영을 통해 서울시에 50플러스 정책 제안을 한 ‘50플러스 시민참여회의’, 50플러스 북부캠퍼스 가이드북을 제작한 ‘재미북북’, 50플러스 이야기쇼 ‘통(通) to you’ 등이 있습니다. 설명하다 보니 정말 다양하고 많은 활동을 했네요☺️

 

 

Q.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김수진 : 기존에 하던 오프라인 기반 활동은 많이 위축됐죠. 반면에 코로나 상황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활동 영역을 개척하고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에 진행하던 50플러스 시민 참여회의, 실패한 취미 부활전은 처음에는 오프라인으로 기획했었는데 코로나로 중간에 온라인으로 변경됐어요. 그러면서 온라인에서의 콘텐츠 제작이나 회의진행 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고, 이후 여러 곳의 주민총회나 공론장 운영을 진행하면서 어찌 보면 사업영역이 확장되기도 했습니다. 홈페이지를 자체 제작하고 온라인상의 커뮤니티 소통 플랫폼 기술 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개인적인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IT기술을 이용해 50플러스가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는 스스로를 ‘IT 툴 메이커’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IT 툴을 이용한 메이커스 활동이죠. 지금 하고 있는 메타버스 강의도 그런 과정에서 기획한 것이고요. 또한 IT기술을 이용해서 아날로그적인 정서나 온기를 느끼게 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 목소리를 채록해서 온라인 사진첩으로 만드는 ‘목소리 사진관’이라는 강의를 하기도 했어요.

 

김수동 : IT 툴 메이커라니 정말 감동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위기 상황마저도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기회로 멋지게 받아들이는 진정한 50플러스 선배 시민의 표본이십니다!

 

Q. 터무늬있는집에는 어떤 계기로 출자하시게 되었나요?

김수진 : 자녀가 청년(95년생, 97년생)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어요. 저희 아이들도 이제 독립해야 하는데, 집 문제는 모두의 문제잖아요. 우리 애들도 주거문제에 대한 압박을 느끼기 시작하더라고요. 부동산 책도 사다 읽고, 유튜브도 보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 김수동 소장님 페이스북에서 터무니있는집 출자하기를 보게 되었어요. 소장님의 활동을 눈팅과 좋아요로만 응원해왔는데 이젠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마음도 있고 내 아이들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 연대에 함께하자는 마음으로 출자를 하게 됐습니다.

 

제가 터무늬있는집에 출자를 한 후에 다른 모임에서 출자를 하실 수 있을 분들이라고 생각해서 살짝 얘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게 좋은 일이긴 한데 안 좋은 단점도 있다. 이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고 집을 소유하는 것이 중요한데, 터무늬있는집과 같은 지원으로 인해 주택 소유를 위한 노력과 기간을 놓쳐버리면 어쩌면 평생 집을 소유하지 못하게 되는 그런 불리한 위치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 소장님을 만나면 이런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물어보고 싶었어요.

 

터무늬있는집이 하고자 하는 일

김수동 : 일단 저도 놀랍네요? 보통은 “좋은 일 하시네요” 또는 “아니 나라가 할 일을 왜 당신들이?” 이런 반응인데,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네요. 물론 터무늬있는집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단편적인 지원사업 정도로 해석한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터무늬있는집은 취약한 청년 개인에게 싼 집을 제공하는 사업이 아니에요. 청년기에 꼭 필요한 일, 집, 공동체, 세대 간 연대를 경험하게 하는 공동체 확산(사회적 자본 축적) 운동이에요. 터무늬있는집을 통해 많은 청년이 성장하고, 자립에 다가서고 있다는 것은 이미 2020년에 터무늬있는집 성과측정 연구를 통해 충분히 확인했어요.

 

오로지 내 집만 생각하는 청년보다 터무늬있는집을 통해 모두의 집을 경험한 청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분 덕분에 오늘 저도 새롭게 배웠네요? 소중한 의견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Q. 김수진 출자자님께서는 청년들과 교류, 소통의 경험이 있으신가요?

김수진 : 저는 세대 간의 소통은 서로가 관심 있는 공통 주제로 모였을 때 이게 시너지가 나고 자연스럽게 풀린다는 생각이에요.

 

이전에 실패한 취미 부활전을 할 때 재미있는 경험을 했어요. (참고 : 실패한 취미 부활전은 실패한 취미용품, 즉 안 쓴 취미용품을 기증하면 필요한 이가 구매하고 구매한 금액은 모아서 기부하는 실패한 취미를 부활시키는 행사이다.) 행사 초기 주변인들이 50플러스이다 보니 홍보도 알음알음 하고 있었어요. 사이트를 만들었지만 별 반응도 없었고요.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까 새벽 7시인데 700명이 들어와 있었고 점점 사람이 불어나는 거예요. 막 1천 명, 2천 명을 넘어가기에 ‘이게 무슨 일이지’ 했지요. 그날 이후 이런 현상이 계속되었고 젊은이들의 참가가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게 도대체..? 왜?.. 나중에 알고 보니 무척 흥미로운 일이 있었더라고요.

 

지방에 사는 어떤 청년이 악기를 모으는 게 취미래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악기의 본연은 소리를 내는 건데 자기는 수집하고 있었다며 악기를 울려줄 사람에게 기증을 하겠다며 연락이 온 거에요. <앵글로 콘서티나>라는 흔치 않은 악기였는데 손수 택배로 보내왔어요. 행사 중 가장 관심을 많이 받은 품목이 되었지요. 그 모습을 보며 우리 세대와는 정말 다르구나 생각했어요. 우리는 이거 비싼건데 언젠가 또 써야지, 이렇게 망설이는데 젊은 친구들은 다르더라고요.

 

유튜브로 실시간 경매를 할 때는 참여 인원이 적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청년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나중에 우리가 물어봤어요. 도대체 이 사이트를 어떻게 알고 들어 왔는지. 그랬더니 회원이 100만 정도 되는 30대 여성들이 모이는 사이트가 있는데 누군가 거기에 올려서 그게 바이럴이 굉장히 많이 됐다는 거예요.

 

그때 청년들이 관심 있는 것을 주제로 삼으니까 주체가 50플러스라 하더라도 들어오고 연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한테는 굉장히 큰 경험이었어요. 결국은 세대라고 하는 것도 그냥 동시대를, 이렇게 시간을 단면으로 잘랐을 때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잖아요. 공통된 관심 주제를 갖고 얘기를 하면 내가 어른이라서 뭔가 조언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같이 당면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고 테이블로만 올릴 수 있다면 그러면 같이 얘기해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주거 문제도 마찬가지인 거잖아요. 그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어려운 문제인데 그것을 같이 고민하고 머리를 조아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청년들이 마음을 터 놓을 힘이 되는 친구가 되겠죠. 저는 이런 활동들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영역을 맡아서 우리들이 하면 좋겠다 그런 생각입니다.

 

김수동 : 말씀에 너무 공감합니다. 터무늬제작소에서는 청년주거 의제를 가지고 세대 간 연대에 관한 소통, 교류, 공론장 등 다양한 활동을 생각하고 있어요. 두두협동조합과 이런 일을 함께 도모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터무늬있는집에 인사를 부탁드려요.

김수진 : 모두 다 궁금합니다. 출자자분들도 궁금하고, 터무늬있는집에서 활동하는 청년들도 궁금해요. 아직은 얼굴도 서로 잘 모르지만, 또 이렇게 마음 모아서 조그만 변화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큰 변화가 되겠죠. 그럴 것으로 믿습니다❗

 

터무늬있는집은 청년기에 꼭 필요한 일, 집, 공동체, 세대간 연대를 경험하게 하는 공동체 확산(사회적자본 축적) 운동이라는 것 마음에 잘 새기겠습니다. 보내주신 자료들도 꼼꼼히 살펴보면서 잘 이해하고 잘 설명할 수 있는 출자자가 되겠습니다 ?

 

터무늬있는집의 일원이 되어 기쁘고, 여러분들의 활동에 고맙고 감사합니다

 

정리 _ 김수동, 이영림, 성승현

 

 

출자후기